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천식환자에게도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기회를”
“중증천식환자에게도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기회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4.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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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세계 천식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 개최
중증천식의 심각성 전달…인식 전환, 치료환경 개선 한목소리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가 세계 천식의 날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개최, 중증천식의 심각성을 알리고 인식 전환 및 치료환경 개선에 강력히 목소리를 냈다. 

매년 5월 첫 번째 화요일은 세계천식기구(GINA)가 지정한 ‘세계 천식의 날’이다. 천식은 단순히 기침을 많이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래, 쌕쌕거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특히 대부분의 치료법에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중증천식환자들은 어려움이 더욱 크다. 심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빈번한 데다 장기간 경구용 스테로이드 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

더 큰 문제는 중증천식 치료에 효과적인 생물학적제제가 여럿 개발돼 적극 사용이 권고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비급여로 처방돼 장기간 사용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증천식환자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치료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는 오늘(27일) 세계 천식의 날을 앞두고 ‘숨 막히는 고통, 중증천식을 말하다’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장석일 회장(성애병원 의료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 천식의 날을 맞아 천식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내 천식 치료환경의 개선점을 논의하고자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오늘을 계기로 중증천식의 치료환경이 개선돼 환자들이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어려움 없이 치료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중증천식환자들의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는 임상현장 전문가들이 발표에 나섰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가 일반천식과 다른 중증천식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먼저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는 ‘중증천식’이란 주제로 일반천식과 다른 중증천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권혁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천식은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면서 수축, 경련이 일어나고 이러한 증상이 오래돼 피부가 노화되는 것처럼 쭈글쭈글해지고 회복이 안 되는 질병이다. 다행히 환자의 90%는 기관지의 염증을 완화하는 흡입스테로이드제를 통해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문제는 남은 10%의 환자들이다. 이들은 흡입스테로이드제를 써도 증상 조절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로 중증천식으로 분류된다. 중증천식환자들은 쌕쌕거림, 호흡곤란뿐 아니라 가슴조임, 수면 중 발작, 맥박 빨라짐 등의 증상이 발생해 고통이 크다.

게다가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사용하면서 백내장, 녹내장,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등 다양한 합병증위험에 노출되며 이로 인해 의료비 부담도 가중된다.

권혁수 교수는 “중증천식환자들은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사용에 따른 다양한 합병증 부담까지 안고 있어 여러모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뒤이어 발표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는 ‘국내 중증천식의 질병 부담 및 미충족 수요’를 주제로 국내 중증천식의 유병현황을 자세히 전했다.

김태범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국가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증천식 유병률은 6.1~10%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천식기구에서 제시하는 6.1% 이상의 높은 수치다. 또 중증천식의 외래방문횟수는 비중증천식에 비해 약 3배, 연간 입원횟수는 약 2배에 달하며 외래비용 또한 비중증천식의 약 3배, 환자당 약제비용은 9~10배에 달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중증천식 치료에 효과가 탁월한 다양한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돼 세계천식기구, 국내 진료지침 등에서 환자 상태에 따라 알맞은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토록 권고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생물학적제제에 급여 적용이 안 돼 현재 매우 고가로 처방되고 있다는 것.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중증천식환자들에게는 그만큼 경제적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가 국내 중증천식의 유병률과 다른 나라에 비해 보험급여가 제한적인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가 국내 중증천식의 유병률과 다른 나라에 비해 보험급여가 제한적인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범 교수는 “세계 28개국에서는 이미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보험을 적용 중이며 미국, 일본 등 민간보험이 활성화된 국가조차도 부분보험이 적용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천식 표현형 중 일부인 알레르기천식에만 사용할 수 있는 졸레어만이 급여권에 진입해 있어 다른 생물학적제제는 환자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태범 교수는 “무엇보다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려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며 “오늘 자리를 계기로 의료진과 학계는 물론 환자와 언론이 힘을 모아 환자들이 건강한 호흡, 숨쉬는 즐거움을 하루빨리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학회 회원들은 패널토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중증천식의 치료환경 개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다시금 강조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장안수 교수는 “천식은 삶의 질을 매우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인데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 암만큼 중요한 질환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며 “천식에 대한 인식 개선도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지영구 이사장(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역시 “천식이 암, 심혈관질환에 비해 가벼운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러한 인식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보험급여 적용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정재원 보험이사(인제대 일산백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생물학적제제 급여 적용이 더딘 이유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부담 증가가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며 “비용효과를 분석할 환자군도 잘 선정해 재정부담 증가가 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만큼 학회 차원에서도 데이터 수집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장윤석 교수는 “생물학적제제 치료 후 집안일을 하고 심지어 탁구를 시작한 환자들도 있다”며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던 중증천식환자들이 일상으로 돌아와 평범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건 매우 큰 의미가 있는 만큼 환자들에게 일상 회복의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대한민국에서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은 “같은 천식환자라도 증상 정도는 천차만별이며 특히 중증천식은 일반 천식과 전혀 다른 병이라고 생각해야 할 만큼 증상 조절이 어렵고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위험도 크다”면서 “중증천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립하고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접근성도 확대돼 많은 환자가 증상을 조절하며 일상생활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국내 출시된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로는 듀피젠트를 비롯해 졸레어, 누칼라, 파센라, 싱케어 등이 있으며 이 중 알레르기성천식만 표적하는 졸레어 딱 하나만 보험급여가 적용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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