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혈액투석환자 삶의 질 도둑 ‘가려움증’…현명하게 관리해야
[특별기고] 혈액투석환자 삶의 질 도둑 ‘가려움증’…현명하게 관리해야
  • 이동렬 부산메리놀병원 신장이식센터장(신장내과 과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7.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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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렬 부산메리놀병원 신장이식센터장(신장내과 과장)

혈액투석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투석 후 팔이나 전신이 가려워 힘들어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가려움증’이라고 하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증상을 겪는 환자에게는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 긁고 싶은 충동과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경험해야 하고 긁다가 생긴 상처로 인해 또 다른 피부질환이 야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가려움증이 수면장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대개 가려운 증세는 잘 때 더 심해지기 때문에 환자들은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삶의 ‘질’이 하락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면은 인간이 건강한 생활을 누리는데 필수적인 요인이다. 하물며 일반인에 비해 더욱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말기콩팥병환자에게 수면장애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즉 가려움증은 단순히 가려운 증상이 아닌, 삶의 ‘질’을 넘어 넓게는 환자의 ‘건강’을 영위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발전할 수 있어 현명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투석환자의 40% 이상은 중등도의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콩팥이 거르지 못해 쌓인 ‘요독물질’로 인해 가려움증을 겪게 된다.

과거의 혈액투석 방식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큰 중분자 요독물질을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높은 투과성으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큰 중분자 요독물질을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투석막이 도입돼 확장된 혈액투석이 가능해지면서 가려움증을 보다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최근에는 혈액투석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투석 관련 합병증에 대한 증상을 경감시켜 환자 삶의 질을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는지도 투석치료의 새로운 고려사항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확장된 혈액투석을 받은 환자들은 투석 12주차에 기존 혈액투석 환자와 비교해 요독 가려움증 평가 점수상에서 아침 가려움증 분포 평균점수와 수면 중 긁는 행위 빈도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체적 기능 및 역할 영역에서도 확장된 혈액투석을 받은 환자들의 삶의 질이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말기콩팥병은 감기처럼 치료 후 정상으로 회복되는 질환이 아니다.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이식하지 않는 한 장기간 치료를 이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혈액투석환자들은 치료과정을 건강하게 견뎌내기 위해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동반하는 가려움증 같은 요인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확장된 혈액투석을 통해 크기가 큰 중분자 요독물질까지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면 환자들은 극심한 가려움증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장애 나아가 삶의 질 저하에서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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