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상처에도 기침에도 굿…우리 몸의 염증 청소부 ‘수세미오이’
[한동하의 식의보감] 상처에도 기침에도 굿…우리 몸의 염증 청소부 ‘수세미오이’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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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여름이 되면 시골 울타리 담장을 타고 수세미오이가 자란다. 수세미오이는 오이처럼 보이지만 오이보다 크고 길쭉하다. 예로부터 수세미오이는 생활용품으로 사용했고 어린 것은 식품으로, 다 자란 것은 약용했다. 오늘은 수세미오이의 다양한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수세미오이는 박목 박과 수세미오이 속 수세미오이종에 속한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로 국내 각 지역에 자란다. <동의보감>에 ‘중국에서 씨를 얻어 옮겨 심었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내로는 중국에서 유입된 것 같다.

수세미오이는 한자로 사과(絲瓜) 또는 사라(絲羅)라고 한다. 천라(天蘿) 또는 천락사(天絡絲)라는 이명도 있다. <본초강목>에는 ‘이 오이[瓜]는 익으면 근사(筋絲)가 마치 그물을 짜 놓은 듯하므로 사라(絲羅)라는 이름이 붙었다’라고 했다. 다 익어서 마른 수세미오이를 잘라보면 안에 섬유질 근맥이 실[사(絲)]로 직물을 짜 놓은 듯 그물처럼 얽혀 있다.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수세미의 어원은 바로 수세미오이에서 유래했다. 옛날부터 마른 수세미오이를 이용해 설거지를 했다. 명나라때 쓰여진 <본초강목>에는 ‘서리를 맞으면 곧바로 시들어 말라서 신발 깔개로만 사용할 수 있거나 솥이나 그릇을 세척할 수 있으므로 민간에서는 세과라과(洗鍋羅瓜)라 부른다’라고 했다. 수세미의 역사가 무척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수세미오이는 맛이 달고 성질은 차며 독은 없다. 덜 자라서 어린 것은 나물로도 먹었지만 약으로 사용할 때는 익은 것을 사용한다. <본초강목>에는 ‘성질이 평(平)하다’고 했지만 많은 한의서에 ‘차다[냉(冷)]’라고 한 것이 맞다.

수세미오이는 해독(解毒)한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차고 해독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삶아 먹으면 열을 제거하고 장(腸)을 매끄럽게 한다. 혈(血)을 식히고 해독한다’고 했다. 해독이란 염증을 제거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열감이 심하면서 염증이 잘 생기는 경우 차처럼 달여서 시원하게 마셔도 좋다. 열을 제거하고 장을 매끄럽게 한다는 것은 열성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수세미오이는 피부의 각종 염증성질환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에는 ‘온갖 악창(惡瘡, 악성 종기)과 유저(乳疽, 유방의 종양), 정창(丁瘡, 뿌리가 깊은 종기), 각옹(脚癰, 다리의 궤양)을 치료한다’고 했다. <의학입문 식치문>에는 ‘이러한 질병들에 바로 열매, 줄기, 씨앗을 태워 가루낸 것을 복용하면 종기가 없어지고 독이 흩어져서 체내를 공격하여 사람에게 독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수세미오이에는 강력한 소염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세미오이는 그냥 태우지 않고 달여 차처럼 마셔도 좋다. 말린 것으로 열매, 줄기, 씨앗 상관없이 하루 20그램 정도면 적당하다. 이후 나오는 ‘태워서 먹는다’라고 설명되는 경우도 임의용지 하면 된다.

수세미오이는 기운을 소통시키며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본초강목>에는 ‘경락을 소통시키며 혈맥을 운행하게 한다’고 했다. 실제로 마른 수세미오이를 잘라 속을 보면 마치 혈맥처럼 근맥이 연결돼 있다. 한의학에서는 서로 비슷한 모양이나 기운을 가진 것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 있는데 이것을 동기상구(同氣相求)라고 한다. 수세미오이는 막힌 기운을 뚫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심혈관질환에도 좋다.

수세미오이는 해독작용과 소염작용이 뛰어나 피부 상처나 염증으로 인한 천식, 기침, 축농증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속이 냉한 체질은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세미오이는 기침·가래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담(痰)을 삭여 기침을 멎게 하고자 할 때는 수세미오이를 약성이 남도록 태우고 가루 낸 다음 환을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수세미오이는 기관지의 염증을 줄여주기 때문에 천식, 만성기침, 가래를 제거하는 효과가 좋다. 만성적인 비염, 축농증, 중이염에도 도움이 된다.

수세미오이는 특히 축농증(부비동염)에 특효다. 부비동염은 비연(鼻淵)이라고 하는데 <의종금감>에는 ‘비연은 코 속에서 탁한 콧물이 나오는 것인데, 오래되면 더럽고 비릿한 핏물이 흘러나온다. 이때는 천라산(天羅散)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천라산은 바로 수세미오이의 줄기로 만든 처방이다.

수세미오이의 줄기를 사과등(絲瓜藤)이라고 하는데 ‘뿌리 가까이 있는 사과등을 잘라서 약성이 남도록 태운 후 이것을 가루로 해서 매번 황주로 복용하라’고 했다. <단방비요경험신편>에는 뿌리 쪽에서 1척(尺), <경악전서>에는 3~5척을 자르라고 했다. 참고로 1척은 약 30cm에 해당한다. 태우지 않고 단지 줄기를 달여서 먹어도 좋다. 임상에서는 그냥 말린 사과 등을 축농증환자들의 탕약에 넣어 활용한다.

수세미오이는 풍치로 인한 치통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풍치로 이가 아픈 증상에 온갖 약을 써도 효과가 나지 않을 때 이것을 쓰면 풍을 매우 잘 제거한다’고 했다. 방법으로는 수세미오이를 태워서 가루 낸 후 통증이 있는 부위에 문질러주면 바로 좋아진다고 했다. 요즘이라면 태우지 않고 마른 수세미오이, 줄기, 씨앗 모두를 함께 가루 내서 양치할 때 섞어서 사용해도 좋고 진하게 달여서 가글해줘도 도움이 되겠다.

수세미오이 줄기의 수액도 약이 된다. 수세미오이의 줄기나 덜 자란 수세미오이 밑동을 잘라 놓으면 수액이 방울방울 떨어지는데 이것을 모아서 염증성 피부에 바르거나 음용하면 천식이나 만성기침, 비염, 축농증에도 도움이 된다. 상처에 발라도 빠르게 아문다. 단 오랫동안 방치하면 상할 수 있어 반드시 냉장보관해야 한다.

수세미오이의 수액을 과거에는 천라수(天蘿水)라고 했다. <본초강목습유>에는 ‘상강 후에 거칠고 큰 수세미오이 덩굴만 골라 뿌리를 파내어 3~4치 정도 잘라 병 속에 하룻밤 꽂아 놓으면 그 뿌리 속에서 즙이 병 속으로 떨어지는데, 이것을 천라수(天蘿水)라 한다’고 했다. 뿌리 속의 수액과 줄기나 열매 속의 수액은 동일한 성분으로 추측된다.

수세미오이에는 플라보노이드 화합물, 사포닌, 쿠마르산 등이 풍부해 혈액순환 촉진, 노폐물 제거, 항산화효과, 소염작용 등이 뛰어나다. 따라서 일반적인 염증성질환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대사증후군에도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여성들의 음료수 대용으로도 좋다.

수세미오이는 속이 냉한 경우 복용에 주의한다. <식감본초>에는 ‘성질이 차서 양(陽)을 상한다’고 했다. 몸이 냉한 경우 양기를 누르기 때문에 냉감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평소 열성 변비가 있는 경우에는 좋지만 반대로 설사를 자주 하는 경우는 금한다. 찬 것을 먹으면 복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맞지 않는다.

수세미는 그릇이나 솥에 묻은 오물을 잘 닦아낸다. 반면에 수세미오이는 몸의 염증을 잘 씻어낸다. 수세미오이를 달여 먹거나 말린 것을 가루내 먹거나 수액을 받아서 먹으면 몸이 염증을 깨끗하게 닦아 줄 것이다. 달인 것이나 수액은 세안제나 피부에 바르는 용도로 사용해도 좋다. 수세미오이는 몸의 염증 청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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