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로 무더위 싹? 마니아 아니면 ‘스트레스만↑’
공포영화로 무더위 싹? 마니아 아니면 ‘스트레스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7.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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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대한 뇌 편도체 예민도, 사람마다 달라
공포영화 못 보거나 싫어하면 억지로 볼 필요 X
각자에게 맞는 스트레스해소법이 건강에도 득(得)
평소 공포영화를 싫어하고 잘 보지 못하는 편이라면 억지로 볼 필요는 없다. 싫은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만성화돼 신체·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든 자기 시간을 만들어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한다. 특히 여름에는 무더위까지 싹 날려보고자 일부러 공포영화를 선택해 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공포영화의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평소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사람이라면 포비아(공포증)가 생겨 공포영화에 더 거부감이 생길 뿐 아니라 신체·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우선 공포영화를 보면 시원하고 오싹한 느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런 신체반응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포반응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뇌에 갖춰진 비상경보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때 뇌의 깊은 곳, 즉 아몬드처럼 생긴 편도체가 지금의 공포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하고 대뇌 피질과 함께 위험도에 따라 적절한 대처법을 찾기 시작한다.

이에 발맞춰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에 명령을 내려 몸을 전투체제로 전환,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동공이 커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져 호흡이 가빠진다. 또 팔다리에 근육이 솟으면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하지만 공포영화는 현실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 교수는 “뇌는 위급상황이라면서 전투명령을 내렸지만 공포영화 속 장면이 실제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몸이 당장 그 상황을 피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며 “결국 우리 몸에서는 근육운동과 열 발생 없이 땀만 많이 나고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땀이 식으면서 오싹함과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뇌의 편도체 반응, 즉 예민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설명이다. 공포영화를 잘 보는 사람과 못 보는 사람이 나뉘는 이유다. 학계에서 진행된 뇌 영상연구에 따르면 공포영화를 잘 보는 사람은 놀람과 무서움에 대한 편도체의 반응이 크지 않으며 이들은 무딘 편도체를 자극하기 위해 오히려 더 무섭고 강렬한 것을 원한다.

반대로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의 편도체는 조그만 자극에도 매우 민감하다. 예민한 편도체는 평소에도 잘 놀라고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자극을 싫어하는 것. 따라서 편도체가 예민한 사람이 공포영화를 보면 이에 대한 포비아가 생겨 점점 더 공포영화를 싫어하게 된다. 무엇보다 건강에 좋을 리 없다.

김원 교수는 “싫어하는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이 길어져서 우리 몸과 마음은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은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곧 우울증, 불안증 등을 부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공포영화 시청이 피서법 중 하나이긴 하지만 억지로 공포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며 “각자 나름대로 본인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피서법을 찾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조언했다.

공황장애는 전문치료와 더불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일상 속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편 포비아, 즉 공포증은 불안장애의 한 유형으로 예상치 못한 특정한 상황이나 활동, 대상에 대해 공포심을 느껴 이를 회피하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지 못해 공포심을 느끼게 되면 숨이 가빠지고 오한이나 발열, 어지러움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밖에 현대인이 많이 앓는 또 다른 불안장애는 공황장애이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층에서 공황장애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심평원에 따르면 연령별 공황장애환자(2021년)는 20~40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20~29세 : 17.3% ▲30~39세 : 21.2% ▲40~49세 : 24.5%).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명재 교수는 “포비아와 비슷하게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공황장애는 이러한 공황발작이 갑자기, 그리고 극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며 “특히 공황발작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예기불안과 지하철, 버스 등과 같이 갑갑한 환경을 유독 회피하는 증상을 보인다면 공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황장애 역시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백명재 교수는 “전문가와 상의하면서 약물 복용 등 필요한 치료에 성실히 임하는 것은 물론 유산소운동, 복식호흡, 필라테스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며 “공황 증상을 몸이 나빠진 신호가 아닌, 이렇게 살면 실제로 몸이 나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알림 신호로 인식하고 몸과 마음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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