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임종제도 마련돼야”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임종제도 마련돼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6.0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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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인재근 의원,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죽을 권리’ 국회 토론회 개최
토론회
오늘(5일) 국회에서는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죽을 권리’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사회’ 진입 후 저출생·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올해 고령인구가 901만8000여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전망되며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급격한 인구변화를 겪게 된다. 따라서 초고령사회와 노인돌봄 정부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세대·정치·사회적 갈등에 휩싸일 수 있어 관련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은 오늘(5일)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죽을 권리 : 자택임종·가정호스피스 제도 확대를 중심으로’ 국회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김상희 의원은 “죽음에 대한 의식과 문화, 변화의 물결이 확실히 느껴지고 있다”며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의료화 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서울대 고령사회연구단의 조사에 따르면 임종장소로 자택(38%)을 가장 선호했지만 실제 자택에서 임종하는 비율은 15.6%에 불과했다. 특히 2016년부터 가정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제도를 이용하는 환자 수는 연간 800명으로 전체 임종환자의 단 0.2% 뿐이었다.

김상희 의원은 “자택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삶을 마감하길 원하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지만 가정호스피스제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며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임종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근 의원은 “인생을 차분히 정리하며 익숙한 것들과 초연하게 헤어지는 것이 웰다잉이라고 할 수 있다”며 “웰다잉을 하기에는 내 집만 한 것이 없는데 현재 가정호스피스 제도는 전반적으로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늘 토론회는 ‘웰다잉문화운동’, 국회 ‘존엄한 삶을 위한 웰다잉연구회’가 공동주관했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 등이 함께했다.

웰다잉문화운동 원혜영 공동대표는 “저출산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며 초고령사회정책은 사실상 방치됐다”며 “자택임종과 가정호스피스제도 확대를 통해 노인건강돌봄은 물론 웰다잉정책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인순 의원은 “웰다잉은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정숙 의원은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정호스피스제도는 체계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한 법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노인돌봄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돌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국 모든 시군구에 인구 6만명당 1개의 재택의료기관과 연구 1만명당 1개의 통합재가기관을 지정·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대비 효율↓…지역·시설돌봄 중심 개편돼야

토론회 좌장은 한양의대 예방의학과 신영전 교수가 맡았다. 발표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웰다잉을 위한 노인돌봄체계 개편방안’을 주제로 진행했다. 김윤 교수는 ‘웰다잉의 정책범위’ ‘노인돌봄 실패현상과 원인 및 해결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김윤 교수는 웰다잉 정책범위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자는 1년에 2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전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도 어려움이 크다”며 “선진국은 비교적 질 좋은 요양원·요양병원 등이 전제된 상태에서 웰다잉이 논의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채 웰다잉정책을 따라가려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 좋은 병원, 요양원, 요양병원을 전제로 한 시설호스피스, 지역사회통합돌봄과 재택의료서비스를 전제로 한 가정호스피스제도 시행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초고령사회 대비 노인돌봄을 위해 GDP의 1.3%를 노인돌봄재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이다. 이처럼 OECD 국가에 비해 적지 않은 돈을 노인돌봄에 쓰고 있는데도 ‘현대판 고려장’ ‘간병살인’이 계속되고 있다.

김윤 교수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재정의 분절, 재가서비스의 부족과 분절, 잘못된 장기요양보험제도 설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장기요양보험, 요양병원, 장애인 자립 및 돌봄, 노인돌봄 등 서비스가 분절돼 있다”며 “장기요양등급자, 장기요양등급외자, 시군구 자체대상 등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이 달라 사실상 국가가 요양병원으로 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는 기형적인 요양병원 병상 수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왜곡된 이유는 제도의 시작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살펴보면 급여종류에 요양병원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노인들이 시설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시군구 중심 가정호스피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건소, 건강보험공단이 협력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전국 시군구 인구 6만명당 1개의 재택의료기관과 인구 1만명당 1개의 통합재가기관을 지정·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김윤 교수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로 사적간병 부담을 덜고 간병의 질을 높여야 하며 기존 요양병원, 요양원이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뒤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는 ▲대한재택의료학회 박건우 이사장(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한국호스피스완화간호사회 박명희 회장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전 원장 ▲중앙일보 신성식 기자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오동엽 사무관 등이 참여했다.

패널토론
패널토론에는 대한재택의료학회 박건우 이사장(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한국호스피스완화간호사회 박명희 회장,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전 원장, 중앙일보 신성식 기자,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오동엽 사무관 등이 참여했다.

■자택임종 사실상 어려워…사회적 논의 이뤄져야

박건우 이사장은 “가정호스피스 사업의 이용자가 적은 이유는 대상자가 암환자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라며 “주치의가 가정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환자와 가족이 동의할 때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대상자로 지정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운영 중인 호스피스병동이 축소되고 가정용 호스피스팀을 없애는 추세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서울 6곳, 경기 11곳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장례문제도 자택임종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다. 박건우 교수는 “집에서 시신운구를 하기에는 여러 걸림돌이 많다”며 “결국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족들에게 누가 된다고 생각하고 사망 전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택임종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병원중심의 의료체계에서는 초고령사회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다.

박건우 교수는 “고령환자는 병원에 직접 올 수 없어 보호자가 대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택의료 활성화 역시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동네의원에서 가정호스피스 서비스를 시행하려면 호스피스 전담간호사, 1급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팀이 꾸려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가족들 역시 집에서 문제가 생기면 지금이라도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나 생각이 들고 이러한 현실이 결국 집에서 편안히 임종을 맞이하지 못하게 한다”고 전했다.

박건우 교수는 이제는 존엄한 죽음을 위해 우리가 보험금, 세금 등을 어떻게 지출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죽음에 대해 돈을 쓰는 것을 허용할 때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가정호스피스, 정부의 적극적 지원·정책 필요

박명희 회장은 “가정호스피스 양적확대, 복지부 호스피스 종합계획발표, 호스피스완화에서 대상질환 확대, 환자선호 확대, 지역사회돌봄 등 다양한 생애말기 전략이 필요하다”며 “현재 가정호스피스는 호스피스기관 자율의사에 맡기고 있으며 호스피스기관 역시 운영의 어려움 등으로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원장은 “사회문화적 환경도 중요한데 아파트 중심의 주거형태로 바뀌며 집에서 죽는 것이 어려워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집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이 무조건 이상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노인가구 중 40% 이상이 독거노인가구인데 과연 이들이 재택방문의료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명희 원장은 “우리나라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 의사결정을 못하거나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의료진은 본인이 아닌 자식들에게 결정권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자식이 결정권을 가졌을 때 연명의료중단을 결정하기에는 당연히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가 결정권을 갖게 하려면 경제적으로 독립이 필요한데 노인 중에서 독립이 가능한 경우는 드물다”며 “당사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당장 자식들이 앞에서 요구하는 것을 의료진이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오동엽 사무관은 “지역사회 내 돌봄, 요양이 잘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도 충분히 논의 여지를 갖고 있고 관련 정책도 연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최근 통합돌봄추진단 1차 시범사업을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2차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희 의원
김상희 의원은 노인의 삶, 돌봄, 마무리까지 총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험담, 다양한 질의 쏟아져

패널토론을 마친 후에는 오늘 토론회에 나왔던 내용들에 대한 추가질문시간이 마련됐다. 김윤 교수는 “가정호스피스 대상자를 암환자가 아닌 환자까지 확대하자는 취지였다”며 “급성기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본인과 가족의 의향이 있는데도 의견이 존중되지 못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신영전 교수는 “오늘 토론회 주제 외에도 조력사 문제, 가족들이 환자를 돌볼 시간이 없는 문제 등은 돌봄정책 내에서 다룰 수 없는 문제”라며 “오늘 김윤 교수가 얘기한 분절성 극복,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책임을 시군구에 맡기고 총액예산제로 가자는 것이 가장 핵심정책이라고 생각하며 이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마치며 김상희 의원은 “고령사회에서는 노인의 삶, 돌봄, 마무리까지 총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 정책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양정숙 의원은 “집에서 가족을 떠나보낼 때 절차가 너무 복잡해 ‘이래서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절차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살피고 간소화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도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 토론회에서 중점적으로 언급된 사안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보다 자세히 살펴봤다. 

■자택임종 절차, 어떤 번거로움이 있는가(도움말=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 경찰신고 후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검안(檢案)을 진행해야 함

- 부검 후 이상이 없다면 검시의사가 사망선고를 내림. 이후 장례식장으로 고인 안치

-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 준비 필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란 무엇인가(도움말=보건복지부)

- 고령이나 노인성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신체활동 및 일상생활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 노후생활안정과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사회보험제도

-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은 이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급여를 받게 되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한 장기요양급여는 받을 수 없음

-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은 요양시설에 있어야 할 노인들도 요양병원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접근에 신중을 기해야 함

■노인의료·돌봄통합지원 시범사업이란(도움말=보건복지부)

- 2019년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통해 지역 실정에 맞는 서비스 발굴, 표준모델 개발을 목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함. 당초 2021년까지 시행 후 종료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을 감안해 2022년까지 연장함

-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의료 및 돌봄을 지원하는 타 지원사업과 연계 미비, 재가의료 및 예방적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 부족, 전국 확산이 가능한 정도의 보편적 모형정립 미흡 등의 문제점이 지적됨

- 보건복지부는 기존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보완해 신규사업을 추진할 예정. 노인의료·돌봄통합지원 시범사업 참여 지자체를 선정, 7월부터 2025년까지 12개 시군구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도움말=생활법령정보)

- 만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전자문서 포함)로 작성한 것

-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내용에는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호스피스 이용여부 ▲작성 연월일 ▲작성자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 ▲작성자가 작성 전 설명사항을 이해했다는 확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열람허용 여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및 상담자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돼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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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국 2023-06-06 07: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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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가 유일한 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