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 골든타임은 ‘48시간’…단순히 입 돌아가는 병 아냐
안면마비, 골든타임은 ‘48시간’…단순히 입 돌아가는 병 아냐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7.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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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안면신경학회, 세계 최초 ‘안면신경의 날’ 제정·선포
대한안면신경학회는 7월 7일을 안면신경의 날로 제정한다는 것을 공식 선포하고 안면마비에 대한 국민 홍보와 인식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비로소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표정을 속 시원히 확인할 수 있게 된 요즘. 하지만 이 표정 짓는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안면신경마비(이하 안면마비)환자들이다.

우리가 감정에 따라 여러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얼굴에 무려 43개의 안면근육이 존재해서다. 이 중 안면근육은 뇌의 제7번 신경인 안면신경에 의해 움직인다. 안면마비는 여러 원인에 의해 바로 이 안면신경이 손상돼 얼굴 전체에 여러 이상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래도 가장 흔한 벨마비에 의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자연경과로도 70%의 회복률을 보이며 제때 잘 치료하면 100% 가까이 회복률을 보인다. 하지만 일부는 안면장애가 후유증으로 남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사실 많은 국민이 안면마비가 어떤 질환인지, 발생하면 어느 진료과를 가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안면마비에 대한 전체적인 국민인식이 매우 낮은 것이다. 

대한안면신경학회 장학 회장이 안면신경의 날 선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를 절실히 체감한 전문가들이 더 늦기 전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대한안면신경학회는 오늘(6일) 서울대병원 서성환 홀에서 ‘제1회 안면신경의 날 선포식 기념 대국민 포럼’을 열고 7월 7일을 ‘안면신경의 날’로 제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7번 뇌신경인 안면신경의 의미를 오롯이 살린 것으로 정식 날 제정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대한안면신경학회 장학 회장(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은 인사말을 통해 “안면신경분야는 부단한 노력으로 지속적인 학술적 발전을 이뤘지만 정작 환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절실히 체감했다”며 “안면마비는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 시작이 중요한 만큼 이제는 학술적 발전뿐 아니라 대국민 홍보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 같은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자리를 통해 안면마비의 정확한 치료법을 널리 알려 현장의 의료진은 물론 국민의 이해가 넓어지길 기대한다”며 “안면신경의 날 제정을 기점으로 안면마비에 대한 국민인식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안면신경학회 박시내 홍보이사가 안면신경의 날을 7월 7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안면신경학회 박시내 홍보이사(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며 “숫자 7은 행운의 상징이기도 하고 안면신경이 얼굴 양측에서 대칭적으로 나와 기능할 때 자연스런 움직임이 기능하기 때문에 7월 7일을 안면신경의 날로 제정하기에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이기도 한데 이들의 애틋한 사랑만큼이나 소중한 안면신경을 떠올리며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살짝 담았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전문가들의 주제발표를 통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면마비 치료법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김진 교수는 초기 스테로이드 복용 시 예후를 설명하며 골든타임 내 치료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첫 주자로는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진 교수가 ‘안면신경마비의 특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진 교수는 “안면마비는 자연경과 시에도 회복률이 70%에 이를 만큼 비교적 회복이 잘 되는 질환지만 잘 회복되지 않으면 안면장애가 후유증으로 남아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린다”며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초기 스테로이드 복용이 안면마비 치료의 핵심이라며 “가능한 48시간, 최대 72시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골든타임을 분명히 언급했다.

김진 교수는 “실제 벨마비 이후 골든타임 내 적절한 스테로이드 복용 시 80% 이상의 환자들이 완전회복을 보인다”며 “안면마비는 발생 후 이틀 후면 신경변성이 시작돼 결국 영구적인 안면장애가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어 48시간 내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안면마비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여러 과의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안면마비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미소의 회복’을 주제로 발표했다.

여승근 교수는 환자마다 안면마비가 다양한 증상(▲처진 얼굴 또는 움직이지 않는 얼굴 ▲눈을 감는 데 어려움 ▲웃을 때 비대칭 ▲말하기 또는 먹기 어려움 ▲음식물 저작 시 밖으로 새는 등)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증상에 따라 이비인후과, 신경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안과 등 여러 과의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승근 교수는 “안면신경은 귀 안쪽 뼈를 통과해 얼굴 전체에 가지 치듯 뻗어있어 귀 통증, 이명, 청각이상 등 귀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비인후과 진료를 먼저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뇌질환이 원인인 중추성 안면마비인 경우에는 신경과, 안면마비가 오래돼 얼굴 비대칭이 심하면 성형외과, 근위축이 발생해 재활이 필요하면 재활의학과, 눈이 안 감겨 건조 증상 등이 발생하면 안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려대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휘 교수는 신속한 진단과 초기 맞춤형 재활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고려대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휘 교수는 ‘안면마비의 진단과 치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를 주제로 안면마비의 신속한 진단과 재활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휘 교수는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뇌질환의 전조증상으로 안면마비(말초성 안면마비)가 올 수 있어 초기에 중추성과 말초성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임상적으로 마비된 쪽에서 이마 주름지는 것이 가능하면 중추성, 이마까지 마비가 와 주름이 안 잡힌다면 말초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안면마비를 확진하는 중요한 진단검사로서 근전도검사에 대해 강조했다. 김동휘 교수는 “근전도검사는 안면마비를 가장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자 신경손상 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검사”라며 “얼마만큼 신경이 남아있느냐가 예후 판단의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환자에게 근전도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활치료 역시 초기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김동휘 교수는 “안면신경은 감각보다 결국 근육의 영향이 커 마비된 쪽과 마비되지 않은 쪽 모두 재활치료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비된 쪽은 근위축이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히 안면근육 스트레칭을, 마비되지 않은 쪽은 안면근육이 과하게 움직하는 것을 조절하는 적절한 운동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또 안면마비는 얼굴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대칭이 심한 환자는 마비되지 않은 쪽에 보툴리눔독소 주사를 주사해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오태석 교수는 안면마비 이환기간이 길어 근위축이 심하게 진행된 환자는 여러 수술적 교정을 통해 눈과 입 근육의 움직임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오태석 교수는 ‘안면마비의 수술적 치료’를 주제로 발표했다.

오태석 교수는 “벨마비가 왔는데 이를 몇 십년 뒤에 아는 경우도 있을 만큼 안면마비는 이환기간이 매우 긴 병”이라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근위축이 심하게 진행된 환자는 수술을 통해 눈과 입 근육의 움직임을 회복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안면신경 재건수술에 있어 선도적인 위치에 있음을 언급하면서 매우 늦게 진단받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성형외과 전문의와 적극 상담해 적합한 수술방법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장학 회장은 “해외에 비하면 국민 홍보활동에 이제 첫걸음을 뗀 수준이지만 연구와 치료수준은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다학제가 모인 학회인 만큼 다 같이 힘을 모아 이제는 안면마비에 대한 의료진과 국민인식을 높이는 데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더 큰 발전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전범조 교수가 전조증상과 예방법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전문가들이 기자들의 궁금증을 직접 풀어주는 기자회견 시간이 따로 마련돼 첫 안면신경의 날의 의미를 더했다. 현장에서 나온 기자들의 주요 궁금증과 이에 대한 학회의 답변을 한데 모았다. 

<대한안면신경학회가 짚어주는 안면마비 궁금증 이모저모>

Q. 안면마비는 응급질환으로 응급실을 가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정말인가?

안면마비는 90% 이상이 벨마비 등에 의한 말초성 안면마비이지만 뇌졸중 등 뇌질환이 원인인 중추성 안면마비일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 이를 정확히 구분하고 골든타임 내 적절한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신속하게 해줄 수 있는 곳은 응급실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갑자기 안면마비가 왔을 때는 가까운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Q. 안면마비 예방과 전조증상은 따로 없나?(X)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면마비는 사실 예방이 어려워 세계적으로도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신속한 진단·치료가 중요한 질환인 만큼 해외에서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조기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귀 뒤쪽에 통증이 오고 하루 뒤 안면마비가 오는 경우가 많으며 말초성 안면마비의 원인 중 하나인 람세이헌트증후군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피부증상이 나타난다.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한 식습관, 운동이 중요하다. 바이러스 감염도 원인이기에 중이염 등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하며 설령 걸리더라도 더 심해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Q. 골든타임 내 치료해야 한다면 동네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가도 괜찮나?(O)

이비인후과와 신경과 교육과정에 안면마비가 정식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 분야 전문의라면 안면마비를 모두 진료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안면마비가 오면 환자들은 큰 대학병원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이 집과 멀다면 보다 가까운 동네 이비인후과에 방문해 빨리 치료받는 것이 현명하다.

Q. 비타민 복용이 안면마비에 정말 도움이 되나?(△)

현재까지 비타민 B12, B1, B6 등이 벨마비와 관련 있다고 보고됐다. 특히 비타민B12는 신경 손상을 예방하고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비타민은 안면신경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 치료 목적으로 복용해선 안 된다.

안면마비 치료의 핵심은 스테로이드이다. 스테로이드는 여러 부작용위험을 감안해 적절하게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당뇨환자는 더 주의해서 치료해야 한다.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당뇨환자에게는 아예 비타민 북용을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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