골다공증 고관절 골절, 1년 내 사망률 20%…적극 치료만이 답
골다공증 고관절 골절, 1년 내 사망률 20%…적극 치료만이 답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4.11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범준 교수는 “과거에는 비스포스포네이트 한 가지 약제를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데노수맙, 로모소주맙 등 좋은 약들이 개발됐다”며 “적극적인 치료와 건강검진으로 골다공증을 조기에 발견,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범준 교수는 “과거에는 비스포스포네이트 한 가지 약제를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데노수맙, 로모소주맙 등 좋은 약들이 개발됐다”며 “적극적인 치료와 건강검진으로 골다공증을 조기에 발견,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부정한 허리, 절뚝이는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이 버거워 보이셨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면 외출 자체를 꺼렸던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에서야 이해가 간다. 필자의 할머님은 골다공증(骨多孔症)환자이셨다. 골절도 여러 번 경험하신 탓에 외출을 극히 꺼려 하셨다.

“골절된 후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40%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실제로 골다공증은 골절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그 심각성이 간과되기 쉬운 질환이다. 이 때문에 실제 치료율도 저조하다. 골다공증이 발생하면 뼈에 구멍이 생겨 뼈의 강도가 약해지고 사소한 충격에도 골절될 위험이 높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한 번 발생하면 연쇄적인 재골절로 이어질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발생 1년 내 사망률이 약 20%에 달한다.

고관절 골절이 한 번 발생하면 환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 가족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혹여 재골절이 발생하지 않을지, 계단에서 미끄러지지 않을지 하루에 서너 번 전화를 걸었던 부모의 모습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현재는 골다공증에 효과적인 약물이 많이 개발됐다. 꾸준한 검진과 치료를 이어간다면 골절을 예방할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만큼 이제 골다공증도 치료가 아닌 예방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한다. 여기 골다공증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있다. 그는 2016년 미국골대사학회 올해의 젊은 최고 의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이와 관련된 여러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골다공증 치료의 중요성 및 치료과정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여성에게 골다공증이 많이 발생한다.

우리 몸의 뼈는 겉보기에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부서짐과 생성되는 ‘재형성 과정’이 반복된다. 이때 재형성 과정 중 균형이 깨지면서 ‘골다공증’이 발생한다. 여성은 폐경기를 기점으로 뼈소실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며 골다공증 발병위험률이 증가한다.

골다공증 고위험군은 ▲50세 이상 폐경기 여성 ▲류마티스관절염환자 ▲저체중 ▲유전적 원인이 있는 경우 ▲과거 골절 이력이 있는 경우 등이다. 또 가족력도 중요하다. 부모로부터 골다공증이 유전될 가능성은 50~70% 정도다. 부모님이 골다공증을 앓았고 골절경험이 있다면 골밀도와 관계없이 굉장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 골다공증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골다공증환자 자체가 증가한 것이 아니다. 국가건강점진을 통한 조기진단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과거에는 골다공증 자체를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연 2회 골다공증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골다공증은 골절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심각성이 간과되기 쉽다. 실제로 대한골대사학회 골다공증 팩트시트 2019에 따르면 50세 이상에서 연간 약 28만건의 골다공증 골절이 발생하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 골다공증 진단과정은.

골다공증은 뼈 나이 ‘T-score(이하 T값)’를 통해 진단을 내린다. 이때 T값이 -2.5보다 낮다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한다. 골다공증검사는 X-ray와 유사한 골밀도측정기에 3~4분 정도 누워 골밀도를 체크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총 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끝나고 우리나라의 경우 비용도 저렴한 비교적 간단한 검사다. 이때 환자에 따라 혈액 및 소변검사 등이 일부 추가될 수 있다. 혈액검사에서는 비타민D가 부족하지 않은지, 뼈 흡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은지 등을 확인한다.

- T값 –2.5가 중요한 이유는.

T값이 -2.5 보다 낮아지면 골절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이 맞다. 하지만 -2.5라는 수치를 골다공증 치료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2.5라는 수치는 골다공증의 역학적 관점에서 젊은층의 평균 골밀도에서 멀어졌다는 의미이지 치료 목표는 아니다.

- 골다공증은 효율적인 치료제가 많다.

과거에는 치료할 무기가 많지 않아 비스포스포네이트 한 가지 약제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다양해졌다. 이때 치료제는 ‘골흡수억제제’와 ‘골형성촉진제’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골흡수억제제에는 ▲RANKL 억제제 ▲비스포스포네이트제제 ▲선택적 여성호르몬 수용체 조절제(SERM) 등이 있다.

RANKL 억제제는 2019년에 출시된 ‘데노수맙’이 대표적이다. 데노수맙은 골밀도를 지속적으로 높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은 약 87세로 장기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골밀도를 올릴 수 있는 약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속적인 골밀도 상승과 골절 위험감소 효과를 보이는 데노수맙이 장점을 가진다. 또 데노수맙은 혈관이 아닌 피하를 통해 주사해 투여방법이 편리하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

- 의료현장에서 골다공증 치료 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골다공증은 지속 치료율도 낮지만 약물치료율 자체가 낮다는 것이 문제다. 골다공증 유병자 10명 중 7명은 본인이 골다공증환자임을 알면서도 약물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이는 환자들이 약물치료의 중요성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또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 절반 가까이가 약물치료 1년 후 복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지 않는 이유는 기존에 많이 처방되는 ‘비스포스포네이트’라는 약 때문이다. 이 약은 매주 먹어야 하고 복용 후에는 누워서는 안 되는 등 복용법이 까다롭다. 또 고령 환자 분들은 복용 중인 약이 많아 골다공증 약을 자체적으로 복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물치료만 잘 받으면 골절 예방이 가능한 만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 최근 미국내과학회(ACP)에서 2023년 골다공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골다공증 1차 치료제에 단계별 사용을 언급했다.

2023 미국내과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골다공증 치료에 비스포스포네이트제제를 1차로 사용하고 이후 데노수맙을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내분비내과 의사로서 이번 미국내과학회 가이드라인을 보고 의아했다. 데노수맙이 골밀도 상승 효과나 안전성 두 가지 측면에서 비스포스포네이트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미국은 워낙 약가가 높기 때문에 치료제의 효과나 안전성 측면보다 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게 된 것 같다. 데노수맙의 장기 치료효과나 안전성을 고려한 내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미국내분비학회, 미국임상내분비학회 등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전문가 집단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데노수맙을 비스포스포네이트와 마찬가지로 골다공증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우리나라 골다공증 치료 가이드라인은 어떠한가. 

대한골대사학회는 2년에 한 번 골다공증 진료지침을 개정, 발표하고 있다. 해외의 저명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되, 국내 임상현실에 맞는 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최근 공개한 골다공증 진료지침 2022에서는 골다공증 1차 치료에 RANKL 억제제인 데노수맙과 비스포스포네이트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6개월에 1회 투여하는 데노수맙과 비스포스포네이트 간의 약가 차이가 거의 없다. 또 장기간 사용으로 골밀도가 더 올라가고 이를 통해 골절위험을 낮춤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을 생각해보면 데노수맙이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1차 약제로 더 인정받을 수 있다.

- 데노수맙 치료 후 골밀도 값이 개선되면 보험 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 현재 데노수맙 치료는 T값이 -2.5보다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건강보험 급여가 중단되면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매우 많다. -2.5가 치료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환자에 따라 계속 치료는 받고 싶지만 추가비용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이 많다. 고혈압 치료 시 혈압이 내려갔다고 해서 이 환자를 고혈압환자가 아니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골밀도가 -2.5보다 좋아지더라도 골절위험을 간과하면 안 된다. 정부 입장에서도 약값에 대해 보험을 제공해 골절을 낮추면 전체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전문가 집단에서는 T값이 -2.5보다 좋아져도 의료진이 치료 목표를 정해서 계속적으로 치료에 대한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고 꾸준히 제언하고 있다.

- 골다공증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바는. 

골다공증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환자들이 많다. 심각성을 알면서도 치료를 안 받는 환자도 있다. 골다공증으로 골절이 발생했다면 이미 늦었다.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집을 지으려면 벽돌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결국 뼈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우유, 치즈, 요플레와 같이 칼슘이 들어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칼슘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비타민D가 없으면 흡수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타민D를 적당한 농도로 유지해야 한다. 운동 역시 중요하다. 뼈가 자극되면 좋은 물질이 많이 나온다. 근력운동을 추천하며 무릎이 아프면 실내자전거도 괜찮다. 건강한 뼈가 좋은 노후를 만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