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정부가 나서 대대적인 개선안 마련해야”
“필수의료, 정부가 나서 대대적인 개선안 마련해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6.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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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의원, ‘필수의료 살리기’ 기자회견 개최
신현영 의원
신현영 의원은 오늘(14일)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고 대표 발의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과목에서 인력난 문제가 심각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응급실 방랑’ ‘소아응급실 진료 중단’ 등 필수의료 붕괴가 현실화 되며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필수의료는 국민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분야지만 이 분야를 이어갈 의사도, 국가지원도 부족한 현실이다. 특히 필수의료과는 전공의를 확보하기도 어렵지만 전공의들의 수련 중도포기도 겹쳐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필수의료과 의사 부족과 기피 이유로는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낮은 수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남아 있는 의료진도 지나친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 악순환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가가 나서서 필수의료체계의 대대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오늘(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수의료 위기극복방안과 국가책임을 강조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필수의료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분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 또는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영역’ 또는 ‘지리적 문제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의료공백이 발생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의료영역’으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우선순위는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했다.

세부사항으로는 ▲모든 국민에 보편적인 필수의료를 제공하도록 하는 책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여 ▲필수의료 실태조사 종합계획을 3년마다 실시하고 필수의료 붕괴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지역, 진료영역 등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대책마련 ▲필수의료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 근무환경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마련 및 논의 ▲필수의료 종사자 양성,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가 행정·재정적으로 지원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감경·면제 및 피해자 보상비용 국가가 지원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보상법을 확대, 필수의료영역의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피해자 보상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강화 등을 규정했다.

신현영 의원은 “필수의료로 인한 국민 피해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국가가 대응해야 한다”며 “의사들에게 사명감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환자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필수의료가 고생길이 아닌 자부심 있고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는 생명과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에 고난도·고위험 수술이 많아 환자가 사망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수술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의료진에 책임을 묻고 법적분쟁, 형사처벌 등이 뒤따라 의료진들은 엄청난 부담이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러한 부분에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는 것이 의사들이 필수의료분야를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부담 경감방안 마련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의료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와 이로 인한 의료분쟁으로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정신적·경제적으로 막심한 손해와 고통을 겪고 있다”며 “특히 의료분쟁의 가능성은 의료인의 방어진료, 소극진료를 유발하거나 응급·중증 등 필수의료 기피요인이 되고 있어 환자치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부담 완화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며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개정해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인에 대한 기소나 형사처벌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분만사고뿐 아니라 고위험의 응급·중증수술도 추가해 필수의료에 대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을 국가가 모두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마다 필수의료의 정의가 모두 다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근태 회장은 “정부의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은 응급의료, 중증환자 수술과 같은 국민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며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고 중증응급수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성질환, 소아진료, 분만 등의 우선순위가 응급의료와 중증수술에 밀리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손문성 부회장은 매년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사라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문성 부회장은 “의료진 고령화, 낮은 의료수가로 인한 경영악화와 직원 수급의 어려움, 의료사고와 이에 대한 지나친 형사처벌, 막대한 보상금과 끊이지 않는 실사 및 행정처분 등으로 인해 매년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다”며 “이 추세라면 10년 후에는 대도시에서도 산부인과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과실 의료사고 시 국가배상액을 현재 3000만원에서 3억까지는 올려야 한다”며 “불가피한 의료사고 시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의료사고 특례법도 강화해야 하며 수술실 CCTV 설치 역시 진료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재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는 “필수의료의 육성과 지원을 위해서는 법률안과 함께 필수의료에 대한 정확한 정의부터 내려져야 한다”며 “필수의료를 특정 임상과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급성기질환, 사망률이 높은 질환, 적절한 치료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질환 등 환자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질환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은 결국 응급센터를 통해 중환자실이나 병실로 입원하기 때문에 응급센터와 응급센터에서 진료를 수행하는 모든 임상과에 지원이 돼야 한다”며 “필수의료 육성과 지원을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필수적인데 기금에 대한 법률의 구체적인 명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전공의들 역시 주 100시간에 이르는 근로시간, 부족한 보상체계,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험 때문에 필수의료 종사를 기피하고 있다”며 “이미 사명감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필수의료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늘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주요 사안들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봤다.

■의료사고 조정법, 무엇이 바뀌었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은 원만한 의료분쟁의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행됐다.

법률안 시행 이후 매년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증가했지만 조정중재 개시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조정중재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6년 조정신청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등에 해당하는 경우,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의료계는 중대한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의 동의 없이 자동으로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기피현상을 가속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왜 반대하나

수술실 안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9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 진료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며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외과 등 수술인력이 필요한 분야는 의사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더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의사들이 본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환자 사생활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한 선진국은 없다, 무분별한 의료소송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반면 환자나 환자보호자 등 국민들은 CCTV 설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리수술로 인한 의료사고, 수술실 내 성범죄 만연, 의료사고 및 성범죄 발생 시 증거자료 수집, 이러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지책 등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만족도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이란

의료계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가칭)’ 제정으로 고의나 중과실 없이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인에 대한 기소나 형사처벌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분만사고뿐 아니라 고위험의 응급·중증수술도 추가해 불가항적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을 국가가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국가책임을 강화해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의료사고 위험이 큰 진료과에 종사하는 의료인에게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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