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중요한 ‘뇌졸중’...급성어지럼증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골든타임 중요한 ‘뇌졸중’...급성어지럼증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0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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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선욱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이선욱 교수는 “뇌졸중 전조증상으로는 ▲갑작스러운 어지럼증 ▲심한 두통 ▲언어장애  ▲시야장애 ▲한쪽 마비 등이 있다”며 “이때 어지럼증은 일시적인 증상이 아닌 24시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욱 교수는 “뇌졸중 전조증상으로는 ▲갑작스러운 어지럼증 ▲심한 두통 ▲언어장애 ▲시야장애 ▲한쪽 마비 등이 있다”며 “특히 뇌졸중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일시적이 아닌 24시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나의 시계는 그 순간 멈춰버렸다.”

휠체어에 앉아 담담히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맘이 아팠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의 마비가 찾아와 보호자가 없으면 일상생활 자체가 어렵다고 했던 그녀의 말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가족마저 병들게 하는 병. 장기간 재활을 거쳐도 완전히 회복할 것이란 보장이 없는 질환이 바로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전 세계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타 질환과 비교해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뇌출혈) 뇌세포가 손상, 치료시기를 놓치면 여러 후유증이 발생하기 때문.

뇌졸중 후유증은 뇌가 담당하는 기능이 무엇인지에 따라 사지마비, 언어장애, 성격 변화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게다가 운좋게 제때 치료해도 예전처럼 생활하기는 어렵다. 신경은 한 번 망가지기 시작하면 100% 회복이 어려워서다. 따라서 뇌졸중은 조기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적인 뇌졸중 전조증상으로는 ▲갑작스러운 어지럼증 ▲심한 두통 ▲언어장애 ▲시야장애 ▲한쪽 마비 등이 있다. 만일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전 세계 의학자들은 뇌졸중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이라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예방과 진단을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뇌졸중에 관해 연구해온 만큼 그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뇌졸중의 조기예방을 얘기할 때는 힘이 실려 있었다.

이선욱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급성어지럼으로 발현하는 뇌졸중의 조기진단법’을 개발, 해당 연구결과가 임상신경학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미국신경과학회지 ‘신경학(Neurology)’에 게재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를 만나 연구계기 등 보다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 뇌졸중은 사망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질환이다.

쉽게 얘기하면 뇌졸중은 부분·전체적으로 뇌기능의 장애가 상당기간 이상 지속된 것이다. 이때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 뇌 안에 피가 고여 그 부분의 뇌가 손상되는 ‘뇌출혈(출혈성뇌졸중)’ 등으로 구분된다. 단 허혈성과 출혈성 발현은 급성으로 동일하다.

- 최근 뇌졸중환자 연령대가 낮아졌다.

뇌졸중 발생 연령대가 낮아진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진단기술의 발달로 조기에 뇌졸중을 진단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구화된 식습관, 인구고령화, 흡연, 음주 등 다양한 원인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 뇌졸중 하면 전조증상이 항상 언급된다. 

많은 사람이 두통, 어지럼증과 헷갈려하지만 뇌졸중은 이들 증상과 더불어 여러 신체적인 증상이 동반된다.  ▲한쪽 팔다리가 저리거나 마비감이 있는 경우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 ▲안면마비가 생기는 경우 ▲갑자기 어지러워지면서 균형을 못 잡는 경우 ▲급성으로 발생하는 심한 두통 등이 있다. 특히 65세 이상, 동맥경화, 고혈압, 비만, 당뇨, 흡연, 음주 등은 뇌졸중 고위험군으로 여기에 해당한다면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뇌졸중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균형잡힌 식습관,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 등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간혹 오메가3 복용도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 환자들이 있는데 여러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뇌졸중을 진단하는 의사들은 ‘Time is brain’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뇌혈관이 막히면 시간이 지날수록 뇌신경 세포들이 죽고 뇌조직이 괴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상 발현 후 얼마나 빨리 처치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뇌기능 보존과 후유증의 여부가 판별된다.

이때 뇌혈류가 다시 공급돼 괴사 없이 뇌기능이 회복되면 ‘허혈성뇌졸중’이라고 한다. 뇌졸중환자의 기능회복을 측정하는 척도로는 ‘mRS(modified Ranking Score)’가 사용되며 후유증이 거의 없는 0에서 사망을 뜻하는 6까지 구분돼 있다. 5·6은 대부분 사망으로 이어지는 mRS 0~1, 즉 경미한 후유증을 남기는 비율이 10~20% 정도로 대부분 출혈성뇌졸중이다. 허혈성뇌졸중(뇌경색)은 약 반에서 2/3정도다.

- 뇌졸중도 조기진단이 가능한지.

뇌졸중에서 조기진단이란 표현은 옳지 않다. 조기예방이라는 말이 옳다. 가령 65세 이상이면서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뇌졸중 발병위험이 높아 조기에 예방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환자들이 CT·MRI를 많이 얘기하는데 증상이 없으면 진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어지럼증이 있는 경우 CT는 촬영하지 않는다. CT는 방사선피폭도 있기 때문에 사용해선 안 된다. 반면 MRI는 높은 확률로 뇌졸중을 잡아내지만 응급실에 방문해 급히 촬영하는 초기 MRI의 경우 10~20%로 맹점이 발생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병력청취다.

- 급성어지럼증으로 발현하는 뇌졸중 조기진단법을 개발했다.

이미 미국에서 2009년에 급성어지럼증을 진단할 때 MRI가 아닌 다른 검사법이 개발된 바 있다. 바로 HINTS(두부충동검사, 안진검사, 스큐편위) 검사법이다. HINTS검사법은 현재 전 세계에서 후방순환계 급성어지럼증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두부충동검사에 착안, 고도화했다. 이번에 개발한 진단법을 활용하면 급성어지럼의 감별과 진단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두부충동검사는 환자에게 한 곳을 주시하게 한 상태에서 세반고리관의 각도에 맞춰 두부충동(머리를 갑자기 흔들었을 경우)을 가해 안구의 움직임을 평가한다. 하지만 급성어지럼으로 발현한 59명의 뇌졸중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중 24%의 환자들의 초기 MRI에서 뇌졸중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19%의 환자들은 기존의 두부충동검사를 통해서도 정확히 진단할 수 없었다.

- MRI 없이 후방순환계 뇌졸중환자 진단이 가능하다는 뜻인지.

맞다. 급성으로 발현되는 어지럼증은 주로 전정신경염이다. 하지만 이때 뇌의 뒷부분에서 발생하는 후방순환계 뇌졸중과 구분이 필요하다. 어지럼증이 24시간 이상 진행되며 자꾸 넘어지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면 뇌졸중에 의한 급성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즉 기립성 어지럼증처럼 잠시 발생하는 어지럼증은 뇌졸중이 아닌 셈이다.

특히 MRI의 경우 전방순환계 뇌졸중에는 효과가 있지만 후방순환계 뇌졸중환자는 많이 놓친다. 이에 MRI의 오차율을 최소화하면서 전체 뇌졸중환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후방순환계 뇌졸중환자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비디오두부충동검사의 원자료를 분석해 여러 가지의 아형으로 분류하고 기존에 간과된 교정단속운동의 패턴을 분석해 새로운 조기진단법을 개발했다. 이 진단법은 민감도 81.7%, 특이도 91.5%의 높은 정확성을 보였다.

- 급성어지럼증 외에 후방순환계 뇌졸중 의심증상이 있나. 

혼자 서지 못할 정도의 어지럼증과 마비, 언어장애 등이 동반되면 바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뇌졸중은 언제 발현될지 모른다. 혈관성뇌졸중은 전조증상 후 평균 1주일 내 증상이 발현된다. 하지만 그밖의 뇌졸중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고위험군 환자에서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지체없이 병원을 방문할 것을 당부한다. 

- 뇌졸중환자는 재활도 필수다. 재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한마디 부탁한다. 

재활치료는 매우 고통스럽다. 자신의 의지대로 몸이 따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졸중에서 재활은 예방만큼이나 중요하다. 재활치료는 후유증 증상과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의사가 설정한 재활강도를 잘 따라오면서 꾸준히 치료하면 신경결손을 최소화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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