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기준 ‘無’ 피부미용기기…내 피부 괜찮나
분류기준 ‘無’ 피부미용기기…내 피부 괜찮나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3.04.26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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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직접 적용돼도 ‘공산품’
안전성이나 부작용은 뒷전
영역 불분명, 기준 마련 시급
피부미용기기는 인체에 직접 적용되는데도 공산품으로 분류,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 없이 사용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부미용기기의 이원화된 관리형태를 재정비하고 병원에서 사용되는 제품에 대해서만이라도 안전성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피부미용기기’는 말 그대로 영역이 불분명한 그레이존에 자리 잡고 있다. 현행법상 피부미용기기에 대한 명확한 분류기준이 없다 보니 인체에 직접 적용되는데도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기기를 병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소비자들의 의문이 계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기기? 공산품?...모호한 분류기준

‘의료기기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기기란 사람이나 동물에게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소프트웨어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이다. 의료기기는 1~4등급으로 분류돼 있으며 1등급은 신고, 2~4등급은 인증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하며 위해성을 가진 3~4등급의 경우 기술문서나 임상자료심사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피부미용기기는 산업통상자원부 관할하에 있으며 안전확인 대상제품으로서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다음 이를 장관에게 신고하기만 하면 제조 판매할 수 있다. 즉 인체적용제품인데도 효능·효과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피부질환을 치료하거나 신체일부를 변형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의료기기에 해당하지만 피부보습, 피부탄력 개선 또는 화장품흡수 촉진 등 의료목적이 아닌 제품은 공산품에 해당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인체에 적용되는 공산품, 안전성은?

인체에 직접 적용되는데도 공산품으로 유통되는 피부미용기기의 허위·과대광고로 인한 소비자불만과 부작용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기준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피부미용기기는 임상시험을 받지 않은 탓에 안전성 우려도 큰 상황이다.

고려대의대 피부영상의학연구소 김재영 교수는 “의료용은 아니라고 해도 KC인증제품이 인체에 직접 적용됐을 때 피부와 그 하부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피부미용기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피부 및 하부조직과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제품이기 때문에 KC인증에만 의존해서는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KC인증은 제품이 특정안전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지 모든 사용자에게 완전히 안전하거나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증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체에 직접 적용되는 제품인 만큼 유효성과 안전성이 보장돼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식약처 관계자는 “그간 사용목적에 따라 의료기기와 공산품으로 분류해 각각 식약처와 산자부에서 소관법령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병원시술 후 부작용발생 시 책임은?

인터넷만 검색해봐도 병원에서 공산품을 의료기기인 것처럼 허위과대광고하는 사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공산품인 피부미용기기를 치료효능·효과를 내세워 홍보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법무법인 문장 임원택 대표변호사는 “의료기기가 아닌데도 이와 유사한 성능이나 효능·효과가 있다고 광고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병원 또는 의사가 공산품을 의료기기로 속여 시술 후 의료비를 받았다면 허위과장광고로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실제로 시술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산품인 피부미용기기로 관리받다가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형사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피부미용기기 사용 후 부작용 발생 시 책임소재에 대한 질문에 식약처 관계자는 “그에 대해서는 소관부처의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의료기기회사, 공산품허가 유혹에 시달려

피부미용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의료기기의 경우 임상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 등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반면 공산품의 경우 그 노력이 대폭 줄다 보니 피부미용기기를 굳이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않고 공산품으로 유통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당연히 피부미용기기와 비슷한 적응증을 가진 의료기기를 개발·제조·유통하는 회사의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피부미용‘의료기기’로 제품을 허가받은 한 업체 대표는 “그만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굳이 의료기기로 허가받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 자신이 바보 같다”며 “지금처럼 병원에서 피부미용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피부와 관련해서는 아무도 의료기기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식약처는 의학적 효능·효과를 표방하는 공산품광고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고의성 등이 확인된 경우 관련법령에 따라 무허가의료기기로 고발 등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피부미용기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현재 관리방식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앞으로 피부미용기기의 이원화된 관리형태를 재정비하고 인체에 직접 적용되는 만큼 병원에서 사용되는 제품에 대해서만이라도 의료기기에 준하는 안전성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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