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딱딱해지는 ‘폐섬유증’, 감기·폐렴과 무엇이 다를까
폐 딱딱해지는 ‘폐섬유증’, 감기·폐렴과 무엇이 다를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6.27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침·가래·호흡곤란 장기간 지속
노란색 VS 흰색…가래색도 달라
폐 건강관리, 조기발견 중요
폐가 딱딱해지는 폐섬유증은 단순 감기 또는 폐렴과 혼동할 수 있지만 증상이 보다 오래 가고 예전과 달리 숨쉬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호흡곤란이 오래되면 손가락 끝이 곤봉처럼 뭉뚝해지는 곤봉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장기능이 떨어져 몸이 붓기도 한다. 

요즘 들어 마른기침이 자주 나오면 감기이거나 코로나19 후유증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다. 고령층이라면 나이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더더욱 가볍게 넘기게 된다. 하지만 생각지 않게 증상이 너무 오래가고 또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다면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증’일 수도 있다.

폐섬유증은 마치 상처가 아물며 굳은살과 흉터를 만들 듯이 폐에 염증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며 폐 조직을 딱딱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다른 폐질환보다 생소하지만 폐섬유증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1만4000여명이던 폐섬유증환자는 지난해 2만여명으로 43%가량 늘어났다.

원인은 아직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명확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이 대부분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박종선 교수는 “하지만 고령, 흡연, 유해공기, 금속이나 목재먼지에 자주 접촉하는 것, 위-식도역류증과 연관이 있다는 가설이 있다”며 “특히 흡연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흡연자에서 폐섬유증이 발생하면 예후가 비흡연자에 비해 나쁘고 질환이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물지만 특정유전자 변이가 관련돼 있다는 보고도 있어 가족 중 폐섬유증환자가 있다면 흉부CT 등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폐섬유증에 걸리면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이 점차 찾아온다. 이때 감기, 폐렴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종선 교수는 “감기는 1주일에서 늦어도 1개월 내에는 증상이 호전되는 반면 폐섬유증은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증상이 서서히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또 감기나 폐렴은 노란빛을 띠는 가래가 나오지만 폐섬유증은 일반적으로 하얀 가래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수개월 이상 기침이나 가래가 호전되지 않고 호흡곤란이 계속되는데 장기간 이어지면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곤봉지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심장기능이 떨어지면서 몸이 붓기도 한다. 

폐섬유증 의심환자에게는 흉부엑스레이와 CT검사를 실시하며 경우에 따라 흉강경을 이용해 조직검사를 하기도 한다. 폐섬유증으로 확진되면 폐기능검사를 통해 진행정도를 파악하고 치료법을 결정한다.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폐이식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 폐가 굳어지는 증상을 완전히 멈추거나 섬유화된 조직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제제를 사용해 폐기능 악화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치료를 진행한다.

만일 약물치료로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면 폐이식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명지병원 폐암·폐이식센터 백효채 센터장은 “한 번 섬유화된 폐는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해 결국 폐이식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다만 폐이식은 장기이식수술 중에서도 고난도에 속하고 중증환자 비율이 높다 보니 수술하더라도 예후가 불량한 편이어서 의료진의 숙련도가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그래도 절망은 이르다. 환자가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되고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다면 적극 폐이식을 시행해볼 수 있기 때문. 백효채 센터장은 “국제 폐이식 가이드라인에서는 양측 폐이식의 경우 60세, 일측 폐이식은 65세까지 권고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고령이어도 특별한 질병이 없고 신체상태가 양호한 경우 폐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며 “폐이식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라면 힘들더라도 적극적인 운동과 영양섭취로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폐섬유증 예방과 최대한 일찍 발견하는 것이다. 보고에 따르면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생존율이 40%에 불과하다. 또 호흡곤란이 있는 상태에서 진단되면 평균 3년 안에 절반 정도의 환자가 호흡문제로 사망하게 된다고 알려졌다.

박종선 교수는 “정확한 발생기전을 모르기 때문에 맞춤형예방법은 없지만 전반적인 폐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흡연자라면 꼭 금연해야 하며 분진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을 가졌다면 방진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필히 착용해 폐 건강에 해가 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효채 센터장은 “폐는 한 번 파괴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장기인 만큼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매년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특히 예전과 달리 호흡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수개월 이상 기침, 가래가 호전되지 않고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빨리 호흡기내과 진료를 받아볼 것”을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