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더 괴로운 ‘갑상선기능항진증’, 이맘땐 약 복용도 신중하게
여름이 더 괴로운 ‘갑상선기능항진증’, 이맘땐 약 복용도 신중하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6.12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철 재발·악화위험 높아…임의로 약 중단 X
더위 많이 타고 땀 많이 흘리면 갑상선 점검 필수
소아청소년은 기능저하증 주의…성장부진 뚜렷
지난해 갑상선기능항진증환자는 6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그래프=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일명 ‘아담의 사과’라고 불리는 갑상선은 목 중앙 부근 아래에 위치한 무게 20g의 나비모양의 기관이다. 크지는 않아도 하는 역할은 막중하다. 우리 몸의 전반적인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해 모든 기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돕는 것. 태아와 소아에서는 두뇌발달과 성장에도 관여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갑상선호르몬이 적절하게 분비돼야 한다. 갑상선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과다분비되면 신진대사속도가 너무 빨라지고(갑상선기능항진증), 반대로 부족하면 성장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갑상선기능저하증).

특히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여름철 더 괴로운 질환이다. 의정부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이문규 교수는 “갑상선호르몬의 과다분비로 우리 몸의 대사속도가 빨라지면서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열의 형태로 발산돼 갑상선기능항진증환자들은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고 더위를 참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실제로 여름철 너무 더위를 타 이상을 감지하고 병원을 방문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갑상선기능항진증환자는 6월부터 차츰 증가하기 시작해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에 가장 많은 환자수를 기록했다(그래프 참고). 

이밖에도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심혈관계 운동성이 증가해 맥박이 빨라지고 손을 떨게 되며 많이 먹는데도 오히려 체중은 감소한다.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 우울증 또는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장의 운동도 빨라져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고 여성은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지면서 월경량이 적어지거나 심지어 아예 멈추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전보다 더위를 많이 타거나 땀이 많이 나고 체중감소, 눈 건조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갑상선이상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놀란 듯 눈이 불쑥 튀어나오거나 안구건조증처럼 유난히 눈이 건조할 수도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자가면역질환인 그레이브스병이 주원인으로 꼽히는데 이 병은 갑상선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하는 자가항체를 만들어 몸 곳곳에 갑상선중독을 일으킨다. 이때 눈 주변조직에도 염증이 생겨 다양한 이상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사호석 교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에 의한 안과질환을 통틀어 갑상선안병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눈 건조감과 이물감 등을 넘어 눈을 쥐어짜거나 뒤에서 누르는 듯한 묵직한 안구통증을 동반하고 염증이 심하면 눈꺼풀이 붓고 눈이 충혈될 수 있다”며 “특히 안구가 돌출되거나 눈이 놀란 것처럼 크게 떠지는 눈꺼풀변형,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것), 시력이상 등이 나타나면 안과 정밀검사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진단되면 상태에 따라 약물요법과 방사성요오드치료, 수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약물요법은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가장 기본적인 일차치료법이다. 통상 1~2년간 복용하고 중단한 뒤 재발여부를 관찰하는데 대개 2개월 정도만 복용하면 갑상선기능이 정상화되고 증상도 사라진다.

이문규 교수는 “단 증상이 호전돼도 약은 바로 끊지 않고 서서히 줄여야 한다”며 “담당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여름에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재발과 악화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맘때는 약 복용량을 더욱 신중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발하거나 재발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되는 환자는 처음부터 방사성요오드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저용량의 방사선요오드를 우리 몸에 투여해 갑상선을 선택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재발위험을 낮추고 항진상태를 치료하는 원리다. 수술은 과거에 많이 시행됐으나 약물요법과 방사성요오드치료의 안전성·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입증돼 갑상선이 매우 큰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이문규 교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뼈와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쳐 심부전, 뇌졸중, 골다공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진단이 가능한 만큼 이전과는 달리 땀이 많이 나거나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의도치 않은 체중감소 등이 나타난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아이들의 갑상선질환은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분류되며 특히 사춘기에 발생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일반적인 증상 대신 성장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편 갑상선질환은 아이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분류되는데 증상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구분해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선천성은 태어날 때부터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한 경우로 갑상선이 잘 발달되지 못한 갑상선 형성부전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갑상선호르몬은 두뇌발달에 관여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해야 지능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정우 교수는 “다행히 우리나라는 태어나는 모든 아기를 대상으로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검사를 포함한 선천성 대사이상 스크린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 검사에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초기에 발견해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하면 지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주로 사춘기에 발생하는 후천성 갑상선질환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갑상선기능저하증과 항진증으로 나타난다. 단 갑상선기능저하증인 경우 성인은 만성피로, 식욕부진, 체중증가, 변비, 추위를 타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지만 청소년은 증상을 호소하는 일이 드물다. 대신 갑상선호르몬이 소아의 신체발육을 촉진하고 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장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임정우 교수는 “실제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장클리닉을 방문했다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을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또 갑상선호르몬이 적혈구 생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만성빈혈증상으로 여러 검사를 하다 진단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상선질환을 아이들과 무관한 질환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사춘기 성장부진이 뚜렷하거나 또는 더위를 많이 타고 흥분, 불안 같은 정서변화(항진증인 경우) 등이 보이면 조기에 병원을 방문하고 평소 균형 잡힌 영양관리와 위생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