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면역력 쑥 ‘황기’…올여름엔 삼계탕 대신 황계탕도 굿!
[한동하의 식의보감] 면역력 쑥 ‘황기’…올여름엔 삼계탕 대신 황계탕도 굿!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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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며칠 전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바로 ‘황기’가 심장마비환자의 염증을 62%까지 줄였다는 외국의 연구결과였다. 보통 보약으로만 알고 있는 황기가 염증도 조절한다는 것이다. 궁금증이 유발된 차에 황기 효능에 관해 정리했다.

황기는 콩목 콩과의 다년성 식물이다. 주로 뿌리를 약용한다. 콩과 식물에는 대표적으로 콩이 있고 황기와 함꼐 칡, 회화나무, 고삼, 아카시아(아까시나무) 등 의외의 식물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이들 식물은 잎모양이나 씨앗깍지 모양이 서로 비슷한 것을 보고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황기는 한자로는 黃耆 또는 黃芪로 표기된다. 하지만 국내 한의서에는 주로 ‘黃芪’로 돼 있다. <본초강목>에는 ‘황기(黃耆)의 기(耆)는 으뜸[長]이라는 뜻이다. 황기의 색이 누렇고 보해 주는 약의 으뜸이기 때문에 이름 지어졌다. 지금 민간에서는 황기(黃芪)로 통용해 쓴다’라고 했다.

이때 우리말로는 ‘단너삼’이라고 부른다. 너삼은 고삼(苦蔘)의 한글 이름이다. 고삼(너삼)은 맛이 쓴지만 황기는 맛이 달아서 단너삼이라고 부른 것이다. 실제로 황기와 고삼은 잎과 꽃 모양이 아주 비슷하고 약으로 사용하는 뿌리줄기도 아주 긴 공통점이 있다. 고삼도 황기와 마찬가지로 콩과다.

황기는 맛이 달다. 또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이 때문에 약으로도 많이 사용되지만 민간에서는 주로 삼계탕에 인삼 대신 다용되고 있다. 처방으로는 대부분 보약에 들어간다. 보통 황기는 1년근부터 사용 가능하지만 3년근 정도 돼야 뿌리도 비대하고 약효도 가장 좋다.

황기는 궤양에 새살을 돋게 하고 통증을 없앤다. <본초정화>에는 ‘종기와 오래돼 잘 아물지 않는 부스럼을 다스리며 고름을 배출시키고 통증을 멎게 한다’고 했다. 황기는 과거 허약한 환자들의 화농성질환에 매우 다용됐다. 치질에도 좋은데 <식의심감>에는 ‘5가지 치질로 하혈하는 경우를 치료하려면 황기죽(黃蓍粥)을 처방한다’고 했다. 황기죽은 황기와 쌀을 섞어 죽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기운을 끌어 올려주는 효능이 커서 탈항이나 탈장에도 좋다.

황기는 당뇨병에도 좋다. 특히 당뇨병으로 인한 상처회복에 효과적이다. <동의보감>에는 ‘소갈을 치료한다. 소갈로 창(瘡)이 생기려고 하거나 옹저(큰 종기)를 앓고 난 뒤에 갈증이 생겼을 때는 황기를 많이 달인 물을 먹으면 묘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당뇨병환자들은 상처회복이 잘 되지 않고 당뇨발(당뇨병성 족부궤양)로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황기가 도움이 된다.

실제로 황기는 혈당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황기는 췌장의 베타세포 사멸을 억제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 혈당을 조절한다. 또 인슐린 민감성과 저항을 개선하기 때문에 당뇨병 자체에 좋다.

황기는 ▲당뇨병 ▲소아 잔병치레 ▲통증 ▲다이어트 등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얼굴이 검고 말랐으며 열이 많은 체질에게는 적합하지 않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황기는 ▲당뇨병 ▲소아 잔병치레 ▲통증 ▲다이어트 등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얼굴이 검고 말랐으며 열이 많은 체질에게는 적합하지 않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황기는 식은땀을 줄인다. <본초강목>에는 ‘허로로 인한 식은땀을 치료한다. 기가 허약해 수면 중에 땀이 나는 것이나 낮에 저절로 땀이 나는 것. 피부가 아픈 것까지 치료하기 때문에 이 약은 표피를 치료하는 약이다’고 했다. <단곡경험방>에는 ‘자한(自汗)을 치료할 때 봄과 여름에는 황기를 쓴다’라고 했다. 황기가 도움이 되는 식은땀은 몸이 허하면서 기운이 없고 냉기를 느끼면서 나는 식은땀을 말한다. 단 몸이 항상 덥고 열이 많고 얼굴이 붉으면서 나는 땀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황기는 주로 낮 동안의 식은땀에 사용되지만 밤사이의 도한(盜汗)에도 당귀나 숙지황과 함께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또 땀이 많을 때는 줄이지만 땀이 너무 없는 경우에는 발한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한마디로 피부를 건강하게 한다.

황기는 허로(虛勞)를 보한다. <동의보감>에는 ‘허손으로 야윈 데 주로 쓴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기를 북돋우고 음기(陰氣)를 이롭게 한다. 기허로 숨을 헐떡이는 증상, 기를 도와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살을 자라게 하고 혈(血)을 보해 준다’고 했다.

황기는 마른 사람에게는 기운이 나게 하면서 살을 찌워준다. 반대로 너무 비만하면서 몸이 차고 기운이 없다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살이 빠지게 하면서 몸을 가볍게 한다. 소위 물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과거에 고기는 몸을 보하는 대표적인 식품이었다. 특히 양고기는 기운이 뜨겁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이 나게 하는 효능이 있다. 하지만 <본초강목>에는 ‘황기는 약 중에 보익하는 것으로 양고기라 부른다’고 했다. <식물본초>에는 ‘양고기는 인삼이나 황기에 견줄 수 있으니 인삼과 황기는 기를 보해주고 양고기는 형체를 보해준다’고 했다. 황기를 먹으면 마치 양고기를 먹었을 때와 비슷한 효과를 봤던 것 같다.

황기에는 다당류와 함께 ▲이소플라본 ▲칼리코신 ▲트리테르페노이드 등의 성분이 포함돼 있어 항산화·항염증·항노화작용 등을 한다. 황기는 면역세포를 증식시켜 면역력을 높이고 반대로 면역글로블린과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억제해 면역반응과 염증을 조절한다. 게다가 사람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여 수명연장, 근육과 폐를 강하게 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황기는 소아의 잔병치레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소아의 온갖 백병(百病)을 치료한다’고 했다. 따라서 황기는 아이들의 기를 무난하게 보하면서 밥도 잘 먹게 하고 잦은 배앓이를 멎게 하며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좋다. 잦은 감기뿐 아니라 환절기 비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에도 효과적이다.

보통 삼계탕에 인삼 대신 황기를 넣기도 한다. 단 황기는 인삼과 약간 차이가 있다. <본초강목>에는 ‘인삼은 속을 보해 주고 황기는 피부를 실하게 한다. 정신이 부족하고 맥이 미약한 자는 인삼을 군약(君藥)으로 삼는다. 피부가 허해 생긴 식은땀으로 망양증(亡陽症)이 있거나 궤양, 두진(痘疹), 음창(陰瘡)이 있을 때는 황기를 군약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둘 다 보하는 작용이 있지만 인삼은 보하는 작용이 강하면서 주로 속에서 보한다. 반대로 황기는 보하는 작용이 완만하면서 주로 곁에서 보한다. 식은땀이 많고 피부에 종기가 자주 생기면서 보하고 싶다면 황기를 선택해야 한다.

황기는 효능에 따라 수치(修治)를 달리한다. 황기로 몸을 보하거나 식은땀에 사용할 때는 꿀에 담갔다가 불에 구워서 사용하고(황기밀구) 농을 제거하거나 허화(虛火)를 사(瀉)하려면 생것을 사용해야 한다. 쉽게 말해 보약에 넣으려면 밀구(蜜灸)를 하고 화농성질환에 사용할 때는 생용하라는 말이다.

황기를 먹으면 안 되는 사람도 있다. <동의보감>에는 ‘살이 찌고 피부색이 희며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이 복용하면 효과가 있지만 검으면서 기가 실한 사람은 복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황기는 몸이 마르고 차면서 기운이 없거나 또는 몸이 비만해도 살이 희면서 몸이 냉하고 땀이 많은 체질에게는 좋다. 하지만 얼굴이 검고 말랐으며 열이 많은 체질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또 감기 기운이 있거나 가슴과 명치가 답답하고 체기가 있을 때 상열감을 많이 느낄 경우, 평소 화(火)를 자주 내거나 열감을 많이 느낄 때는 섭취하지 않는다.

황기는 흔히 접할 수 있으면서 효과도 좋은 보약이다. 가격이 저렴해 인삼을 대신 하면서도 인삼에 없는 효능도 있어 금상첨화다. 삼계탕(蔘鷄湯)에 인삼 대신 황기를 넣는다고 아쉬워할 것 없다. 바로 황계탕(黃鷄湯)이다. 비교적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좋아 다행이다. 올여름은 황기로 건강을 챙겨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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