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충족수요 ‘특발성폐섬유증’…긍정적 임상결과 속속히 발표
미충족수요 ‘특발성폐섬유증’…긍정적 임상결과 속속히 발표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7.0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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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특발성폐섬유증 증상을 지연시킬 뿐 완치제가 없었다. 하지만 한미약품, 대웅제약,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이 임상2상 결과를 발표하며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금까지는 특발성폐섬유증 증상을 지연시킬 뿐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없었다. 하지만 한미약품, 대웅제약,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이 임상결과를 발표하며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특발성폐섬유증(이하 IPF)은 폐에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축적, 폐포벽이 섬유화되며 기능이 저하되는 희귀질환이다.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만명당 약 13명의 유병률을 보인다. 무엇보다 진단 후 5년생존율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지금까지 IPF치료제로는 항섬유화 효과가 있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와 로슈의 ‘에스브리엣’ 일동제약 ‘피레스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물은 폐 기능저하를 지연시키지만 진행 자체를 멈추지 못한다. 또 부작용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즉 IPF는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분야인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IPF치료제 시장은 매년 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에는 약 61억달러(한화 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기업들은 IPF 신약 개발에 한창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한미약품, 대웅제약,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이 있다.

■한미약품, NASH에서 IPF로 적응증 확대 예정

한미약품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치료제로 개발 중인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LAPSTriple agonist)’의 적응증을 IPF치료제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5월 미국흉부학회 국제콘퍼런스 ATS 2023에서 IPF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글루카곤과 GLP-1, 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 바이오신약으로 글루카곤이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도우며 GIP 수용체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항염증 작용을 하는 물질이다.

ATS 2023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 반복 투약 시 혈중 산소포화도가 증가하고 섬유화 지표들이 개선된 점이 확인됐다. 이러한 섬유화 진행억제 및 폐 기능개선을 통해 동물모델에서 질병 진행에 따른 사망률을 낮췄다.

■대웅제약 ‘베르시포로신’ 안전성 확보

대웅제약은 현재 IPF 신약후보물질로 ‘베르시포로신’을 개발 중이다. 베르시포로신은 SCIE 논문인 ‘유럽분자생물학회 분자의학’에 등재됐을 정도로 효용성이 입증됐다. 또 지난해 미 FDA 희귀의약품 지정과 국내 최초로 FDA 패스트트랙 품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밖에도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의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돼 임상시험 진행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는 PARS1(Prolyl-tRNA Synthetase1) 효소의 활성을 억제한다. 그간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PRS의 활성 조절을 통해 IPF를 치료하려 했지만 PARS1 효소가 생명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활성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부작용 발생위험이 있었다. 

PARS1은 효소 2개가 한 쌍을 이루는 형태로 존재한다. PARS1 효소 활성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섬유화 과정에 관여한다. 베르시포로신을 투약하면 한 쌍의 PARS1 중 1개의 효소와 강한 결합을 형성해 활성이 억제되며 섬유화가 완화된다. 그 순간 단백질 구조가 변화하면서 한 쌍을 구성하는 나머지 PARS1 효소 1개는 베르시포로신과의 결합을 방해받아 활성이 유지되며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은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섬유화가 완화되면서도 생명에 필수적인 기능은 유지된다.

연세대 김성훈 교수(약학대학·의과대학 겸임)는 “정밀의학을 현실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신약 개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 타깃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PARS1과 같은 필수 효소들도 신약개발을 위한 타깃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도 이번 연구의 큰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과제 선정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현재 북미와 유럽, 아시아 지역 내 50여개 기관에서 IPF 신약후보물질인 ‘BBT-877’의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BBT-877은 2023년도 1차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BBT-877은 경구용 오토택신 저해제다. 오토택신은 IPF 등 섬유화질환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신규 표적단백질이다. 혈중에서 리소포스파티딜콜린(LPC)을 리소포스파티드산(LPA)으로 전환해 경화증이나 종양 등 생리적 활성을 유도한다. BBT-877은 LPA의 생성률을 감소, 염증과 섬유화를 막는 특징을 갖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의학 총괄 책임 이상윤 부사장은 “IPF는 유병률이 늘어나고 있는 질환인 만큼 미충족 의료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BBT-877이 지원과제로 선정돼 치료제의 개발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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