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 음식·물 섭취 각별히 조심해야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뜻하지 않게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식중독이나 장염을 의심하지만 소화기증상과 더불어 소변 색과 피부색이 노랗게 되고 온몸이 가렵다면 ‘A형간염’을 의심해야 한다.
A형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바이러스성간염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 등을 통해 감염된다. 위생상태가 좋지 못한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거의 모든 성인이 A형간염항체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시대변화로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현재는 항체를 보유하지 않은 20~4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심평원에 따르면 가장 최신 통계인 2021년 기준으로 A형간염환자의 비중은 20~40대가 80% 이상을 차지했다.
A형간염에 걸리면 2~4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구역, 근육통, 피로감 등이 발생한다. 이때 단순 감기몸살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후 소변 색이 진해지고 눈과 피부색이 노래지는 황달, 피부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오른쪽 윗배 통증도 동반될 수 있다.
A형간염은 증상에 따라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 충분한 휴식과 대증치료를 통해 4~6주 정도면 증상과 간수치가 회복된다.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소화기내과 윤기철 전문의는 “하지만 환자의 0.5% 정도에서는 전격성간염이나 간부전이 발생할 수 있고 간이식을 받지 못하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고령층과 만성간질환자(만성B형‧C형간염, 알코올간질환 및 간경변증 등)는 이러한 합병증 발병 위험성이 높아 A형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형간염의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은 손 씻기, 음식 익혀 먹기, 물 끓여 마시기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생선회나 익히지 않은 조개류, 식수 등 음식을 통해 흔히 전파된다고 알려져 여름휴가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휴가지에서 음식을 조리해 먹을 때는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하며 식당에서도 위생적인 환경에서 조리된 음식인지 한 번쯤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도 가열하지 않고 염장만 한 젓갈류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2019년 대대적으로 유행한 A형간염의 주원인은 오염된 조개젓이었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백신접종이다. 2015년부터는 A형간염이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면서 12~23개월의 모든 소아는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6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하면 된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부속 H+소화기병원 박재석 원장은 “두 차례 접종을 완료하면 95% 이상 항체가 형성돼 감염 예방이 가능하며 설령 감염환자와 접촉했어도 2주 내 백신을 접종하면 발병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의 경우 무료접종대상은 아니지만 A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위험이 높은 만40세 미만 고위험군(하단 참고)은 백신접종을 권고하며 만40세 이상에서는 항체검사 후 항체가 없는 경우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
대개 심한 부작용은 없지만 개인에 따라 백신에 대한 알레르기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백신에 알레르기력이 있는 경우 반드시 접종 전 의료기관에 알려야 한다. 접종 후에는 항체가 거의 형성돼 항체형성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는 굳이 시행하지 않는다.
윤기철 전문의는 “A형간염은 위생상태가 좋은 젊은 현대인에게 유행할 수 있는 질환으로 대부분 잘 치료되지만 심하면 간부전까지도 올 수 있다”며 “특히 만성간염이나 간경화 등 간질환을 앓고 있다면 백신을 꼭 접종하고 여름휴가철 음식 섭취와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TIP. 만40세 미만 고위험군이라면 A형간염백신 접종 꼭!
- 20~30대 성인 중 예방접종력이 없거나 A형간염을 앓은 적이 없는 경우
- A형간염 발생이 높은 국가로 여행하는 경우
- A형간염환자와 접촉하는 사람
- A형간염바이러스를 다루는 실험실 종사자
- 군인, 의료인, 외식업종사자
- 혈액응고질환자
- 만성간질환자
- 불법약물중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