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턱 높은 우울증…디지털치료제로 치료효과 높일 수 있죠”
“병원 문턱 높은 우울증…디지털치료제로 치료효과 높일 수 있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6.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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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규만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규만 교수는 로완과 함께 행동활성화치료 기반의 우울증 디지털치료제 ‘B-ACT’ 개발에 성공했다. 학술대회 현장에 설치된 로완 부스 앞에서 한규만 교수(왼쪽)와 로완 강성민 공동대표가 함께 했다.  

“우울증환자들은 병원에 오기까지 참 힘이 듭니다. 최근 2030대 우울증환자가 크게 늘었는데 디지털플랫폼은 그들이 빠르게 활용할 수 있고 흥미를 붙일 수 있는 도구죠. 이를 통해 계속 자신의 마음을 돌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규만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디지털치료제의 개발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플랫폼으로 시공간적 제약과 심리적 부담을 낮춰주면 우울증을 치료·관리하는 환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것.    

한규만 교수는 ‘제10차 세계인지행동치료학술대회(WCCBT 2023)’에서 진행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 심포지엄의 강연자로 나서 최근 로완과 함께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형태의 행동활성화치료 기반의 우울증 디지털치료제 ‘B-ACT’를 소개했다. 학술대회 현장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 우울증 행동활성화치료는 생소하다. 어떤 치료인지 설명 부탁한다. 

사람들은 흔히 기분이 가라앉으면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 여행을 가는 등 자신의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우울증환자들은 아예 활동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누워있거나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는데 이로 인해 더 기분이 가라앉는 악순환을 겪는다. 

행동활성화치료는 바로 이러한 특성을 지닌 우울증환자들에게 즐거움과 성취감을 줄 만한 활동들의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돕는 근거기반의 심리치료이다. 행동활성화치료분야의 대가이신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최기홍 교수님과 저를 주축으로 구성된 연구팀, 디지털치료제 개발기업 로완과 힘을 합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 B-ACT는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하나. 

B-ACT 앱은 행동활성화치료가 갖고 있어야 하는 치료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먼저 환자들이 자신의 활동(400여가지의 활동선택지 제공)과 해당 활동 후 기분이 어땠는지 기록한다. 이는 활동-기분 모니터링이라는 매우 중요한 단계다. 어떤 활동을 통해 기분이 나아졌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기분이 가라앉을 때 활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환자들의 활동계획을 돕는데 이때 AI솔루션이 그간 기록된 활동선호도와 삶의 방식을 고려해 환자 삶의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활동들을 제안한다. 충분히 학습된 AI솔루션이 치료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총 7주간 진행되며 치료 주차에 알맞은 심리교육 콘텐츠도 제공된다. 

- 현재는 개발 완료 단계다. 향후 계획은.

디지털치료제가 의료현장은 물론 환자에게까지 전달되려면 임상시험과 식약처 승인 등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앞으로는 식약처 승인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로완이 공급기업으로 참여한 ‘2023 AI바우처 지원사업’의 연구과제를 수행 중인데 AI Remedi(로완이 자체 개발한 AI솔루션)을 활용해 B-ACT를 보다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임상시험계획서 제출 등 임상시험 준비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임상시험계획서가 통과되면 내후년쯤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다양한 질환에서 디지털치료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우울증 치료에는 특히 어떤 이점이 있나.

우울증은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임상현장에서는 수가문제로 정해진 시간 안에 약물치료 위주로 환자를 많이 보는, 이른바 박리다매형 진료가 시행되고 있다. 환자들이 받아야 할 근거기반의 심리치료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디지털치료제가 대면 심리치료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 하지만 심리치료의 핵심적 치료요소들을 디지털기기에 탑재해 환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젊은층은 디지털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해 편하고 쉽게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증가세가 뚜렷한 젊은 우울증환자의 치료율을 높이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디지털치료제 활성화를 향한 개선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한 견해는. 

우선 건강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치료제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이를 연구개발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져야 한다. 이때 기억해야 할 점은 디지털치료제 개발 시 사용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치료제는 환자가 실제로 참여해야 치료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쉽고 편리하게, 흥미롭게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치료제 시장에 뛰어든 모든 이들이 고민하고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또 단순히 개발에 그쳐선 안 되며 의료현장의 인식이 높아져 환자에게까지 처방,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단연 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자들과 의료진, 기업 등이 각자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접목해 의미있는 연구산물을 개발할 수 있도록 알앤디(R&D)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 나아가 건강보험체계 안에서 디지털치료제가 처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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