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도 늙는다...‘대동맥판막협착증’ ‘승모판막폐쇄부전증’ 주의보
심장도 늙는다...‘대동맥판막협착증’ ‘승모판막폐쇄부전증’ 주의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6.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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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판막협착증...TAVI시술, 전 세계 치료트렌드
승모판막폐쇄부전증...판막치환술보다 성형술 강세
아산병원 김준범·김대희 교수팀, 인공판막선택 기초연구 완성
TAVI시술은 허벅지의 동맥혈관에 인공판막 스텐트를 넣어 기존의 판막을 대체하는 치료법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TAVI시술은 허벅지의 동맥혈관에 인공판막 스텐트를 넣어 기존의 판막을 대체하는 치료법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른 대부분의 장기처럼 심장 역시 노화를 피할 수 없다. 가장 흔한 심장퇴행성질환이 ‘대동맥판막협착증’과 ‘승모판막폐쇄부전증’이다.

4개의 심장판막은 혈액을 역류시키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한다. 판막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심한 폐부종이나 심정지위험이 있다. 판막이 열리는데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폐쇄부전증’, 판막이 좁아져 잘 열리지 않으면 ‘협착증’으로 구분한다. 두 질환의 공통점은 원활하지 않은 혈액순환 때문에 심장근육이 부어올라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 심장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점이다.

■대동맥판막협착증...치료약 없어 수술·시술만 가능

고령, 고혈압, 흡연 등 위험인자에 의해 대동맥판막이 석회화되면서 생기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혈액순환장애를 일으킨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노화가 주원인으로 환자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동맥판막협착증환자는 2010년 4600명에서 2021년 1만8700여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를 방치하면 50%가 2년 이내에 사망하게 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에는 아직 효과적인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수술 또는 시술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고전적 치료법으로는 대동맥판막치환술(이하 SAVR)이 있다. SAVR은 전신마취 후 가슴을 열고 체외순환기를 삽입, 달라붙은 대동맥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수술법이다. 하지만 대다수 환자가 70대 전후의 고령층인 데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위험성이 크다.

이 경우 대안으로 쓸 수 있는 치료법이 경피적대동맥판막삽입술(이하 TAVI)이다. TAVI는 수술이 아닌 시술로 허벅지의 동맥혈관을 따라 스텐트를 삽입, 좁아진 판막 사이에 인공판막을 넣어 대체한다. 무엇보다 후유증이 적고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는 점에서 고령층에게 적합하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역학과 파비오 바릴리 연구팀이 884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TAVI와 SAVR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TAVI는 SAVR에 비해 추가시술비율이 3.7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TAVI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세계적인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게 됐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배장환 보험이사(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TAVI는 가슴을 열지 않기 때문에 감염위험이 적고 수혈도 필요 없는 등 수술과 동등한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며 “단 치료법에 대한 최종결정권리가 환자에게 있는 만큼 충분히 설명한 다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모판막폐쇄부전증...가슴 열지 않고도 시술로 완치

심장은 2개의 심방 및 심실로 이뤄져 있고 심방과 심실 사이에는 피의 역류를 막는 승모판이 있다. 승모판이란 좌심실과 좌심방 사이에 있는 판막으로 승모판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피가 역류하면 승모판막폐쇄부전증이 발생한다.

이전에는 류마티스로 인한 열이 승모판막폐쇄부전증의 흔한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퇴행성질환으로 자리매김했다. 승모판막폐쇄부전증 역시 효과적인 약물이 개발되지 않아 승모판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해주는 ‘승모판막치환술’과 승모판 일부를 잘라내거나 모양을 다듬는 ‘승모판막성형술’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과거에는 변형된 판막을 없애고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승모판막치환술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며 조직판막의 내구성도 15년 정도에 불과해 65세 이상의 고령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됐다.

이에 최근에는 자신의 판막을 그대로 유지하는 승모판막성형술이 주로 시행되는데 ‘마이트라클립을 이용한 경피적 승모판막성형술(TMVr)’이 대표적으로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이용, 허벅지정맥에 관을 넣어 역류가 발생하는 승모판을 동전보다 작은 클립으로 고정하는 시술이다.

이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기 때문에 심장을 일시적으로 멈출 필요가 없고 회복기간도 빨라 시술 후 1주일 내에 퇴원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10만건 이상의 시술이 이뤄졌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도윤 교수는 “고령화되면서 승모판 관련 질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클립시술이 유용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며 “하지만 치료 후에도 환자의 심장은 이미 약해져 있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모판막폐쇄부전증 치료법에는 승모판 일부를 잘라내거나 모양을 다듬은 ‘승모판막성형술’과 승모판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해주는 ‘승모판막치환술’등이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승모판막폐쇄부전증 치료법에는 승모판 일부를 잘라내거나 모양을 다듬은 ‘승모판막성형술’과 승모판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해주는 ‘승모판막치환술’등이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조직판막·기계판막?…국내 가이드라인 정립 시급해

판막을 교체하면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다. 판막에는 기계판막과 조직판막의 두 종류가 있다. 동물 또는 사람의 조직으로 만든 조직판막은 항응고제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수술 후 관리하기 편하다. 단 조직판막의 수명은 10~15년 정도로 이 기간이 지나면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기계판막은 대부분 인조다이아몬드로 만들어 내구성이 뛰어나고 평생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물질이다 보니 혈액응고위험이 있고 이때 판막의 움직임에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항응고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며 다른 약을 먹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고령일수록 조직판막이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졌지만 가장 효과적인 인공판막 선택에 대한 국내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준범 교수,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팀이 심장판막치환술을 받은 2만4000여명의 나이와 판막유형에 따른 생존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동맥판막치환술은 65세 미만, 승모판막치환술은 70세 미만인 경우 기계판막이 더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연령대별로 판막의 종류에 따른 사망위험을 분석한 결과 40~54세까지 조직판막환자의 사망위험은 2.18배, 55~64세의 경우 1.29배 높았다. 반면 65세 이후부터는 약 1.23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모판막치환술의 경우 조직판막환자의 사망위험이 55~69세까지 1.22배 높았다.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을 모두 바꾼 환자의 경우 55~64세까지 조직판막환자의 사망위험이 2.02배 높았다.

김준범 교수는 “심장판막치환술에서 인공판막 선택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까다로운 문제”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기준을 적용하면 심장판막환자들을 보다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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