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정책, 이제 ‘발상의 전환’ 필요한 때”
“금연정책, 이제 ‘발상의 전환’ 필요한 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6.0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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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위한 연구회(KASS)’, 제4차 심포지엄 개최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위한 연구회(KASS)가 오늘(9일) 계명대동산병원에서 제4차 심포지엄을 개최, 금연정책을 주제로 폭넓은 논의의 장을 펼쳤다. 

국내 흡연율이 꾸준히 감소(2012년 25.8%→2021년 19.3%)하고 있지만 금연정책을 향한 개선 목소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아예 금연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 금연에 계속 실패하는 사람, 청소년 흡연 등 우리가 그간 외면했던 문제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금연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목소리를 한자리서 들을 수 있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위한 연구회(Korean Academy for Smoke Free Society, 이하 KASS)’는 오늘(9일) 계명대동산병원 5층 4세미나실에서 제4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해 10월 ‘금연정책’을 주제로 열린 제3차 심포지엄에 뒤이어 열린 논의의 장이다. 일상 회복 속에서 전면 대면으로 개최된 만큼 이번 심포지엄에는 KASS 회원과 금연담당(교육) 교사, 의사 등 약 100여명이 참석해 활발한 의견을 교류했다.

KASS를 이끌고 있는 윤방부 회장(연세대 명예교수, 천안‧아산충무병원재단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제 국내 금연정책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우리 연구회의 활동이 큰 울림이 돼 보다 실질적인 금연정책으로 열매 매를 맺고 나아가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KASS 윤방부 회장은 국내 금연정책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늘 심포지엄이 그 첫 단추를 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개회사를 전했다.

이후 각 전문가들의 주제발표로 본격적인 심포지엄이 시작됐다.

첫 주자로는 계명대동산병원 가정의학과 홍승환 교수가 ‘흡연이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 중증도 및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간 다양한 연구를 통해 흡연은 호흡기바이러스 감염위험 및 중증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돼왔으나 코로나19 중증도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홍승완 교수 연구팀은 2020년 6월 3일부터 2023년 3월 28일 사이에 발표된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고찰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중증도와 흡연 간의 연관성에 대한 1차 검색 연구 5309편 중 흡연과 연관성에 대한 연구논문 1101편을 선정,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 241편을 제외한 760편을 메타분석했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 인종, 성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교란요인은 보정했다.

연구팀은 분석결과 흡연자의 코로나19 중증도는 비흡연자에 비해 2.23배, 사망위험도는 1.84배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홍승환 교수가 ‘흡연이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 중증도 및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주제로 연구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두 번째 발표자로는 KASS를 이끌고 있는 윤방부 회장(연세대 명예교수, 천안‧아산충무병원재단 회장)이 ‘NTF(Never Try or Failed)’ Smoker를 위한 금연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윤방부 회장은 흡연자 중 1/3은 전혀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고 금연을 시도하는 10명 중 6명은 실패한다면서 이들을 ’불가촉천민 흡연자‘ 또는 ’NTF Smoker‘라고 지칭, 이들을 위한 금연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방부 회장은 “이제 우리나라도 금연정책에 유연성과 표용성을 가미해 NTF Smoker들에게 담배 피해를 저감시킨다고 알려진 담배제품을 오히려 권해서 최종적으로 금연에 이르게 하는 관용적인 금연정책을 펼칠 때가 됐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할 작업으로 각종 담배제품성분을 분석해 소비자에게 적극 알릴 것을 주문했다. 담배제품 성분의 정보를 제공해 금연하든 흡연하든 각자의 선택에 맡기는 금연정책의 유연성이 제고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윤방부 회장은 외국처럼 건강을 덜 해친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전자담배를 일반담배 대안으로 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에 발맞춘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일례로 미국은 FDA에 의해 가족흡연방지 및 담배규제법을 제정해 덜 해로운 제품으로 취급되거나 판매될 수 있는 제품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위험저감 담배 관련 제품(Modified Risk Tobacco Product, 이하 MRTP)’으로 지칭, 법률에 따라 과학적으로 엄격히 검증된 제품에 대해서는 MRTP로 인정하고 있다.

또 영국은 공중보건국이 직접 나서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95% 안전하다며 흡연자들에게 전자담배로 바꿀 것을 권유하고 아예 전자담배를 니코틴보충제로 분류, 금연보조제로서 인정하고 있다.

윤방부 회장은 “특히 전자담배를 들먹이는 사람들을 역적, 매국노로 취급하고 이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독립투사나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하는 사회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며 “금연단체부터 연구자, 정부관계자, 금연을 연구하는 일부 의료인, 언론까지 모두 힘을 합쳐 발상을 전환하고 이전보다 한 발 나아간 건설적인 논의와 협조를 이뤄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김대현 교수(사진 왼쪽)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청소년 흡연예방과 금연교육의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 등을 제시했다.

마지막 발표자로는 계명대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가 ‘청소년 흡연예방과 금연교육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대현 교수는 인지·정서·행동영역으로 구분해 흡연예방과 교육에 나서야 한다며 올바른 교육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인지영역에서는 흡연의 유해성과 흡연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교정하고 ▲정서영역에서는 자신의 정서상태를 알고 긍정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배우며 ▲행동영역에서는 성격과 대인관계 이해 및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공감적 대화기법을 배우고 주의의 흡연 권유를 거절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대현 교수는 구체적인 흡연예방(금연) 교육방법으로 퀴즈, 광고영상, 찬반토론, 문장완성, 역할놀이(Role Play), 서약서 작성 등을 통한 다양한 자율토론학습을 제안했다.

이후 주제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과 경북교육청 김양식 교사, 사단법인 로하스 교육연구소 이효숙 소장, 녹색재단 이순영 이사장이 패널로 참석해 금연정책과 전자담배 등에 대해 보다 폭넓은 논의를 펼쳤다.

특히 패널들에게 일반담배의 대안으로 전자담배를 권유하는 금연정책에 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전체 흡연자에 대해서는 반대 7, 찬성 3으로 의견이 나뉘었고 불가촉천민 흡연자에 대해서는 반대 5, 찬성 5로 적용대상 간 다소 차이를 보였다.

다만 반대 측은 전자담배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일반담배보다 유해성이 낮은 것은 맞지만 아직 질병별로 얼마나 유해성이 낮은지에 대한 연구가 충분치 않아 시기상조라는 차원에서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학생 금연교육에 관한 의견도 개진됐다. 김양식 교사는 “흡연하는 학생들을 강하게 교육해 금연으로 이끌어야 하지만 요즘은 체벌이 금지돼 있어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고민이 된다”며 “학교 등 교육현장의 금연교육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ASS 윤방부 회장은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면서 “우리 연구회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심포지엄을 매년 개최해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금연정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오늘은 지난 심포지엄에 이어 더 발전적이고 다양한 방향을 논의할 수 있어 뜻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KASS는 윤방부 회장을 필두로 의사, 교사, 언론인, 정책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학술단체로 지난해 9월 첫발을 내디뎠다. 사회적으로 금연 분위기를 조성하고 효율성 있는 금연정책 수립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연간 심포지엄을 개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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