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골밀도(T-점수) ‘–2.5’가 야속해
[기자의 눈] 골밀도(T-점수) ‘–2.5’가 야속해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5.26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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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밀도수치가 딱 –2.5이네요. 아직 젊으니까 지금부터 꾸준히 약물치료 하면 여기서 더 떨어지지 않고 좋아질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참 희한한 게 골밀도수치가 좋아지면 보험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아예 약을 좀 넉넉히 처방해줄게요.”

좀 부끄럽지만 기자는 20대 후반에 골밀도(T-점수)가 -2.5에 딱 걸쳐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T점수가 1 이상이면 정상 ▲-1~-2.5 골감소증 ▲-2.5 이하 골다공증). 처음에는 부인과적인 문제로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에스트로겐(뼈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작용을 함)이 부족해지면서 결국 뼈까지 안 좋아진 것이다. 당시 주치의 선생님은 골밀도검사를 일찍 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위와 같은 설명과 함께 약을 ‘꾸준히’ 복용하라고 당부했다.

꾸준한 약물치료로 골밀도수치가 호전됐다는 건 환자에게도, 주치의에게도 참 좋은 일인데 약값이 비싸진다니. 마음 한구석이 좀 불편했다. 본의 아니게 몇 달 치 더 처방받은 약을 들고 나오면서 보험 적용이 안 됐을 때 지출될 약값을 머릿속에 계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골다공증 진단기준을 골밀도수치(T-score) -2.5로 두고 여기에 해당하면 치료약제에 대한 건강보험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 도중 골밀도수치가 –2.5보다 좋아지면 보험 적용이 안 돼 오롯이 환자가 치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최신 국제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치료 중 골밀도수치가 –2.5를 초과하더라도 골다공증 진단은 여전히 유지된다고 제시하고 있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들 역시 이에 발맞춰 투여기간 제한 없이 건강보험 지원혜택을 제공, 골다공증 ‘지속치료’를 보장하고 있다. 골밀도수치를 기준으로 골다공증 약제의 투여기간을 제한하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뿐이다. 

이러한 치료환경이라면 환자는 ‘어쨌든 좋아졌으니까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굳이 돈을 더 내고 약 먹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당연히 병원도 찾지 않게 된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러한 점을 가장 우려한다. 골다공증은 작은 충격에도 골절될 수 있어 골밀도수치가 좋아져도 ‘골절 예방’을 위해서는 계속 약물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 골절되면 재골절될 위험이 높아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건 더더욱 안 된다. 골다공증 역시 고혈압, 당뇨병 못지않게 약물치료가 중요한 만성질환인 것이다.

물론 보험 적용은 국가재정과 비용 대비 효과성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계속 공론의 장을 열어 골다공증 치료환경 개선을 외치는 이유는 좋은 골다공증 신약들을 통해 환자의 첫 골절 발생시점을 늦출수록 정부 재정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골대사학회가 최근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골다공증 골절 발생 시 환자 1인당 치료비용은 80% 증가한다. 하지만 치료율이 현재 대비 50% 향상되면 20년간 의료비는 28.4조원, 사회 전체비용은 25.8조원 절감해 연평균 1조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평생 보장이 어렵다면 최소 3년 이상의 급여를 보장해 골다공증환자들이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치료환경 개선은 골다공증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도 높일 수 있다. 대한골대사학회가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국내 50~70대 여성 1008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2명 중 1명이 허리가 굽고 키가 줄어드는 증상을 나이 들면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여기고 있었고 골다공증 골절을 갑자기 닥친 불운한 사고라고 생각했다. 또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에 비해 골다공증 지표가 되는 골밀도(T-점수)수치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낮았다.

올해부터 보건복지부 고시 및 서식개정을 통해 건강검진결과통보서에 골밀도수치가 구체적으로 표시되기 시작했다(이전 결과서에는 정상, 골감소증, 골다공증 여부만 표시). 골다공증 조기발견·치료를 이끌 수 있는 반가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시작이 반이다. 전문가들이 급여기준 개선 요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역시 치료환경에도 분명히 변화가 찾아올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도중에 치료를 포기한 스스로를 깊이 반성하면서 부디 정부가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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