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 낮고 치료도 부담…파브리병환자, 삶의 질 저하 ‘심각’
인식 낮고 치료도 부담…파브리병환자, 삶의 질 저하 ‘심각’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4.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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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코리아, 환자·가족대상 설문조사결과 발표
파브리병환자 대다수가 유전질환에 대한 부정적인식과 치료에 대한 심리적 부담 등으로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

파브리병환자들이 유전질환에 대한 부정적인식과 치료의 어려움 등의 이중고로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브리병환우회 파브리코리아는 4월 파브리병 인식의 달을 맞아 ‘파브리병 치료현황과 질환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파브리병 진단과 치료현황,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고 파브리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진행됐으며 환우와 가족 총 58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우선 파브리병환우와 가족 중 95%가 유전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평생 치료의 심리적 부담으로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67%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브리병은 알파 갈락토시다제 A라는 효소가 부족해지면서 당지질(GL-3)이 분해되지 못하고 여러 세포에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유전질환이다. 몸 곳곳에 쌓이기 때문에 피부부터 신경계, 심장, 전신까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무엇보다 진행성질환으로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 신장 등 주요 장기가 손상돼 결국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방법은 부족한 효소를 정맥을 통해 주기적으로 주사하는 효소대체요법(ERT)과 경구용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방법이 있어도 환자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기 어렵고 전형적인 증상이 아니라면 의료진도 처음부터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증상 발현 후 치료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파브리병은 진행성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주요 장기가 손상돼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환자들 역시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합병증 발생 감소를 꼽았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결과 파브리병 증상 발현 후 치료까지는 평균 약 15.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만20세 이전에 증상이 발현(58%)됐다고 답했지만 치료는 만40세 이후 시작(59%)했다고 답변했다.

또 파브리병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는 ‘합병증 발생 감소(43%)’을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일상생활 유지(28%)’ ‘통증 감소(17%)’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70%가 파브리병 외에 ‘동반질환’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동반질환으로는 심장질환(32%), 신장질환(20%), 안과질환(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치료받고 있는 파브리병환자들은 일상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소로 주기적인 병원 방문을 꼽았다.

치료 중인 환자들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는 ‘병원 방문 등 치료를 위한 시간 투자(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가 ‘한달에 2번 병원에 방문(65%)’하고 있었으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최소화하는 방문주기로 ‘최소 1개월 간격(39%)’ 또는 ‘2개월 간격(36%)’을 꼽았다.

주사 투여 방식인 효소대체요법을 위해서는 2주에 1번 병원에 방문해야 하며 경구용 치료제는 60일에 1번 병원에 방문해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이에 파브리병환자들은 경구제를 가장 선호하는 치료방식으로 꼽았다. 설문조사결과 경구제를 선호하는 응답은 89%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반면 주사제를 선호하는 환자들은 8%에 불과했다.

치료받고 있지 않은 파브리병환자들은 경구용 치료제에 대한 높은 보험급여 문턱을 주 이유로 꼽았다.

한편 환자들은 치료제의 보험급여조건 개선 필요성도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 중 17명은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로 41%가 보험급여 규정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마찬가지로 파브리병의 조기발견과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무려 81%가 심각한 증상 발생 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보험기준을 꼽았다.

실제로 국내 파브리병 치료제의 보험급여 조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문턱이 높은 상황이다. 2019년 파브리병 경구용 치료제가 국내에도 도입됐지만 2차 치료제로 돼 있어 바로 치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의 보험급여가 2차 치료제로 허용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브리코리아는 “이번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74%가 치료에 제약이 없다면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장기여행’을 꼽았다”며 “통증도 문제지만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해 학업이나 사회생활을 이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치료방법이 다양해지고 있고 병을 숨기지 않고 치료를 받으려는 환우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유전질환과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무엇보다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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