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 두려워 마세요…증상에 따라 맞춤치료할 수 있어
‘자궁근종’ 두려워 마세요…증상에 따라 맞춤치료할 수 있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6.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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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성일 헤스티아여성의원 대표원장
추성일 원장은 “자궁근종은 자궁에 발생하는 ‘혹’으로 발생위치, 크기 등 양상이 다양하다”며 “모든 자궁근종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증상에 따라 치료전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추성일 원장은 “자궁근종은 자궁에 발생하는 ‘혹’으로 발생위치, 크기 등 양상이 다양하다”며 “모든 자궁근종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증상에 따라 치료전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갔다. 그것도 여성의원.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는 시간대에 갔지만 여전히 눈치가 보였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이 없는지 두리번거리면서 안내데스크에 쭈뼛쭈뼛 용무를 얘기했다.

남성이 여성의원을 방문하니 어색할 따름이었다. 빨리 내 이름 석 자를 불러주길 마음 속으로 고대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남성의원을 방문할 때도 뻘쭘했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산부인과, 요즘 표현으로 ‘여성의원’은 여전히 낯선 공간이다. 임신, 출산 등의 이유로만 여성의원을 찾는다는 사회·문화적인 편견이 남아있어 방문을 꺼리기 때문. 하지만 여성의원은 임신과 출산 등을 이유로만 방문하는 곳이 결코 아니다. 

여성의원은 월경통, 자궁내막증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곳이다. 즉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여성의원을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은 홀가분한 얼굴로 병원 문을 나선다. 병원 문 앞에서 스쳐 지나갔던 여성 분의 얼굴도 매우 상쾌해 보인 것은 기분 탓일까.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여성의원 방문을 가로막는 ‘편견’이란 유리 문턱을 설명하는데 이만 한 말이 있을까. 좋은 의사는 우리가 산발적으로 느끼고 있던 불안함과 걱정을 선명한 언어로 정돈해주고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우리를 데려다준다.

심지어 최근에는 젊은 여성환자가 늘고 있어 여성의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자궁근종’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 자궁근종의 진료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자궁근종환자는 60만7035명으로 2017년 37만6962명 대비 61.0%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성일 헤스티아여성의원 대표원장은 ‘우리동네 산부인과, 우리동산’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성질환에 관한 편견 해소와 올바른 정보 전달에 앞장서고 있다. 그를 만나 ‘자궁근종의 최신 치료지견’에 대해 들었다. 

- 자궁근종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자궁근종을 쉽게 설명하면 자궁에 발생하는 ‘혹’이다. 자세히는 자궁을 이루고 있는 근육층에 생기는 양성종양을 말하며 여성에게 흔히 발생한다. 실제로 가임기여성의 최소 20%가 갖고 있다. 자궁근종은 발생위치에 따라 ▲근층 내 근종(자궁 근육층) ▲장막 하 근종(자궁을 감싸는 장막 아래) ▲점막 하 근종(자궁내막 아래) 등으로 나뉘며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이때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과 큰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자궁근종환자가 증가한 것도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시기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 여성호르몬과 자궁근종의 연관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자궁근종은 새롭게 생기기도 하지만 작았던 근종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다. 30대에 임신하는 여성이 늘면서 초음파검사 시 우연히 커진 근종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마다 예후가 다르기 때문에 근종이 있다고 불임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단 치료시기를 놓치면 난임·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궁근종은 근층 내 근종이 가장 많이 발생하며 다발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점막 하 근종이 가장 예후가 나쁘고 합병증이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단언할 수 없다.

- 자궁근종의 의심증상은.

자궁근종은 이물감이나 이상출혈, 생리 과다나 심각한 복부 통증, 잦은 소변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근종의 크기가 커지면 방광이나 대장을 눌러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변비, 대변폐색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근종 크기가 계속 커져 다른 장기에 유착되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 자궁근종은 어떻게 치료하나. 

자궁근종은 증상에 따라 치료방식이 바뀐다. 즉 기본적으로 증상이 있어야 치료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과서에도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치료법은 크게 수술과 비수술적치료 등으로 나뉜다. 수술은 질환의 근본적 발생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인 ‘자궁적출’과 자궁근종만을 제거하는 ‘자궁근종절제술’ 등이 있다. 최근에는 최소로 절개하는 ‘복강경’도 시행되고 있다. 수술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고통과 크기, 위치 등을 고려해 진행한다.

반면 비수술적치료는 매우 다양하다. 비수술적치료는 개복하지 않고 시술로 진행되며 ‘자궁동맥색전술’과 ‘하이푸시술’ 등이 있다. 자궁동맥색전술은 인턴벤션시술로 사타구니를 통해 1mm 크기의 특수관을 삽입, 근종으로 가는 혈관에만 특수입자를 주입해 근종을 서서히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인턴벤션시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자궁을 보존할 수 있고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다.

-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만큼 연령에 따라 치료전략이 다를 것 같다. 

치료전략을 수립할 때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40대 중후반이 돼서 완경(폐경)을 앞두고 있으면 대증적인 치료를 이어간다. 호르몬과 큰 연관이 있기 때문에 완경 후에는 근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고려사항이 많다. 당장 임신을 계획 중인지 아니면 몇 년 내 임신을 준비 중인지, 혹의 위치가 자궁 안쪽에 있어 아기의 착상을 방해하는지, 유산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등 여러 전략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치료전략에 대해 명확히 말하고 싶지만 증상과 근종의 위치, 크기에 따라 치료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에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확답을 할 수 없다.

자궁근종 치료는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의료진의 가치관과 병원 환경에 따라 치료방침이 다르다는 것을 체감한다. 의료진이 첫 번째로 권하는 치료방침이 정답은 아니다. 만일 다른 치료법을 원하면 여러 병원을 방문해 본인에게 가장 맞는 치료법을 찾기를 적극 권장한다.

- 자궁근종치료제도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자궁근종을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개발되지 못했다. 과거 ‘이니시아(울리프리스탈아세테이트)’ 라는 약이 있었지만 2020년 9월 유럽의약청에서 울리프리스탈아세테이트제제에 대한 판매중단을 결정했다. 간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간 손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 제약사도 자진 회수를 결정, 수입중단을 결정했다. 이제 이니시아는 우리나라에서 사용이 어려운 약물이다.

- 연령별로 주의해야 하는 여성질환이 있다면.

20·30대는 성관계가 활발한 연령대다. 따라서 ‘성병(성매개감염병)’을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 성병 신고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활발한 성생활을 하면서도 성병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병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무증상인 사람이 많다. 여성의 성병 의심증상으로는 질 분비물 증가, 가려움증 등이 있다. 따라서 성생활이 활발하면 검사받는 것이 좋다. 또 월경이 불규칙한 20·30대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조심해야 한다. 40대는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등을 조심해야 하며 완경 후에는 골감소증, 질위축증을 주의해야 한다.

- 여성의원 방문을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유튜브, 블로그 등 매체의 발달로 여성질환에 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스스로 질환을 의심하고 여성의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월경’에 대해서만큼은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월경을 하지만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월경통(월경곤란증)이 거의 없는 사람도 있고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도 있다. 월경 관련 증상에는 ‘월경전증후군’ ‘월경전불쾌장애’ 등 종류가 다양하다. 월경전증후군(PMS)은 월경 전 호르몬변화에 의해 우리 몸에 변화가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월경전불쾌장애(PMDD)는 월경전증후군이 심해 일상생활에 큰 장애를 일으킨다. 참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당연한 고통은 없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이 심하면 병원에 방문해 적극 치료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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