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안전상비약 10년째 답보…국민 “품목확대 원해”
편의점 안전상비약 10년째 답보…국민 “품목확대 원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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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0년째 13개 품목 한정, 약사회 반발 거세
해외 여러 국가 안전상비약 품목확대 증가 추세
약사회 “국민건강 위협“…해외, 상비약 안전성 검증완료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가 안전상비약 제도가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13개 품목으로 한정돼있는 상황을 지적, 국민의 안전상비약 공백 해소 및 접근권 향상을 위해 대국민 수요조사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안전상비약 제도가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13개로 품목이 한정돼 있는 상황을 지적, 국민의 안전상비약 공백 해소 및 접근권 향상을 위해 대국민 수요조사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상비약) 판매가 가능하도록 약사법이 개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의약품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비약 편의점 판매는 2012년 5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 국민들이 의약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불편을 완화하고자 약사법을 개정하면서 시행됐다. 

이때 상비약은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20개 품목을 24시간 운영 가능한 점포에서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통해 기존 20개 품목에서 ▲해열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을 선정, 총 13개 품목으로 축소해 2012년 11월부터 약국외 장소에서 판매가 가능해졌다.

일각에서는 상비약 판매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이에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가 30일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국민 수요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시민단체 “팬데믹 이후 상비약 수요 크게 증가”

“팬데믹 이후 응급상황에 대한 국민의 안전상비약 미충족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제도 도입 10년이 경과한 지금 효용성을 검토하고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상비약 공백 해소 및 접근권 향상을 위해 이번 간담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수요조사를 진행한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2018년 상비약 지정 심의위원회에서 시민단체를 대표해 안전심의위원으로 참석한 바 있다. 당시 네트워크는 상비약 품목확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8%가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어 이전보다 편리하다’고 응답했다. 이때 안전상비약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휴일, 심야시간 급하게 약이 필요해서’가 68.8%로 확인됐다.

상비약 구매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2.1%는 ‘품속 수가 부족해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하며 10년째 답보상태인 상비약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개선방향은 ▲새로운 효능군 추가 60.7% ▲새로운 제형 추가 46.6% ▲기존 제품 변경·추가 33.6% 등 순이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이명주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편의점 상비약에 관한 인지율, 이용률 모두 증가했으며 그중 해열제 구매율이 높게 나타났다”며 “하지만 현재 판매하는 편의점 상비약 수는 부족하며 지사제와 소아 감기약에 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설문조사는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한 설문과 매우 유사했다”며 “수요자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점진적 개선이 필요한 만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은 안전성 담보가 가능한 선에서 점진적인 품목 재편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 소속 단체에는 바른사회시민회의, 서울시보건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미래건강네트워크, 행복교육누리, 그린헬스코리아, 한국공공복지연구소, 공공정책연구소,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등 9곳이 속해 있다.

해외 여러 국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상비약을 약국 외 여러 곳에서 판매 중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약사법에서 규정한 20개의 상비약에 관한 안전성을 평가, 품목확대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해외 여러 국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상비약을 약국 외 여러 곳에서 판매 중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약사법에서 규정한 20개의 상비약에 관한 안전성을 평가, 품목확대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해외, 안전성 입증된 상비약 품목 확대

시민단체는 상비약 품목확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제도 시행 당시 20개 상비약이 검토됐지만 약사단체의 반대 때문에 ▲지사제 ▲제산제 ▲항히스타민 ▲화상연고 등이 배제된 13개 품목만 지정됐다는 것. 

대한약사회는 상비약 품목확대는 의약품 오남용으로 연결, 국민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외는 우리나라와 달리 약국 외 여러 곳에서 상비약을 판매 중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영향이 크다. 건강관리의 핵심 방향은 자기건강관리와 적극적인 건강관리라는 측면에서 상비약 제도를 적절한 보건정책이라고 평가한 것.

이에 미국은 오래전부터 모든 비처방약을 약국 외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허용해왔다. 또 영국은 의약품을 처방약과 비처방약으로 구분하고 비처방약을 다시 약국약과 자유판매약(GSL)으로 구분, 약국 외 자유판매약 판매를 적극 허용해왔다.

더욱이 2009년 유럽 의약품 시장의 82%를 차지하는 18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체코, 덴마크, 핀란드, 독일, 헝가리, 노르웨이, 네덜란드, 폴란드,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 11개국이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또 연구가 진행된 2009년 당시 스웨덴도 약국 외 판매 허용 국가로 바뀌었다.

안전추구 경향이 강한 일본 역시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95%의 비처방약을 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했다.

세부적으로 1998년 1차 개혁에서는 비처방약 15개 품목을 의약부외품으로 전환해 소매점 판매를 허용했다. 2004년 2차 개혁에서는 ‘안전상의 문제가 없는 의약품’으로 선정된 소화제, 정장제 등 15개 제품군 371품목의 비처방약을 의약부외품으로 전환해 소매점 판매범위를 더욱 확대했다. 이후 2009년 3차 개혁에서는 비처방약을 위험정도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하고 등록판매자제도를 신설해 95%에 해당하는 비처방약을 소매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역시 안전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진행할 때 국민 안전성을 고려했다. 시민단체 역시 무조건적으로 상비약 품목을 확대하자는 입장이 아니다. 우선 약사법에 규정된 20개 품목에 관한 조사를 진행, 점차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상비약은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약으로 소비자 권리와 직결돼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의 조사는 시민단체, 유관단체 등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건복지부에서 대규모 조사가 필요한 시점”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비약은 일반의약품 중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을 뜻하는 만큼 약국의 대체제가 아닌 보완제 개념”이라며 “상비약 품목확대는 자신의 건강관리 권리를 확대하는 것으로 우선 법에 규정된 부분에서는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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