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무보존제화장품,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기자의 눈] 무보존제화장품,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3.05.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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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기자

화학성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유해성분이 얼마나 적은지를 기준으로 화장품을 고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 대표적 성분이 화장품의 미생물오염을 막아주는 보존제다. 이전에는 방부제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보존제가 정확한 표현이다. 한때 살균제파동으로 인해 화학성분에 대한 공포가 퍼지면서 보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

화장품은 사용과정에서 미생물이 유입되고 증식하기 쉬워 변질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소비자안전을 위해서는 화장품보존제가 반드시 함유돼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보존제의 종류와 사용한도를 정해 고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방부제화장품’ 또는 ‘무보존제화장품’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은 도대체 뭘까? 일단 보존제 없는 화장품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은 식약처가 고시한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다. 

화장품을 장·단기적으로 보관하기 위해서는 보존제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미생물오염과 증식을 막을 수 있는 특별한 용기를 사용하거나 식약처가 보존제로 지정하지 않았어도 보존제역할을 하는 성분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식약처가 보존제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보존제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성분은 ▲헥산디올 ▲폴리올 ▲에틸헥실글리세린 ▲하이드록시아세토페논 등이 있다. 또 식물성분을 이용해 보존제역할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는데 에센셜오일이 대표적이다. 결국 이들 제품은 보존제 없는 화장품이 아니라 보존제역할을 하는 성분은 함유돼 있지만 식약처에 고시되지 않은 성분을 사용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보존제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보존제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유해성분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심리를 이용해 보존제역할의 성분을 넣었으면서도 단지 식약처가 지정한 성분이 아니라는 것을 빌미로 무보존제화장품으로 광고한다는 것은 마치 안전한 제품인 양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화장품의 경우 보존제보다 사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생물오염을 막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하다. 하지만 무보존제화장품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이 미생물로부터 어떻게 화장품의 안전성을 담보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유해물질이 함유되지 않았다는 거짓홍보문구에 속는 것도 모자라 보존력이 입증되지 않는 제품을 자신의 얼굴에 아무런 의심 없이 바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식약처는 화장품보존제 재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고 무보존제화장품을 수시로 모니터링해 이들 성분을 정확히 조사해 국민의 피부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원천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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