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간병인은 왜 항문에 기저귀를 넣었을까
[특별기고] 간병인은 왜 항문에 기저귀를 넣었을까
  •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편한자리의원 원장)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3.05.26 11: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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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편한자리의원 원장)<br>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편한자리의원 원장)

필자의 병원에서 체위변경 하던 환자의 대퇴골이 부러졌다. 2명의 중국 동포 간병인 10명의 환자를 간병했고 병실을 옮겼기에 4명의 간병인을 불러 환자의 골절을 알았는지 물어봤다. 일부러 모른 척한 것인지,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져 서서히 골절된 것인지 결국 밝혀내지는 못했다. 병원을 양도 양수한 직후라 필자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직원이 많았고 필자가 말해도 쳐다보지 않는 간병인도 있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사전에 여러 간병업체를 만나보고 업체를 선정하고 금융실명제 실시처럼 하루아침에 간병인 업체를 교체했다. 새로 입사한 직원들과 욕창 문제를 고민하면서 간병인 체위변경을 잘하는 방법을 고민했지만 4차·5차 함수처럼 풀 수 없었다. 창원 희연병원에서는 욕창 예방을 위해 2시간 간격으로 방송하고 직원은 창문을 열어 환기 후 환자 체위변경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병동 수간호사와 원무과장 등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병실에 스피커를 설치했다. 한국인 직원이 먼저 해야 간병인이 따를 것이란 생각에 직원들을 교육하고 푸짐한 음식을 준비한 후 간병인에게 이를 건네면서 2시간마다 방송이 나오면 체위변경을 부탁한다고 했다. 한국말을 모르는 간병인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중국 말로 설명을 덧붙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요양병원은 간병제도가 없고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 직접 교육할 수 없어서였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간병인은 협조했으나 차가운 간병인의 반응은 ‘내가 왜!“였다. 병원장이 병실에 들어가도 누워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분들도 많았다. 당시는 코로나 전이라 간병인 수급이 원활했기에 간병업체(인력 파견업체)를 통해 간병인 교체를 요구했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체위변경이 잘 되니 욕창이 줄고 OPWT 드레싱(Open Wet Dressing Theraphy, 피부에 자극이 되는 소독액을 사용하지 않고 생리식염수만으로 세척한 후 비닐 랩을 덮어 습윤한 환경을 조성하는 드레싱방법)으로 욕창 치료를 했다. 욕창이 좋아지니 요양병원 특유의 냄새가 사라졌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간병인 수급이 어려워졌다. 남양주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폭언, 폭행뉴스가 나왔고 언론 인터뷰를 했다. 기자님께 간병제도의 부재를 알렸지만 내용이 복잡해 필자의 인터뷰는 나오지 않았다.

정말 요양병원 간병문제는 복잡하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고 얽힌 실타래처럼 풀기 어렵다. 국가재정의 문제이며 장기요양기관의 강력한 반발도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시간을 더 끌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뿐이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버지 항문에서 30cm 기저귀가 나온 사건만 봐도 그렇다. 뉴스를 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대한요양병원협회는 마포 경찰서에 해당 사건을 노인복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필자는 해당 사건의 병원장과 연락했다. 병원장은 고령자 의료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개원했다. 2년간 적자로 파산 신청까지 고민할 정도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병원장의 고민을 들으면서 이번 문제는 필자의 병원에서도 터질 수 있는 폭탄이라 생각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특정한 집단, 사람에게 주홍글씨를 새겨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다음에도 유사한 문제, 아니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침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 제도화를 위해 외부에 연구용역을 맡겼고 필자도 회의에 참석 중이다. 협회도 최선을 다해 좋은 정책을 제안할 것이다. 

문제는 현장에 있고 해결책도 현장에 있다. 이번 사건이 고령화시대 대한민국의 고령자 의료, 요양, 돌봄문제를 해결할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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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2023-06-06 07:40:10
안락사 를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
사는게 사는것이 아니다

김영식 2023-05-26 19:20:37
충남 아산 이화피닉스 요양병원
내국인 간병인 시범사업 중입니다
요양병원 간병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