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올여름 배탈·냉방병 걱정, ‘곽향(藿香, 방아잎)’으로 싹!
[한동하의 식의보감] 올여름 배탈·냉방병 걱정, ‘곽향(藿香, 방아잎)’으로 싹!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6.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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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여름철에는 찬 음식을 먹으면서 시원한 에어컨 밑에 있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식중독으로 배탈이 나거나 냉방병 등으로 고생하기 일쑤다. 가벼운 배탈 증상과 함께 냉방병으로 감기 기운이 있다면 ‘곽향’을 차처럼 마시면 도움이 된다. 오늘은 곽향의 효능에 대해서 알아보자.

곽향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 ‘토곽향(土藿香, Agastache rugosa)’과 중국의 ‘광곽향(廣藿香, Pogostemon cablin)’ 등이다. 토곽향은 배초향(排草香)라고도 하는데 우리말로는 ‘방아잎’이라고 부른다.

반면 광곽향은 중국 광저우와 해남(하이난) 지역에서 자생하는 곽향이다. 이 둘의 기원식물은 다르지만 모두 꿀풀과로 기미(氣味)와 약효가 비슷해 모두를 곽향으로 사용한다.

토곽향과 광곽향의 모양은 줄기를 보고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토곽향의 줄기를 보면 사각기둥 모양이면서 털이 없고 속이 비어 있다. 단 광곽향의 줄기는 뭉뚱그려진 사각기둥 모양으로 털이 있고 속은 꽉 차 있다.

그런데 <본초강목>에는 ‘곽향은 모가 난 줄기에 마디 속은 비어 있다’라고 돼 있을 것을 보면 토곽향의 모양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토곽향(배초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 모두 자라지만 광곽향은 중국에서만 자란다. 이것을 보면 중국에서도 두 가지 혼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곽향(藿香)이란 이름은 잎이 콩잎 모양인 까닭에 곽(藿)이라고 했다. 하지만 곽향의 잎 모양은 콩잎보다는 깻잎이나 박하잎과 더 비슷하다. 또 박하처럼 화한 맛과 향이 나서 향(香) 자가 붙었다. <동의보감>에는 ‘약으로 사용할 때는 줄기를 제거하고서 잎을 쓴다’고 했지만 잎과 줄기를 모두 함께 사용해도 좋다.

곽향은 맛이 맵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독은 없다. <본초강목>에는 ‘맛이 엷어 뜨면서 올라가니 양(陽)이다’라고 했다. 곽향은 기(氣)가 가벼워서 발산시키고 뭉친 것을 풀어 습(濕)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즉 곽향은 부종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어서 몸의 기운을 가볍고 상쾌하게 한다.

곽향은 위를 튼튼하게 하면서 구역감을 멎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비위(脾胃)의 기능과 구토에 중요한 약으로 여긴다. 위기(胃氣)를 돕고 위를 열어 주며 음식을 먹게 한다’고 했다. 보통 음식물 앞에서 구역질이 날 때 ‘비위(脾胃)가 상한다’고 말한다. 이때 곽향이 바로 약이 된다. 곽향이 비위기능을 도와서 구역질을 멎게 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한다.

구역감에 보통 생강이 좋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강은 음식물과 무관하게 속이 냉(冷)해서 평소 느끼는 구역감에 좋다. 반면 곽향은 음식물 앞에서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구역감을 멈추는 데 좋다. 따라서 평소 비위가 상한다면 음식을 요리할 때 곽향잎을 넣어도 좋다.

곽향은 식중독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곽란(霍亂, 식중독)으로 인한 심복통(心腹痛)을 멎게 한다’고 했다. 또 ‘곽란으로 구토하고 설사로 죽으려 할 때 곽향을 복용하면 살아난다. 곽향잎, 진피 각 반냥(약 20g)을 물 2잔에 넣고 1잔이 될 때까지 달인 다음 따뜻할 때 복용한다’고 했다.

곽향이 들어간 유명한 처방으로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이 있다. 약재 이름이 처방 이름에 쓰였다면 그만큼 중요한 약재라는 의미다. 곽향정기산에서는 곽향이 가장 중요한 약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곽향정기산은 곽향을 군약으로 해서 소엽, 복령, 후박, 백출, 진피, 반하 등 총 13가지 약재로 구성된 처방으로 ▲급·만성장염 ▲설사 ▲감기 등에 다용하는 명방이다. 특히 식욕부진, 구역감 등의 이증(裏症, 속증)과 두통, 오한 등의 표증(表症, 곁증)이 동시에 있을 때 좋다. 여름철 냉방병에도 다용된다.

곽향은 여름철 식중독과 여름감기, 냉방병으로부터 몸을 방어해 주는데 효과적이다(사진=국립생물자원관).
곽향은 여름철 식중독과 여름감기, 냉방병으로부터 몸을 방어해 주는데 효과적이다(사진=국립생물자원관).

<급유방>에는 ‘상한(傷寒, 감기)에 식상(食傷, 위장병)을 겸한 경우에는 곽향정기산을 써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감기와 위장증상이 함께 있을 때는 곽향정기산이 좋다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위장형 감기’에 좋다.

곽향정기산이 아니더라도 곽향만 차처럼 끓여서 마셔도 가벼운 증상에 도움이 된다. 말린 곽향(줄기와 잎) 10g 정도를 약한 불로 30분 정도 끓여서 하루 두세 차례 차처럼 나눠마신다. 너무 오래 끓이면 향이 모두 날아가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진다.

곽향은 여름철 냉방병에도 좋다. <급유방>에는 ‘풍한(風寒)을 발산시키고 뱃속을 따뜻하게 한다’고 했다. 풍한(風寒)은 으슬거리는 오한기를 나타내는 감기의 원인이 된다. <본초강목>에는 ‘폐가 허(虛)하여 생긴 한증(寒症)을 치료한다’고 했다. 역시 찬 자극이 원인이 되는 감기에 좋다. 따라서 곽향은 여름철 냉방병에 좋다는 것이다.

곽향은 구취를 제거한다. <본초강목>에는 ‘술을 마시면 입에서 악취가 날 때는 달여 낸 물로 입을 헹군다’고 했다. 평상시 구취가 있는 경우에도 좋다. 곽향은 구강 내의 문제로 인한 구취에도 좋지만 위장기능이 저하돼 위장에서 올라오는 구취를 줄이는 데 특히 효과가 좋다. 식도와 위장의 연결부위인 식도하부 괄약근의 기능을 강화시켜 위장에서 소화 중인 음식물의 냄새가 역류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곽향의 주성분은 80% 이상이 페놀 화합물인 ‘메칠차비콜(methyl chavicol)’이다. 메칠차비콜은 향기성분의 일종으로 바질에도 함유된 성분이다. 일부에서는 야생 바질을 캐나다 곽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질도 곽향과 마찬가지로 꿀풀과다.

메칠차비콜은 머리를 맑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며 위장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또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 진균억제 작용도 있다. 오일이나 에센스로 만들어져서 피부에 적용되기도 하는데 간혹 피부에 알레르기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곽향은 열증(熱症)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본초정화>에는 ‘곽향은 구역을 그칠 수 있지만 만약 병이 음허(陰虛)로 인한 열이 원인이 있거나 위열(胃熱)로 구역질을 하거나 온병(溫病)이나 열병(熱病)인 경우에는 모두 사용을 금한다’고 했다. 감기증상에도 열감기보다는 으슬거리는 오한증상이 적응증이 된다.

필자가 자주 가던 향토음식점에서는 식전에 항상 방아잎 전을 줬다. 방아잎 전은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다른 음식물이 소화가 잘되게 해서 속도 편하게 하고 배탈을 막아준다. 만일 방아잎(곽향)을 구할 수 있다면 올여름은 배탈과 냉방병 걱정이 사라질 것이다. 방아잎은 여름철 식중독과 여름감기, 냉방병으로부터 몸을 방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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