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아름다운 꽃 ‘작약(芍藥)’…위경련에 의한 복통, 근육뭉침에 최고
[한동하의 식의보감] 아름다운 꽃 ‘작약(芍藥)’…위경련에 의한 복통, 근육뭉침에 최고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6.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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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산책로나 정원에 보면 화사한 작약꽃이 피어있다. 작약은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지만 뿌리의 효능 덕분에 약용식물로도 활용된다. 오늘은 작약에 대해 알아보자. 

작약(芍藥)은 미나리아재비과 작약속의 식물이다. 영어이름으로 피오니(paeony)라고 한다. 그리스신화에서 작약을 약으로 사용한 ‘파이온(Paeon)’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파이온은 신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신들의 의사이름이다.

작약은 한자로 芍藥이라고 하는데 꽃이 예뻐서 붙여진 이름이다. <본초강목>에는 ‘작약(芍藥)은 작약(婥約)이다. 작약(婥約)은 아름다운 모습을 뜻한다. 작약꽃은 모란꽃과 비슷하다. 하지만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이기 때문에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모란은 한자로 목단(牧丹)이라고 하는데 목(牧)을 나무 목(木)으로 기억하면 쉽다.

작약은 이별의 꽃이다. <본초강목>에는 ‘한시외전에서는 작약은 이별의 풀(離草)이라고 했다. 동자가 이르기를 작약을 일명 장리(將離)라고도 하기 떄문에 장차 이별할 때 준다고 했다’라고 했다. 다른 서적에는 장리(將離) 대신 가리(可離)라고 했다. 둘 다 떠난다는 의미로 옛날에는 작별할 때 작약꽃을 꺾어 줬다고 한다.

<시경>에 ‘작약지증(芍藥之贈)’이란 단어가 나온다. 증(贈) 자는 <설문해자>에 ‘증(贈) 완호상송야(玩好相送也)’라고 했다. 완호상송(玩好相送)을 해석해 보면 ‘사랑하고 좋아했지만 결국은 서로 떠나 보낸다’는 의미다. 작약은 사랑의 꽃이 아니라 이별의 꽃이다.

옛날에는 백작약 적작약을 구분했다. <본초강목>에는 ‘적작약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하거나 기를 내리고 백작약은 통증을 멎게 하거나 혈을 흩어 낸다’고 했으나 구분 없이 사용한다. 참고로 백작약과 적작약의 구분은 꽃의 색이 아니라 뿌리 단면의 색으로 구분한다. 요즘은 구분하지 않고 모두 작약으로 통용된다.

작약은 성질이 평하면서 약간 차고 독이 없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평하면서 약간 차고 맛은 쓰고 시다’고 했다. 일부 한의서에는 단지 기운이 ‘평하다’ 또한 ‘독이 약간 있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운은 차고 서늘하면서 무독(無毒)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작약은 경련성 복통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사기(邪氣)로 인한 복통을 치료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뱃속이 꼬이듯 아픈 것을 치료한다. 작약을 군약으로 하고 감초를 좌약으로 해서 달여 먹는다’고 했다. <향약집성방>에는 ‘산가(疝瘕)를 치료하고 진통(鎭痛)한다’고 했다. 산가(疝瘕)는 배가 뭉치고 덩어리를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작약이 포함된 처방으로는 대표적으로 ‘작약감초탕’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백작약 4돈, 감초(구운 것) 2돈.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먹는다. 이는 중경의 오묘한 법으로서 작약의 신맛으로 수렴하고 감초의 단맛으로 완화시키는 것이다’라고 했다. 1돈은 3.75그램이다.

작약은 장경련, 복통, 쥐남, 근육뭉침, 하지불안증후군, 월경통, 다양한 심혈관질환 등에 효과적이나(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작약은 장경련, 복통, 쥐남, 근육뭉침, 하지불안증후군, 월경통, 다양한 심혈관질환 등에 효과적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만 속이 냉해서 나타나는 복통에는 주의해야 한다. 배가 차면서 아픈 복통에는 효과가 없다. 경련성 복통을 치료하고자 할 때는 구운작약으로 해서 작약초(芍藥炒)를 사용한다. 술을 약간 적셔서 굽게 되면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소음인들의 경련성 복통은 더더욱 작약초로 사용해야 한다. 평소 볶은 작약과 구운 감초를 2:1의 비율로 섞어서 차처럼 끓여 마셔도 좋다.

작약은 근육경련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작약은 간(肝)을 보하고 속을 이완시킨다’고 했다. 간은 근육을 주관하는데 간의 기운이 실(實)하면 근육이 뭉친다. 따라서 작약은 간의 기운을 풀어 위장 근육의 경련을 풀어준다. <경악전서>에는 ‘다리근육이 경련이 일어나고 급하게 당기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평상시 운동 후 근육통이 자주 나타나거나 쥐가 자주 나는 경우에도 좋다. 옆구리에 자주 담이 결리는 증상에도 도움이 된다.

작약은 주로 소화기, 장의 기운을 조절한다. <본초강목>에는 ‘작약의 쓰임은 여섯 가지이다. 비경(脾經, 췌장과 소화기)을 안정시키는 것이 첫 번째고 복통을 치료하는 것이 두 번째다. 또 위기(胃氣)를 수습하는 것이 세 번째고 설사를 멎게 하는 것이 네 번째다. 이밖에도 혈맥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다섯 번째, 주리를 굳건히 하는 것이 여섯번째이다’라고 했다. 6가지 중 4가지가 위장과 소화기 관련 효능이다. 기타로 혈액순환촉진, 땀분비 조절기능 등의 효능으로 설명돼 있다.

작약은 설사와 후중감(後重感)을 치료한다. <본초강목>에는 ‘설사로 배가 아프고 뒤가 무지근한 증상을 멎게 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설사와 이질을 치료한다. 달여 먹거나 가루내어 먹거나 환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했다. 특히 설사가 나타나면서 탈항처럼 항문이 빠질 듯한 통증이 있을 때 좋다. 작약은 수렴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설사를 멎게 하고 땀을 그치게 하며 동시에 여성들의 자궁하수에도 도움이 된다.

작약은 어혈(瘀血)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본초강목>에는 ‘혈맥을 두루 통하게 하고 속을 느슨하게 하며 악혈(惡血)을 흩어 내 적혈(賊血)을 몰아낸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혈비(血痺)를 없앤다’고 했다. 혈비란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저림을 뜻한다. 작약은 심혈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작약은 부인병에도 특효다. <본초강목>에는 ‘부인의 월경이 통하지 않는 증상을 치료한다. 여인의 온갖 질병, 출산 전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한다’고 했다. 보혈제(補血劑)인 사물탕(四物湯)에 작약이 들어가는데 특히 작약을 당귀와 함께 사용하면 보혈(補血)하는 작용이 강해진다.

작약의 주성분은 파에오니플로린(paeoniflorin)으로 해당 성분은 ▲진정 ▲진통 ▲항경련효과 ▲말초동맥 혈액순환 촉진작용 ▲심뇌혈관 보호 ▲혈압하강 효과 등이 있다. 또 관절염증, 하지불안증후군 등에도 도움이 된다. 이밖에도 소화관 운동능력을 향상시켜 소화흡수를 돕는다. 작약의 다양한 효능들은 대부분 파에오니플로닌에 의한 효과로 볼 수 있다.

주의사항으로는 작약은 뭉친 혈을 깨뜨리기 때문에 심한 빈혈, 창백함, 냉으로 인한 설사, 산후에 오로가 이미 나온 경우, 복통이 그친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또 속이 차가워서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경우, 장 속에서 차가운 것을 느끼는 증상 등에는 사용을 조심해야 한다.

이별을 뜻하는 작약꽃. 작약은 장경련, 복통, 쥐남, 근육뭉침, 하지불안증후군, 월경통, 다양한 심혈관질환과 이별하게 해 줄 것이다. 작약을 약으로 삼는다면 질병과 이별하게 될 것이다. 영어로 ‘피오니’라는 작약. 작약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다시 피어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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