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강조하되 ‘미완의 존재’로 여기지 않았으면”
“평범함 강조하되 ‘미완의 존재’로 여기지 않았으면”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6.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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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남인순 의원, ‘발달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발달장애인 공익광고 활성화 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 개최
토론회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공익광고에 대한 여러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29일) 국회에서는 ‘발달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발달장애인 공익광고 활성화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공익광고를 펼쳐왔다. ‘광고를 너무 예쁘게 만들었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의견을 듣고 광고를 만들어라’ 등의 지적이 제기됐지만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국민반응이 두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오늘(29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발달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발달장애인 공익광고 활성화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주관으로 개최됐다.

김영호 의원은 “장애인과 관련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익광고가 꼭 필요한데 단발성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들은 사회구성원 중 하나로 편견을 없애고 하나 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법안점검과 당정 협의를 거치겠다”며 “공익광고 예산을 확보하고 광고를 추진할 때 발달장애인 가족의 의견을 청취해 명확하게 인식개선이 이뤄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기룡 교수
김기룡 교수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실태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회 좌장은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김성천 교수가 맡았다. 첫 발제는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김기룡 교수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실태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Disability Awareness)이란 장애인 이해정도와 수용정도, 장애인에 대한 태도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이해도와 상대하는 태도를 뜻한다. 또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인식 정도와 사회환경 적응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다양한 개념과 구성요인에는 ▲장애인에 대한 태도 ▲장애수용태도 ▲장애수용성 ▲장애인식수준 ▲장애공감수준 등이 있다.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사회적 요인, 양육행동, 교육환경, 중재(지원)방법, 아동의 성격과 태도 등이 있다. 요인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즉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 긍정적인 인식변화로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수준이 현저히 낮다. 언론마저 발달장애인을 어린아이 같은 사람, 능력이 없는 존재, 부족한 사람 등으로 표현한다. 심지어 백치, 정신박약, 반푼이, 천치 등 자극적인 단어로 표현한 사례도 있다.

지역사회 주민들의 인식 역시 부정적이다. 발달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시 땅값 하락을 이유로 들어 시위가 진행된 사례가 여러 차례 보도됐다. 이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부정적이다.

국제사회는 발달장애인 인식제고를 위해 장애인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을 통해 국제기준을 마련했다. 우리 정부 역시 장애인복지법, 제6차장애인정책종합계획,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정책 수립에 힘써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책실효성에 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김기룡 교수는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하다”며 “직접적인 접촉·체험·경험 중심의 교육이 중요하며 장애를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발달장애가 무언인가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이해와 사회구성원들 역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언론을 포함한 영상콘텐츠에서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표현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룡 교수는 발달장애인 등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전반적 인식개선을 위한 국가전략 수립, 효과적인 대중 캠페인 추진,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장애인식개선 교육 실시, 언론·방송·광고·온라인 영상콘텐츠 등에서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표현기준 마련,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인권감수성 역량 증진 등을 구체적인 인식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희복 교수
이희복 교수는 ‘발달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비상업적 공익광고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이희복 교수가 ‘발달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비상업적 공익광고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발달장애인 중 1%의 성공신화에 모두가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장애를 극복해야만 정상적인 일반시민으로 성공한 것으로 보는 비정상적인 시선으로 명백한 차별이라 볼 수 있다.

이희복 교수는 “발달장애인 비상업적 공익광고를 위해서는 정부의 효율적인 소통전략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발달장애인법의 개정취지에 맞도록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희복 교수는 발달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향후 정책과제로 방송용 홍보영상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할 것, 다양한 세대에 맞춘 콘텐츠 활용,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및 공동체를 주제로 한 장기 프로젝트의 캠페인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패널토론
패널토론에서는 발달장애인 공익광고 활성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패널토론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연구위원, 중앙발달장애인센터 고명균 센터장,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박종구 전문연구위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종옥 문화예술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오욱찬 연구위원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인식개선을 위해 국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은 전반적으로 본인에 대한 장애차별보다 사회 속 장애차별이 더 많다고 느꼈다. 또 발달장애인은 비발달장애인에 비해 사회 속 장애차별 인식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교육, 고용, 사회활동 영역의 순으로 발달장애인의 장애차별 인식이 높았다.

오욱찬 연구위원은 “영역별 차이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전략을 수립할 때 우선 집중해야 할 영역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사는 장애차별금지 법규의 실효성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고명균 센터장은 장애인 인식실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분리된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분리된 삶으로 인해 비장애인은 뉴스나 영화 등에서 장애인을 짧게 접한다는 것이다. 결국 비장애인들은 발달장애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 현장에서의 거부감, 배척감 등을 느끼며 지역사회에서도 이들과 분리된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 복지를 확대와 인식개선을 위한 공익광고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와 기관들이 늘어나고 발달장애인이 일반 시민들과 더불어 살면 인식 역시 변화가 생길 것이다.

고명균 센터장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과 취재기자를 위한 가이드 역시 필요하다”며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장애인식 개선교육 역시 시급한 과제”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시기는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다. 따라서 비장애학생을 대상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이 중요하다.

고명균 센터장은 “학령기에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미래 우리 사회의 장애 수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식개선 교육과 함께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인터넷 매체나 정보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종옥 문화예술위원장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공익광고에 담겼으면 좋은 메시지에 관해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공익광고는 우리가 원하는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며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포함한 전문가의 자문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익광고에서 발달장애인의 평범함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치료받아야 할 존재, 극복해야할 존재, 동정 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낡은 비인권적 시선이라고 말했다.

김종옥 문화예술위원장은 “공익광고에서 발달장애인 문제를 다룰 때에는 사회적 장벽을 제거하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에 더 많은 무게를 둬야 한다”며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달장애인을 대하고 지원하는 내용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플로어에서는 공익광고 활성화를 위해 영상공모전, TV를 보지 않는 사람들을 고려한 홍보매체 다양화 등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영호 의원은 “광고를 제작할 때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강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국회 차원에서도 계속 신경을 쓸 테니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김영호 의원은 토론회에 이어 장애인 인식개선 공익광고 활성화를 위한 법안 입법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달장애인 공익광고 등 관련 정책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달장애인 평생돌봄강화정책을 발표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발달장애인 인식개선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2. 발달장애인 예산 역시 2018년 기준 85억원에서 올해 2569억원으로 증액될 정도로 정부도 발달장애인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차별 없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

3.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달장애인 공익광고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와 논의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재부와 공익광고 예산을 내년에 담을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다시 한 번 기재부를 설득해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영호 의원은 협의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기꺼이 의원들이 함께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4. 복지부는 TV광고, 라디오 광고 외에도 유튜브 등 미디어 다각화를 통해 홍보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또 인식개선을 포함한 발달장애인 정책수립 과정에서 당사자 요구에 기반한 정책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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