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기록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보다 철저히 관리해야”
“입양기록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보다 철저히 관리해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7.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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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의원, ‘국가적 입양기록 관리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입양기록 토론회
오늘(17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는 ‘국가적 입양기록 관리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6·25 한국전쟁으로 인한 ‘전쟁고아’가 급증하고 이들을 국내에 수용할 방법과 재원이 없어 해외로 입양을 보낸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법안과 기록 자체가 없어 입양인들이 제 뿌리를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그동안 부정확한 입양정보 기록과 낮은 정보공개율로 인해 친생부모를 찾을 수 없는 입양인들이 부지기수였다.

이에 ‘아동복지법’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안’ 등 제·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입양업무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책임이 강화됐다.

마침 오늘(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국가적 입양기록 관리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 입양인에 대한 법안 제·개정을 환영하고 앞으로의 목표와 정보관리의 방향성이 논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은 “진작 마련됐어야 할 입양기록이 이제라도 만들어져 다행”이라며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씩 제대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입양은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너무나 많았다”며 “입양가정 중 하나로서 이번 토론회를 개최해 매우 뜻 깊고 앞으로도 편견 없는 입양가정과 문화 정착을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아동권리보장원 정익중 원장은 “6월 30일 입양체계 전면 개편을 위한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입양에 대한 법률안’이 제·개정됐다”며 “이로써 헤이그협약의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따라 국가의 책임하에 국제입양되는 모든 아동의 안전과 권리보호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 어느 때보다 입양인과 아동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높은 시기”라며 “입양정책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아동권리 향상과 입양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보를 소통하고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성일종 의원(국민의힘)은 “입양기록 자체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국가의 의무지만 아이들이 건강히 자라도록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입양인들을 위해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김미애 의원을 도와 입법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소현숙 교수
소현숙 교수는 ‘입양으로 살펴보는 한국 근현대사’를 주제로 우리나라 입양사에 대해 설명했다.

토론회 좌장은 고신대 사회복지학과 김향은 교수가 맡았다. 발제는 총 4명의 토론자가 나섰다. 첫 발제는 ‘입양으로 살펴보는 한국 근현대사’를 주제로 동아대 젠더어펙트연구소 소현숙 교수가 발표했다.

입양은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서가 아닌 법적·사회적 관계에 의해 부모·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입양의 관념, 법, 제도, 관행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특히 가족제도, 여성의 지위, 아동에 대한 관념, 경제적 여건, 공동체의 상황 등에 따라 바뀐다.

우리나라는 6·25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쟁고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재정난이 심해 고아들이 거리에서 부랑아로 떠도는 일이 많았다. 다행히 미국에서 전쟁고아들을 돕자는 움직임과 관심이 늘며 해외입양의 길이 열렸다. 국내에서도 해외입양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해 해외입양이 활발해졌다.

반면 국내 입양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부계혈통주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입양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설상가상으로 해외입양기관의 원조가 중단되며 정부가 새가정 찾기 운동을 통해 국내입양을 추진했지만 실적이 저조했다.

2000년대 들어 입양에 대한 인식은 변화했다. 정부는 국내입양 장려정책 도입, 입양장려금 지원, 입양휴가제 도입, 입양아동 보육료 지원, 입양의 날 제정, 입양주간 설정 등을 통해 국내입양 및 제도 마련에 힘썼다. 특히 2005년 호주제 폐지, 친양자제도 도입, 양부모의 권한 강화, 사회각계 유명인사들의 국내입양 홍보 등으로 국내입양이 확대됐고 2007년 해외입양을 넘어서게 됐다.

국내입양이 증가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1970년대 이후 해외로 입양됐던 아이들이 친부모 찾기와 출생기록에 대한 알 권리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 실정이었다.

소현숙 교수는 “올해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며 “입양인들을 책임지기 위한 한 걸음을 이제야 내디뎠다”고 전했다.

이번 특별법과 제정안에 따라 입양에 관한 모든 사항을 국가가 주도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예비 양부모 적격성 심사 ▲결연 후 정기적 상담과 지원 ▲입양정보 공개청구 가능 ▲국내입양이 어려운 경우에만 해외입양 허용 ▲국가간 협력체계 구축 ▲외국으로 입양됐다가 파양된 경우 정부가 아동귀환 및 보호조치 마련 의무화 ▲입양기록물의 정보공개청구 일원화 등이 가능해졌다.

이주연 연구원
이주연 연구원은 입양인에게 있어서 입양기록과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주연 연구위원이 ‘기록과 정보공개’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입양인에게 있어서 입양정보는 정체성에 대한 열망, 삶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는 과정이다. 또 가족을 찾고 만나서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아닌 내 존재의 정당성을 알고 싶은 것이다. 아울러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태어난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정보다.

특히 입양정보는 입양인의 자아정체성 형성, 애착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출생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자존감을 높이며 입양부모를 비롯한 타인과의 관계 향상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입양정보공개 신청자격이 있는 입양인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특히 입양기록과 기록보존이 어려웠던 시기에 입양된 이들은 온전한 입양정보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법령상 기록보존이 명시되지 않았거나 영구보존에 대한 규정이 없었던 것이 주된 이유다.

입양인들은 자신들이 입양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가장 궁금해 하지만 충실한 정보를 얻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입양인의 배경정보와 연관된 기록물(친생모 상담기록지, 아동양육시설의 아동카드 또는 상담기로지 등)에는 보다 상세한 입양사유가 적혀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를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주연 연구위원은 “입양정보 중 공개 가능한 비식별정보의 내용이 없거나 부실한 경우 비식별정보를 추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주연 연구위원은 크게 5가지로 나눠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수집 및 공개대상 입양정보의 범위 확대 및 서식화, 입양관련 기록관리의 일원화, 업무 책임기관의 확립, 업무의 표준화, 정책 인프라 개선 및 확충 등을 제안했다.

나창호 연구원
나창호 연구원은 현재 정부에서 기록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와 앞으로의 개선방향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국가기록원 나창호 연구원이 ‘법령에 따른 기록관리와 이관’에 대해 발표했다. 나창호 연구원은 현재 정부에서 기록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말했다.

기록물은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해 생산 또는 접수한 ▲문서 ▲도서 ▲대장 ▲카드 ▲도면 ▲시청각물 ▲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자료와 행정박물을 말한다. 조직이나 개인이 법적의무를 수행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거와 정보로서 생산·접수·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창호 연구원은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정보를 언제 어떻게 보건사회연구원으로 옮길 것인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건 교수
김건 교수는 입양기록물의 물리적 보관장소와 전자적 공간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제로는 전북대 김건 교수가 ‘기록물의 보존과 활용’에 대해 발표했다.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입양관련 기록물의 원본 이관이 확정됐다. 문제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이관된 기록물은 1만8000여권으로 이미 문서고 만고율이 90.8%에 달해 보존공간이 부족하다는 것. 따라서 2년 내에 보존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건 교수는 “물리적으로는 현업시설 기록물과 150만권 이상의 기록물을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입양정보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원내 업무 시스템 공유, 기록관리 및 정보서비스를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 등 전자적 공간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리적·전자적 공간을 통해 입양인에 있는 그대로 입양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록정보에 기반을 둔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패널토론
패널토론에서는 전문가의 의견과 함께 입양인 당사자와 입양기관 관계자 등의 질의응답이 오갔다.

패널토론은 4명의 토론자와 아동권리보장원 고금란 부원장, 전북대 기록관리학과 양동민 교수가 함께했다. 양동민 교수는 “빠른 시일 내에 인프라와 서비스가 구축돼 입양인들이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오늘 토론회에는 입양인 당사자, 입양기관 관계자 등도 참석해 더욱 의미를 더했다. 오늘 토론회에 참석한 한 입양인 당사자는 입양기록에 대한 신뢰성과 공개목록이 UN 권고에 못 미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금란 부원장은 “입양기록 정보는 기존에 민간기관에서 갖고 있던 정보를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이관받아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기록에 비해 극소량인 수준”이라며 “공개목록과 비공개목록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 공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이 기록에 대한 진실여부를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추적하고 있고 보다 진실에 가깝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제·개정안 도입과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국가방향에 맞춰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입양인 당사자는 기아호적(고아호적)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말했다. 그는 “기아호적으로 인해 원 가족을 찾을 수가 없다”며 “과거에 잘못된 사례, 누락된 부분은 기록을 모아서 맞춰가야 할 것이며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록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기록은 보다 철저히 관리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연 연구원은 “입양뿐 아니라 관련 시설, 관련 아동보호체계 내 기록들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입양사례 한 건, 입양청구건 한 건의 기록을 찾는 게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기록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생기록과 입양제도는 현행제도상 연계되고 있지만 과거에 입양된 분들은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주연 연구원은 “기아호적의 경우 외국에서는 유전자 등록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전자검사를 진행하지만 해당사항이 없다면 가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전자 등록방법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향은 교수는 “정부와 관련 기관이 모든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부터라도 정보를 제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 시작되는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입양인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봤다.

■입양정보공개청구제도 현황 및 쟁점(도움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주연 연구위원)

▲입양정보공개청구 절차의 문제

1. 1996년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전에 입양된 입양인은 규정상 신청자격이 있다. 하지만 입양기록과 기록보존이 어려웠던 시기에 입양된 만큼 온전한 입양정보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2. 전산화된 입양정보만으로 입양인의 알권리가 충족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입양 원본을 보유한 기관으로부터 기록물의 사본을 제공받는 등 기관 간 협력 필요 문제, 기록물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공개할 것인지가 원본 기록물 보유기관의 재량하에 있다는 문제 등이 있다.

3. 입양정보공개청구 결과 친생부 또는 친생모 중 인적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무응답, 연락이 안 닿는 비율도 많았다.

▲입양정보공개제도에서 기타 기록과 관련된 쟁점

1. 서류마다 다르게 기재된 입양정보로 인한 기록의 진실성에 대한 불신

2. 방문횟수, 동행자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제공정보의 양과 질로 인한 기관불신

3. 불법적 관행으로 인한 기관과 기록에 대한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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