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 현실로…국민 공감하는 정책으로 출산율 높여야
저출생·고령화 현실로…국민 공감하는 정책으로 출산율 높여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7.0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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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 의원, ‘저출생 정책의 평가와 방향’ 국회토론회 주최
저출생
저출생·고령화가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오늘 국회에서는 저출생 문제 극복과 건강한 육아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저출생 정책의 평가와 방향’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018년 이후로 결국 1명대 아래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저출생 경향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그런데도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채 탁상공론만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오늘(4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저출생 정책의 평가와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정숙 의원(국민의힘)과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장성인 소장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국가적 관심과 함께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도 초저출생 현상은 반전될 기미가 없이 국가 소멸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며 “정책수혜자들이 체감할 수 있고 저출생 관련 요인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병수 의원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초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 충격이 사회의 어디까지 파고들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초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해 수많은 돈을 퍼부었지만 출생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며 “초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만큼 오늘 토론회에서 좋은 제안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슬기 교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슬기 교수가 ‘저출생 원인과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토론회는 한국의료지원재단 유승흠 이사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명예교수)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첫 발제로는 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슬기 교수가 ‘저출생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대다수 청년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은 절대적 규범이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됐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의 저출생 경향을 청년세대의 ‘비명’으로 이해하고 제도개선과 함께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저출생 정책에 대한 기존의 접근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슬기 교수는 “제도개선이나 실질적 지원 없는 출산 장려는 오히려 반감만 초래하고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출산을 의무가 아닌 권리로 받아들이고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최슬기 교수는 출산정책이 여성에만 맞춰져 있는 것도 문제이며 출산의 주체를 여성에서 남성에서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배우자 출산휴가’라는 용어는 출산 자체를 너무 여성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는 출산을 성평등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을 여성만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출산과 양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한 방향도 아니기 때문에 부모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 모두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요즘은 과거보다 맞벌이가정이 많아진 만큼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중요하며 육아휴직 또한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김정남 교수
계명대 간호학과 김정남 명예교수가 ‘출산장려대책의 실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어 계명대 간호학과 김정남 명예교수가 ‘출산장려대책의 실제’에 대해 발표했다.

자녀를 둔 일하는 어머니(워킹맘)들은 가장 어려운 점으로 ‘맡길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꼽았다. 직장인 부모들은 돌봄공백으로 인해 비용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민간 돌봄서비스, 학원 등을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돌봄공백을 메울 수 있으면서도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김정남 명예교수는 이러한 돌봄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곳으로 교회를 꼽았다. 그는 “지역사회에 분포된 5만여개의 교회는 돌봄공백을 해소하고 재정효율성을 강화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대표적으로 충남 당진시의 한 교회는 저녁 6~8시까지 아이들을 돌보며 간식을 제공하고 영어나 수학 등을 가르쳤다. 교회가 돌봄센터의 역할을 한 것. 당진시에 따르면 당진시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1.11명으로 전국 합계출산율 0.78명(통계청 인구동향조사)을 웃도는 수치다. 교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기에는 정확한 근거가 없지만 적어도 도움은 됐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울러 김정남 명예교수는 취업 전후 출산으로 인해 경력에 단절이 생긴 여성에 대한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취업을 위한 재교육을 정부에서 무료로 제공해 공백기를 만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20대 미취업 산모에게는 더 많은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은철 교수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가 ‘저출산 대응의 보건의료적 접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는 ‘저출산 대응의 보건의료적 접근’에 대해 발표했다.

그간 산발적인 저출생 정책 도입으로 제도적·현실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정책 체감도가 저하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개인 삶의 질 제고’ 등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목표설정, 과제목표와 관계없는 성과지표로 형식적인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 청년세대의 가치관과 인식변화를 고려하지 않아 실수요자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등은 정책체감도를 현저히 떨어뜨린 원인으로 지목됐다. 

박은철 교수는 “명확한 목표설정과 과학적 근거 및 정책추진 평가를 통해 저출생 관련성, 효과성, 정책 요구도를 고려해 정책을 재구조화 하고 국민소통을 강화해 체감도 높은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특히 박은철 교수는 임신부와 태아 건강관리, 출산 후 모유수유 및 영양관리 등 보건의료적 접근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국가에서 시행 중인 임신부 건강관리 프로그램과 출산 후 모유수유 및 영양관리 프로그램 등을 언급했다.

패널
패널토론자들은 저출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패널토론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의진 위원,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최영준 과장, 한국인구학회 이성용 회장,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김소영 기자,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신의진 위원은 “난자는 나이 들수록 빨리 늙기 때문에 냉동난자를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많은 나이 때문에 아이를 낳기 힘든 부모에게 아이를 낳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어 “요즘 부모들은 육아지옥과 자포자기의 심정인 상태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불안·우울에 휩싸일 수밖에 없고 요즘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인 고독·은둔형청년을 양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서울시 영유아 발달조사결과에 따르면 약 33% 아이들이 발달장애 의심군에 해당했다. 또 초·중학생 40% 이상이 집중력, 불안, 우울을 겪고 마음건강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의진 위원은 “질이 부족한 양육 제공이 미래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칠지 두렵다”며 “아이들을 보호하고 부모에게 적정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준 과장은 정부대책과 관련, 결혼과 임신이 어려운 선택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강한 아이와 행복한 임신을 위해 ‘생애초기 건강관리 사업’을 진행, 가족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난임과 다태아출산에 관련해서는 정책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아이들이 적어도 의료비 문제없이 건강히 자랄 수 있게 하반기 정책적인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성용 회장은 “우리나라 출산정책은 저출산 ‘억제’ 정책이자 출산 ‘하강’ 정책”이라며 “우리나라에 도입된 정책은 서구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 대부분으로 우리나라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출산율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하강하는 것”이라며 “유럽에서도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김소영 기자는 정부정책의 아쉬운 점에 대해 말했다. 그는 “출산 이후 내 커리어가 흔들리지 않을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진정으로 문제해결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건지 의심이 된다”며 “정부는 경력단절 정책을 경력단절예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고 자신 있게 강조했는데 실제 취재 결과 경력단절예방지원사업은 사내 동아리 비용지원, 직원 휴게실 리모델링 등의 내용으로 지원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지원된 이유를 알아보니 정부 측은 행복한 직장문화 조성을 통한 경력단절예방이라고 답했다”며 “과연 이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만든 정책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충기 정책이사는 “주택문제, 출산양육휴가, 난임수술 등 정책은 마련됐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 환경도 심도 있게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오늘 토론회에서 언급된 저출생 대응의 보건의료적 접근방법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봤다.

■저출생 대응의 보건의료적 접근방법

▲생식보건교육=생식보건교육은 성교육, 임신과 출산의 생리적 과정, 가족계획, 효과적인 피임법 등을 다룬다. 이를 통해 개인이 출산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생식보건교육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개인은 출산을 계획하고 원하는 시기에 출산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임산부와 출산 후 지원=임산부와 출산 후 부모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은 저출산 대응의 핵심이다. 따라서 정부와 보건기관은 임산부와 출산 후 보무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서비스에는 정기검진,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건강관리, 영양상담 및 지원, 심리지원, 적절한 출산휴가, 육아휴직제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피임 및 가족계획 서비스=저출생 문제는 출산을 원하는데도 원하는 시기에 출산을 할 수 없는 경우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출산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피임방법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피임용품의 접근성 향상, 피임상담 및 서비스 제공, 가족계획 상담제공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출산 후 치료 및 관리=출산 후 우울증, 부모의 스트레스, 육아문제 등은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들이다. 따라서 출산 후 정서적인 지원과 부모교육 프로그램, 육아 상담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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