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반 고흐, 베토벤도 걸렸다? 기나긴 ‘성병의 역사’
[심봉석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반 고흐, 베토벤도 걸렸다? 기나긴 ‘성병의 역사’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6.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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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수천 년 전부터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비뇨기 질병이 있다. 지금은 ‘성매개성질환(Sexually Transmitted Disease; STD)’이라고 불리는 성병이 바로 그것이다. 성병(性病; Venereal Disease)의 영어 어원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Venus)에서 온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생이나 매춘부들의 사회를 뜻하는 화류계(花柳界)와 관련이 있어 화류병(花柳病)이라고 불렀다.

이전까지 성병의 정의는 성기삽입을 통해 세균이 전염되는 병이었지만 197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성기삽입을 포함해 모든 성적접촉에 의해 매개되는 질병을 통틀어 성매개질환이라고 정의했다.

성적접촉에는 성기삽입과 성관계 과정의 모든 행위가 포함되는데 세균은 성기 분비물, 침, 점막, 혈액을 통해 전염되고 엄마에서 태아나 신생아에게 수직감염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독, 임질, 연성하감, 비임균성요도염, 클라미디아감염증, 성기단순포진, 첨규콘딜롬 등 7종류가 법정전염병에 포함된 성매개질환이다.

임질은 기원전 2637년 황티라는 중국황제의 기록과 고대 이집트에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질환이다. 인도, 헤브라이, 로마, 아랍에도 임질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서기 130년경 그리스 의사 갈렌이 요도에서 농이 나오는 질병을 임질(Gonorrhea)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씨가 흐른다는 의미이다. 이후 1879년 독일의 나이셀이 임균을 발견했고 1884년 덴마크의 한스그램이 염색법을 이용해 임균의 정체를 밝혀냈다. 현재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빈도가 높은 성병 중의 하나이다.

가장 복잡한 역사를 가진 성병은 매독이다. 매독의 전파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통상적으로는 신대륙을 발견하고 1493년 스페인으로 돌아온 콜럼버스 일행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알려졌다. 매독은 몇 년 새 빠르게 유럽 전체로 전파됐다. 작가 보들레르, 톨스토이, 플로베르, 모파상과 음악가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화가인 마네, 반 고흐, 고갱, 로트레크 등이 매독에 걸려 고통받았다.

매독이란 이름은 1530년 이탈리아 의사이며 시인인 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가 ‘Syphilis sive morbus gallicus’라는 서사시에서 프랑스병에 걸린 시필루스(Syphilus)라는 인물을 등장시키면서부터 유래됐다. 매독의 병원균인 트레포네마 팔리둠(Treponema pallidum)은 1913년 일본의 과학자 노구치 히데요가 처음 발견했다. 동양에는 1498년 바스코 다가마가 해상교통로를 개척한 후 인도와 말레이시아에 먼저 퍼지고 1505년경 중국으로 전파됐다.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전파됐는데 중국에서 온 창병(瘡病)이란 뜻으로 당창(唐瘡) 또는 광동창(廣東瘡)이라고 했다.

다른 감염질환과 비교해 성병은 대부분 면역성이 없어 재감염의 위험성이 높고 원인균 종류가 다양해 진단·치료방법이 각기 다르다. 또 복합감염 및 수직감염(모체)이 가능하고 성병의 특성상 정확한 역학적 자료와 통계, 정보를 얻기 어려워 예방관리도 쉽지 않다. 모르는 사람과 섹스를 자제하는 등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현재 성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콘돔이다.

성병의 역사를 시작으로 이달은 성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대표적인 성병의 특징과 콘돔 관련 내용을 두 편에 나눠 차례로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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