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심부전’ 위험 쑥↑…단계별 대처법은?
나이 들수록 ‘심부전’ 위험 쑥↑…단계별 대처법은?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6.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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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관(남·72) 씨는 어느 날부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기 시작했다. 체력이 떨어졌나 싶었지만 점차 눕기만 해도 호흡이 곤란해져 병원에 갔는데 ‘심부전(心不全)’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심부전은 말기상태가 되면 암보다 사망률이 높다. 따라서 정기검진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호흡곤란, 부종 등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심부전은 여러 원인으로 심장기능이 저하돼 신체 각 부분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일종의 합병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부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1년 23만9682명으로 2017년 22만1315명 대비 4년간 8.3% 증가했다. 전체 심부전환자의 85% 이상을 60대 이상이 차지했고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 보다 약 1.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들수록 위험↑…호흡곤란·부종 등 생기면 의심

▲심장의 혈관이 막히거나(관상동맥질환) ▲맥박이 불안정하거나(부정맥) ▲심장근육 자체가 약해지는(고혈압, 당뇨, 유전자 이상에 의한 심근증) 등 다양한 원인질환이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이다. 판막질환·부정맥·심근증도 원인이지만 최근에는 비만·고지혈증·고혈당·당뇨 등 대사증후군에 의한 발생도 크게 늘었다. 만성염증상태를 일으켜 심근과 혈관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특별한 질환이 없더라도 나이 들수록 발병위험은 증가한다. 60~70대의 5.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심부전을 진단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과거 심장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더라도 중증의 폐·콩팥·간·인지장애·자가면역질환·암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전신상태가 쇠약한 노인에서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또 항암제·알코올·식욕억제제 등 심독성 약물에 민감한 사람이 이러한 약물들에 노출돼도 생길 수 있다.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박병원 교수는 “초기에는 힘들게 움직일 때만 숨이 차지만 심해지면 눕거나 잠을 잘 때도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밤에 소변을 보는 야뇨증과 이로 인한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고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이 정체되며 발목부종, 폐부종, 심한 경우 전신부종이 생길 수 있다”며 “만성피로와 소화불량, 복수가 차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말기, 암보다 사망률 높아…조기발견·적극치료 중요

심부전은 중증도에 따라 병기를 분류한다. 아무 증상 없이 심근손상위험인자만 있는 초기부터 심장이식이 필요한 말기까지 총 4단계로 나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김미정 교수는 “말기 심부전은 5년 이내 사망률이 50%를 넘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예방과 치료법이 발전한 만큼 조기진단하면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단계는 무증상 고위험군으로 고혈압,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뇌혈관·말초혈관·관상동맥질환), 심독성 약물 노출 과거력, 심근병 유전자 보유자 등이다. 식사·운동·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과 심부전 예방효과가 입증된 약물로 위험인자를 교정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2단계는 심부전 증상은 없지만 심장구조나 기능이상이 시작된 단계다. 혈액검사에서 심장손상을 의미하는 수치가 검출되거나 심장초음파검사에서 심장비대, 판막이상, 심근수축 또는 이완기능저하 등이 관찰된 경우를 말한다. 본격적인 심부전 진행을 막으려면 적극적인 원인질환교정, 위해요인회피, 심부전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물치료가 필수다.

3단계부터는 심부전증상이 나타난다. 호흡곤란과 부종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삶의 질이 저하되며 장기적으로 사망률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것. 따라서 이뇨제 등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과 함께 장기 생존율 향상을 위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시술이나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

4단계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심부전 증상이 계속되는 말기 심부전상태로 사망률이 암보다 높다. 약물만으로 효과가 불충분한 만큼 심장이식이나 심장보조장치삽입술이 필요할 수 있다. 또 때때로 심부전치료제 효과가 늦게 나타나거나 일시적으로 콩팥의 사구체여과율 수치가 올라가거나 오래 복용했던 당뇨병·콩팥병·관절염 등의 약과 상충할 수 있다. 이때는 심장과 기존 질병상태에 대한 전문의의 정확한 판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김미정 교수는 “6개월이나 1년 전에는 할 수 있던 움직임을 힘들어 못하게 된다면 심부전을 의심할 수 있다”며 “심부전은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는 진행성 질환이지만 꾸준히 관리하면 진행을 막고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기에 조기발견에 힘쓰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부전은 중증질환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박병원 교수는 “염분과 당분, 콜레스테롤 섭취는 줄이고 채소류와 해조류를 많이 먹는 식습관이 좋다”며 “일정한 신체활동으로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흡연·음주를 멀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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