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초석잠 vs 석잠풀 vs 쉽싸리’, 효능은 달라요
[한동하의 식의보감] ‘초석잠 vs 석잠풀 vs 쉽싸리’, 효능은 달라요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7.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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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간혹 식당에 가면 간장에 조린 ‘초석잠’이라는 반찬이 나온다. 누에나 길쭉한 골뱅이처럼 생겼고 기다란 고동처럼도 보인다. 인터넷에 보면 골뱅이형 초석잠, 누에형 초석잠이 있다고 한다. 또 석잠풀이란 이름도 있는 만큼 헷갈리기 일쑤다. 오늘은 초석잠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면서 동시에 이들을 구별해보자.

초석잠(Stachys affinis)은 꿀풀과 석잠풀속 초석잠의 뿌리다. 뿌리가 누에를 닮아 초석잠(草石蠶)이라고 한다. 항간에 골뱅이형 초석잠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초석잠이다. 사실 초석잠은 골뱅이형이 아닌 ‘누에형’ 초석잠이라고 해야 하는데 항간에 쉽싸리를 누에형 초석잠이라고 부르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석잠풀(Stachys japonica)은 꿀풀과 석잠풀속 석잠풀의 여러해살이풀로 주로 습지에서 자란다. 석잠풀은 한의서에 계소(雞蘇), 물에서 잘 자라서 수소(水蘇)라고 했다. <향약집성방>에 ‘물방하[水芳荷]’로 나온다. 석잠풀의 뿌리에는 골뱅이나 누에처럼 보이는 덩이뿌리는 없다.

쉽싸리(Lycopus lucidus)는 꿀풀과 쉽싸리속 쉽싸리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한의서에는 택란(澤蘭)으로 기록돼 있다. 인터넷에 누에형 초석잠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쉽싸리의 덩이뿌리다. 하지만 초석잠과 모양만 비슷하지 엄연히 다른 종이다. 즉 쉽싸리는 초석잠이 아니다.

자, 이제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먼저 초석잠이다. 초석잠(草石蠶)은 지잠(地蠶) 또는 토용(土蛹)이라고도 한다. 잠(蠶)은 누에, 용(蛹)은 번데기를 의미한다. <본초강목>에는 ‘지잠(地蠶)과 토용(土蛹)은 모두 뿌리의 모양으로 이름 지어진 것이다’라고 했다. 높은 산의 돌 위에서 난다고 해서 석(石)자가 붙었고 누에처럼 보여서 잠(蠶)자가 붙었다.

초석잠은 달고 성질이 평하고 독이 없다. 뿌리를 주로 약용한다. 초석잠은 옛날부터 소금에 절여 먹거나 장에 담그거나 꿀에 절여 보관 후 섭취하거나 삶아서 먹기도 했다. 생으로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으니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초석잠은 풍(風)을 제거하고 어혈을 깨뜨린다. <본초강목>에는 ‘술에 담가서 쓰면 풍(風)을 제거하고 어혈을 깨뜨린다’고 했다. 보통 풍(風)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은 어지럼증이나 피부 가려움증, 저림 등의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에 혈액순환 촉진효과가 함께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초석잠은 머리를 맑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기를 내려 정신을 맑게 한다’고 했다. 초석잠에는 뇌기능을 활성화시켜주는 페닐에타노이드와 치매를 예방하는 콜린이 풍부해서 치매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초석잠은 상처를 잘 아물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호랑이에 물린 상처에 가루로 만들어 뿌리면 바로 딱지가 앉는다고 했다. 또 피부와 생식기 부위의 궤양을 달인 물로 씻어준다고 했다. 요즘이라면 호랑이를 만날 일이 없으니 벌레나 모기에 물렀을 때 도움이 되겠다. 초석잠에는 ▲소염효과 ▲항산화효과 ▲상처회복효과 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석잠은 주로 뿌리, 석잠풀과 쉽싸리는 주로 잎을 사용한다. 이름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약효가 전혀 다르기 떄문에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사진=산림청).
초석잠은 주로 뿌리, 석잠풀과 쉽싸리는 주로 잎을 사용한다. 이름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약효가 전혀 다르기 떄문에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사진=산림청).

다음은 석잠풀이다. 석잠풀(石蠶풀)은 한약명으로 계소(雞蘇)나 수소(水蘇)라고 한다. 주로 잎을 약용한다. 맛은 맵고 약성이 약간 따뜻하고 독성이 없다. 이름에 ‘석잠(石蠶)’이 들어가 있어서 초석잠과 헷갈리지만 덩이뿌리가 없다. 식물 분류학상 속(屬)이 같아서 꽃모양이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석잠풀의 효능은 초석잠과 비슷하다. <향약집성방>에는 ‘석잠풀은 기를 내리고 곡식을 소화하며 음식을 잘 내린다. 입냄새를 물리치고 사악(邪惡)한 독을 없애고 악기(惡氣)를 물리친다. 오래 먹으면 정신이 좋아지고 몸이 가볍고 늙지 않는다. 토혈, 코피, 자궁출혈 등을 치료한다’라고 했다. 일부 효능은 뒤에서 언급되는 쉽싸리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

석잠풀에는 해독작용이 있다. <향약집성방>에는 ‘일체의 독을 풀어주고자 할 때는 석잠풀을 진하게 달여 1되를 마신다’고 했다. 과거에는 단독(丹毒) 등의 피부질환에 석잠풀 잎을 달인 물로 씻어주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석잠풀은 풍(風)을 없앤다. <식물본초>에는 ‘두풍(頭風)으로 어지러울 때 청주로 즙 1되를 끓여 마신다. 산후의 중풍에 먹으면 더욱 좋다. 달인 즙으로 머리를 감으면 향이 나고 비듬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술을 빚거나 술에 담가서 늘 먹으면 좋다고 했다.

다음은 쉽싸리다. 한약명으로는 잎을 택란(澤蘭)이라고 한다. 연못[택(澤)] 근처에서 자라는 난(蘭)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맛은 쓰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독이 없다. 잎에는 은은한 향이 있다. 뿌리를 지순(地笋)이라고 하는데 잎과 비슷한 효능이 있다. 주로 잎을 약용한다.

쉽싸리는 부인과 요약이다. <동의보감>에는 ‘출산 전후의 온갖 질환과 산후에 배가 아픈 것, 잦은 출산으로 혈기가 쇠하고 차가워진 것, 허로로 몸이 야윈 것을 치료한다’라고 했다. <의학입문>에는 ‘산후의 심복통(心腹痛)과 모든 혈증(血症)을 치료하는데 먹으면 사람을 살찌고 희게 만든다’고 했다.

쉽싸리는 자궁근종에도 도움이 된다. <본초강목>에는 ‘어혈(瘀血)을 깨뜨리거나 징가(癥瘕)를 삭일 수 있기 때문에 부인과에서 중요한 약으로 여긴다’고 했다. 징가(癥瘕)는 여성의 경우 자궁근종 등을 의미한다.

쉽싸리는 출산 후 자궁을 수축시켜 오로(惡露)를 빼내는 데 다용했다. 자궁수축 작용이 있어 임신 초기에는 섭취하면 안 된다. 간혹 쉽싸리의 자궁수축과 오로 제거효능을 적어 놓고 초석잠의 부작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석잠에는 자궁수축작용이 없기 때문에 무관하다. 쉽싸리를 〇〇〇 초석잠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이유다.

초석잠은 주로 뿌리, 석잠풀과 쉽싸리는 주로 잎을 사용한다. 이것들은 이름이 비슷해서 혼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비슷하게 이름을 지어 놓아서 자중지란에 빠져있다. 특히 쉽싸리 뿌리를 초석잠의 효능으로 알고 섭취해서는 안 된다. 이름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서로 다르기 때문에 구별해야 한다. 초석잠은 그냥 초석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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