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과 동일한 ‘오가노이드’…신약개발 가능성 활짝
인체조직과 동일한 ‘오가노이드’…신약개발 가능성 활짝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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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Organoid)’는 ‘장기(organ)’와 접미사 ‘유사한(oid)’의 합성어로 줄기세포를 인체의 장기와 유사한 구조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한 장기유사체를 뜻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오가노이드(Organoid)’는 ‘장기(organ)’와 접미사 ‘유사한(oid)’의 합성어로 줄기세포를 인체의 장기와 유사한 구조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한 장기유사체를 뜻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동물실험은 과거 화장품·제약산업 등에서 꼭 필요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이 비윤리적으로 판단, 2013년 유럽연합(EU)과 2017년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판매를 금지했다.

이에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공장기인 ‘오가노이드’다.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기와 비슷한 구조적·생물학적 특징을 갖고 있는 장기 유사체다. 오가노이드는 대뇌, 위, 심장 등 다양한 조직을 본뜬 것이며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특히 오가노이드는 제약산업에 장점을 갖고 있다. 가령 제약산업에서 동물실험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데 10개의 신약 중 9개가량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로 임상시험 중 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인체조직과 동일한 생체 유사성 보유

‘장기(organ)’와 접미사 ‘유사한(oid)’의 합성어인 ‘오가노이드(Organoid)’는 줄기세포를 인체의 장기와 유사한 구조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한 장기유사체를 말한다.

아쉽게도 현재 오가노이드는 제약·바이오 임상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병 연구에 오가노이드가 활발히 사용되며 전 세계가 오가노이드의 잠재성을 인정,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7년에는 약 3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오가노이드는 장기 자체를 완벽히 복사할 수 없지만 장기의 조직, 즉 생체 유사성을 복사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성과 재생산성, 불안정한 프로토콜 등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다.

현재 오가노이드는 ▲신약개발 ▲암연구 ▲맞춤의학 ▲재생치료제 등의 분야에서 개발 중이다. 신약개발에서 오가노이드는 전임상 단계에서 약물 후보물질 선택을 가속화해준다. 암연구에서 오가노이드의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 오가노이드는 짧은 성숙시간을 갖고 있고 종양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어 정상 오가노이드와 비교 가능하다.

미래의학이라고 불리는 맞춤의학에도 큰 강점을 갖고 있다. 가령 낭포성섬유증은 유전자돌연변이가 원인인데 이때 기인하는 유전인자는 2000개가 넘는다. 유전자를 타깃하는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환자마다 약물효용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임상을 진행하면 다양한 유전자에 관한 실험이 가능하며 치료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재생치료제 역시 기대할 만하다. 재생치료제는 줄기세포, 생체재료, 성장인자 등을 활용해 노화되거나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돕는 치료제를 말한다. 2012년 일본 와타나베 마모루(Watanabe Mamorou)박사 연구진이 염증성장질환 모델에 장 오가노이드 이식 시 손상된 장이 재생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해 보였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팀이 인간 장 오가노이드 모델로 장 발달 촉진과 염증성장질환 보호효과를 검증한 신규 유산균을 발굴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손미영 책임연구원은 “인간 전분화능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장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통해 신생아의 분변으로부터 분리한 유산균 균주의 효능을 확인했다”며 “새롭게 발굴된 기능성 루테리 유산균은 유아의 장 발달과 염증성장질환 예방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가노이드 연구 분야(사진=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
오가노이드 종류 및 활용분야(사진=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

■韓 3개 기업, 미국·영국 맹렬히 추격 중

오가노이드 개발에 전 세계가 적극적인 가운데 현재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유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넥스트앤바이오 ▲강스템바이오텍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의 기업들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넥스트앤바이오는 올해 진행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에서 환자 검체 기반 췌장암·담도암 오가노이드 모델 수립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넥스트앤바이오 췌장암·담도암 오가노이드 분석결과 병리학적 검사에서 악성세포가 관찰되지 않았던 샘플에서도 악성종양을 발현하는 오가노이드가 배양됐다. 또 암환자에게서 확인된 종양 내 이질성처럼 오가노이드에서도 이질성이 확인됐다. 이에 넥스트앤바이오는 비수술적으로 채취된 검체만으로도 췌장암·담도암 오가노이드를 배양할 수 있게 됐고 해당 오가노이드가 기존 병리학적 검사보다 민감도가 높을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양 내 세포 간 유전적 이질성까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바이오 아바타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강경선 교수팀과 피부와 완벽하게 동일한 형태의 인체 세포 유래 피부 오가노이드를 구현, 아토피성피부염질환 모델을 확립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020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인간피부 오가노이드에 관한 한계점을 극복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강스템바이오텍과 연구팀은 피부 오가노이드 제작과정에서 윈트(Wnt;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결합해 시작되는 신호전달 경로의 한 부류) 신호 기전 활성화를 유도하면 기존 연구에서 문제가 된 연골 과형성을 억제하는 순수 인간 피부조직만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국내 대표적인 오가노이드 연구 기업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3월 29일 심포지엄을 통해 아톰 플랫폼(ATORM Platform)과 임상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아톰 플랫폼은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 플랫폼으로 ▲높은 재생능 기반의 효과 증대 ▲낮은 발암성에 기인한 안전성 ▲다양한 적응증 확장성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지난해 8월 장질환 재생치료제(ATORM-C)의 임상연구 2건(크론병에 의한 난치성 궤양 재생치료를 위한 장 오가노이드 치료제 개발 및 임상시험 진입·베체트장염치료제 개발을 위한 장 조직 유래 성체줄기세포 기반 임상용 의약품)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진행되는 장 오가노이드 임상연구로서 큰 의미가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이경진 CTO는 “오가노이드는 재생치료에 있어 이미 효과가 입증된 바 있고 최근 병용요법에 관한 특허도 취득했다”며 “앞으로 2~3달 이내에 ATORM-C의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며 침샘 오가노이드(ATORM-S) 개발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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