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소엽(차조기)’엔 깻잎에 없는 약효가 있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소엽(차조기)’엔 깻잎에 없는 약효가 있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7.1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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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깻잎과 비슷하게 생긴 식물(약초)들이 많다. 모양이 비슷해서인지 맛과 향도 비슷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엽(차조기)’이다. 오늘은 소엽에 대한 효능에 대해 살펴보겠다.

소엽은 꿀풀목 꿀풀과 들깨속으로 들깨의 변종이다. 들깨속에는 들깨(P. frutescens)와 소엽이 있다. 소엽 자체에도 종류가 많다. 먼저 소엽(蘇葉)이라고 하면 자주색 깻잎인 자소엽(紫蘇葉, Perilla frutescens var. acuta)으로 우리말로는 차조기 또는 차즈기로 부른다. 보통 자소(紫蘇)라고도 부른다. 시중에서 개소엽이라고 부르는 종이다.

반면 잎에 불규칙한 주름이 잡힌 주름소엽(Perilla frutescense var. crispa)도 있다. 참소엽이라고 해서 쌈채소로도 먹는다. 참소엽은 잎이 크고 테두리가 불규칙하게 삐죽거린다. 자소엽(개소엽)과 주름소엽(참소엽)을 약용한다. <본초강목>에는 ‘소(蘇)는 자소(紫蘇)다. 어디에나 있으며 앞과 뒤 모두 자색인 것이 좋다’라고 했다.

이밖에도 청소엽(Perilla frutescens for. viridis Makino)도 있다. 청소엽은 잎의 앞면은 청색이지만 뒷면은 자주색이다. 잎모양은 자소엽을 닮았으면서 뒷면만 자색이다. 앞뒤가 모두 청색인 종도 청소엽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일본 깻잎이라고 해서 일본에서는 ‘시소(아오시소)’라고 한다. 잎에는 주름이 없으며 테두리가 불규칙적으로 울퉁불퉁하게 생겼다.

소엽(蘇葉)이란 이름의 의미는 <본초강목>에 ‘소(蘇)의 성질이 펴져서 기를 운행시키고 혈을 조화롭게 하기 때문에 소(蘇)라고 한다’고 했다. 소(蘇) 자에는 ‘소생하다’ 또는 ‘쉬다’라는 의미가 있다. 소엽(蘇葉)은 몸을 소생시키고 편안하게 하는 약초잎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엽은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소엽은 기병(氣病)과 표병(表病)약에 속한다. 소엽은 기운과 관련된 병과 감기 등에 사용돼왔다.

소엽은 기(氣)를 내리고 뭉친 기운을 풀어준다. <본초강목>에는 ‘기를 내리고 온갖 냉기를 치료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명치의 창만(脹滿)을 치료하고 곽란(霍亂)을 멎게 한다. 또 가슴의 담기(痰氣)를 내린다’고 했다. 소엽은 명치와 가슴이 답답한 것을 풀어준다. 체기를 없애는 효능도 좋다. 가슴이 답답하고 기운이 상기될 때는 귤껍질과 궁합이 아주 좋다.

소엽은 감기에 땀을 내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피부를 풀어 땀을 내게 하며 풍한(風寒)을 흩어 내고 담(痰)을 삭여 폐(肺)를 이롭게 한다’고 했다. 소엽은 으슬거리는 감기증상에도 좋고 열이 날려고 할 때 먹으면 땀이 나면서 해열이 된다.

소엽은 각기병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각기(脚氣)를 치료한다. 소엽 잎을 달인 물을 차 마시듯 마신다. 또 소엽 씨 2냥을 갈아서 즙을 내어 멥쌀, 파, 간장, 천초, 생강을 넣어 죽을 쑤어 먹는다’고 했다. 각기병 증상에 소엽과 소엽의 씨인 소자(蘇子)를 모두 함께 사용해도 좋다.

각기병은 비타민B1(티아민)이 부족해서 생기는 하지관절질환이다. 소엽과 소자에는 비타민B1이 풍부하기 때문에 각기병에 도움이 된다. 소엽의 칼슘과 비타민B1 함유량은 다른 채소에 비해 월등하다. 소엽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눈건강에도 좋다.

소엽은 식중독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곽란(霍亂, 식중독)으로 인한 근육경련을 멎게 하고 위를 열어 음식이 내려가게 한다’고 했다. 보통 깻잎이 식중독을 예방한다고 알고 있는데 소엽도 깻잎과 같은 과로 비슷한 효능이 있다. 김밥이나 국에 소엽을 넣으면 향도 좋고 쉽게 상하지 않는다.

소엽은 어류독, 특히 게독을 푼다. <본초강목>에는 ‘물고기나 게의 독을 풀어 준다’고 했다. 또 <동의보감>에는 ‘잎은 생으로 먹을 수 있고 온갖 생선[魚]이나 고기[肉]와 함께 국을 끓여 먹어도 좋다’고 했다. 소엽 대신 씨앗인 소자(蘇子) 삶아 낸 물을 마셔도 좋다. 과거에는 생선이나 게를 먹고 나타난 소화불량, 식체, 복통, 두드러기 등에 소엽이나 소엽 씨를 달여서 먹었다.

소엽의 씨인 소자(蘇子)도 약으로 다용된다. 소자는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효능은 소엽과 비슷한데 약성이 더 강하다. <본초강목>에는 ‘소자는 잎과 효능이 같다. 풍을 발산시키는 데에는 잎을 쓰는 게 알맞고 상부와 하부를 맑게 해서 소통시키는 데에는 씨를 쓰는 게 알맞다’고 했다.

소엽은 ▲위장기능 활성 ▲치매예방 및 기억력 강화 ▲항알레르기 ▲항염증 ▲발한해열 ▲체지방 개선 ▲어류에 대한 소화력 향상 등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소엽은 ▲위장기능 활성 ▲치매예방 및 기억력 강화 ▲항알레르기 ▲항염증 ▲발한해열 ▲체지방 개선 ▲어류에 대한 소화력 향상 등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소자는 상기증과 딸꾹질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기를 내리고 상기(上氣)와 해역(咳逆)에 좋다’라고 했다. ‘딸꾹질을 할 때는 소자에 물을 넣고 갈아 걸러 낸 즙에 멥쌀을 넣고 죽을 쑤어 먹는다’고 했다. 해역(咳逆)은 딸꾹질을 의미한다. 이때도 귤껍질과 궁합이 좋다.

소자는 허리 아래의 냉기를 없앤다. <본초강목>에는 ‘한기를 제거하고 속을 따뜻하게 한다. 냉기 및 허리와 다리의 습(濕)과 풍(風)으로 뭉친 기운을 없앴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풍한습(風寒濕)으로 인한 팔다리의 저림, 근골이 아픈 것, 각기(脚氣)를 치료한다’고 했다. 소자는 일반적인 관절질환이나 근육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소자는 매핵기(梅核氣)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기침을 멎게 하며 심폐(心肺)를 적셔 주고 담기(痰氣)를 삭인다’고 했다. 매핵기란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느낌으로 삼켜도 삼켜지지 않고 뱉어도 뱉어지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실제로 염증소견이 있을 수 있고 가래가 달라붙어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이물감일 수도 있다. 매핵기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처방 중에 소자강기탕(蘇子降氣湯)이 있다. 여기에 소자가 군약(君藥)으로 들어가 있다.

소엽은 활용도가 높은 약용식물이다. 소엽에 포함된 플라보노이드와 트리테르펜 계열의 화합물은 ▲위장기능 활성 ▲치매예방 및 기억력 강화 ▲항알레르기 ▲항염증 ▲발한해열 ▲체지방 개선 ▲어류에 대한 소화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소엽의 페릴알데하이드라는 향기물질은 항우울작용을 나타낸다. 이 성분은 꿀풀과에 속한 식물(깻잎, 방아잎, 로즈마리 등)에 공통적으로 든 성분이다.

다만 소엽은 음허(陰虛)나 혈허(血虛)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본초정화>에는 ‘순전히 양적인 풀이기 때문에 반적으로 병이 음허로 인하여 나타나는 증상에는 투여할 수 없다’고 했다. 예를 들면 입마름 등의 건조증, 갑자기 허열(虛熱)이 뜨는 증상, 갱년기증상 등에는 적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는 몰라서 무시됐다면 알고 난 이상 결코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깻잎이 음식이라면 소엽(차조기)은 약이었다. 앞으로 소엽을 잘 활용해보자. 깻잎에서 미처 얻지 못했던 효능을 얻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소엽도 약 같은 음식으로 즐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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