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지붕 위 소나무 ‘와송(瓦松)’…몸 곳곳에 효과만점!
[한동하의 식의보감] 지붕 위 소나무 ‘와송(瓦松)’…몸 곳곳에 효과만점!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7.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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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오래된 기와지붕에 작은 풀처럼 보이는 것들이 자라는 경우가 있다. 바로 ‘와송(瓦松)’이다. 요즘은 현대식 기와로 바꾼 곳들이 많지만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와송을 재배하는 곳도 있다. 오늘은 와송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와송(Orostachys japonicus A. Berger)은 돌나물과 바위솔속 바위솔에 속한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말로 ‘바위솔’ ‘지부지기’라고 부른다. 와송은 기와지붕이나 돌무더기, 바위틈새, 땅에서도 자란다. 모양이 특이해 관상용으로도 심는다.

<본초강목>에는 ‘와송은 솔방울처럼 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 멀리서 보면 소나무를 심어 놓은 듯하다’라고 했다. 기와 위에 꽃이 핀 것처럼 보여서 ‘와화(瓦花)’라고도 한다.

와송에는 작엽하초(昨葉何草)라는 독특한 이름도 있다. <본초강목>에서 이시진은 그 이름을 풀이할 수 없다고 했으나 풀어보면 ‘전의[昨] 그 풀은[葉] 어떤[何] 약초인가[草]?’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아마도 초기에는 명확한 이름이 없어서 붙여진 것으로 생각된다. 마치 무명초(無名草)와 같다. 참고로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의 목차로는 ‘작엽하초’로 찾아야 한다. 와송으로 찾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다.

와송의 맛은 시고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평(平)하고 맛은 시며 독이 없다’라고 했다. <본초정화> 등에는 ‘대독(大毒)’이라고도 했지만 독은 없는 것으로 정리된다. 여름철에 채취해 햇볕에 말려서 사용한다. 10월경에는 꽃이 피는데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해야 약효가 유지된다.

와송은 입마름과 구강통을 치료한다. <본초강목>에는 ‘입속이 마르고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와송에는 페놀산, 벤조산, 갈릭산 등의 방향족산 화합물이 풍부해 신맛을 낸다. 보통 신맛 성분은 침분비를 촉진시켜 입마름에 도움이 되는 만큼 와송의 신맛 역시 구강건조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구강통은 보통 구강작열감증후군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입안에 별다른 염증 소견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구강점막이나 특히 혀 통증과 함께 미각변화, 건조감 등이 발생한다. 이때 와송을 달여서 가글액으로 삼거나 차처럼 마셔도 좋다.

와송은 상처회복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여러가지 창(瘡)이 아물지 않는데 발라준다’라고 했다. 또 ‘입술이 갈라지고 창이 생기는 증상에 와송을 생강에 소금을 약간 넣고 찧어서 발라 주면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수세비결>에는 뜸자리에 창(瘡)이 생겨서 헐었을 때 와송가루를 뿌려주면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과거부터 민간요법으로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경우 와송 태운 재를 가루내 뿌려주고는 했다. 와송은 항산화, 소염, 상처회복 등의 효과가 있다. 또 피부 염증반응을 진정시키고 새살을 돋게 한다. 게다가 피부 항노화작용이 있어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와송은 두피건강에도 좋다. 먼저 탈모에 좋고 비듬도 없앤다. <본초강목>에는 ‘눈썹과 머리털이 나게 하는 고약으로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했다. 또 ‘두풍으로 흰 비듬이 있는 증상에 와송을 햇볕에 말린 다음 태워 재를 내고 물을 뿌려 낸 즙을 뜨겁게 하여 씻는다. 불과 6~7차례면 된다’고 했다.

와송은 두피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두피염증에도 좋다. 따라서 제반 두피염에 적용해볼 수 있다. 두피염에는 ▲지루피부염 ▲모낭염 ▲두피백선 등이 포함된다. 샴푸로 만들어 사용해도 좋다.

와송은 모발염색에도 활용됐다. <본초강목>에는 ‘수염과 머리털을 검게 염색하는 방법으로 말린 와송 1근 반과 생들기름 2근을 함께 검게 될 때까지 달인 다음 가루 낸다. 이것을 따로 준비한 생들기름에 개어 발라 주면 매우 신묘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최근 천연염색제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와송도 활용해볼 만하겠다. 참고로 과거에 호두의 가장 겉껍질도 대표적인 모발염색제였다.

와송은 설사를 멎게 하고 장출혈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수곡(水穀)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그래도 설사하거나 혈변으로 설사하는 증상을 치료하고 출혈을 멎게 한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와송은 위염이나 대장점막의 염증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송은 요로결석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소변에서 결석 나오거나 방울져 나오는 증상을 치료할 때 와송을 달여 낸 물을 뜨거울 때 훈증을 하고 아랫배를 씻어 준다. 대략 4시간이면 잘 나오게 된다’라고 했다. <외방합편>에는 ‘임증(淋症)에도 좋다’고 했다. 임증은 바로 전립선질환으로 소변이 방울방울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와송은 이뇨작용이 있으면서 기운이 매끄럽기 때문에 결석이 잘 빠져나오게 한다. 특히 남성의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에 좋다.

와송은 풍치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잇몸이 붓고 아픈 증상에 와송과 백반 같은 양을 물에 달여서 입을 헹구면 효과가 난다’고 했다. <증보단방신편>에는 ‘와송을 물에 달여 자주 입에 머금는다’고 했다. 따라서 잇몸질환이나 풍치가 있을 때는 와송만을 달여서 가글액으로 사용해도 좋겠다. 와송추출물을 이용해 치약을 만들어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와송의 유효성분으로는 페놀화합물과 식물성 스테롤성분, 플라보노이드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와송은 최근 혈관수축작용과 호흡증강작용, 항산화·항균·항염증효과와 함께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와송은 한약재로서 청열해독제(淸熱解毒劑)에 속한다. 따라서 열독(熱毒)에도 도움이 되지만 평소에 속이 냉(冷)하고 허한(虛寒)한 자는 섭취에 주의한다. 복통을 유발하거나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와송은 흔히 사용되는 약초는 아니지만 건강을 위한 활용도가 무척 높다. 옛 기와지붕의 자연산 와송이 아닐지라도 재배된 양식 와송이라도 구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달여서 차로 먹어도 좋고 가루내 환으로 만들어 먹어 좋다. 술을 담가도 좋고 가글액을 만들어도 좋고 화장품처럼 발라도 좋다. 와송은 고옥(古屋) 위에서 고고(孤高)한 척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사양치 말고 욕심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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