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코드도 없던 한랭응집소병…‘엔제이모’ 허가로 삶의 질↑
질병코드도 없던 한랭응집소병…‘엔제이모’ 허가로 삶의 질↑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7.19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개발한 한랭응집소병치료제 ‘엔제이모(수팀리맙)’이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개발한 한랭응집소병치료제 ‘엔제이모(수팀리맙)’가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랭응집소병치료제 ‘엔제이모(수팀리맙)’가 12일 드디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엔제이모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개발한 약물이다. 이 약물은 자가면역 용혈성빈혈(Autoimmune Hemolytic Anemia, AIHA) 중 한 종류인 정상체온 이하의 온도에서 적혈구를 응집시켜 용혈을 일으키는 성인 한랭응집소병(Cold Agglutinin Disease)환자의 용혈치료에 사용된다.

■진단방랑으로 기대수명 8.5년에 불과

한랭응집소병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체내 적혈구를 공격, 적혈구 파괴가 지속·반복되는 극희귀질환 중 하나다.

한랭응집소병은 빈혈과 혈전성 합병증을 유발하며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 노출 시 ▲만성용혈로 인한 빈혈 ▲일상생활이 어려운 극심한 피로감 ▲호흡곤란 ▲혈색소뇨증 ▲말단청색증 ▲혈전색전증 등을 유발한다. 또 늦게 진단돼 생존여명은 8.5년에 불과하다.

이 중 혈전 발병률은 1000명당 30.4명으로 비(非) 한랭응집소병 인구의 1000명당 18.6명 대비 2배가량 높게 나타난다. 특히 한랭응집소병환자들은 여름에 큰 고통을 겪는다. 체온보다 낮게 설정된 에어컨 온도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극심한 추위를 경험하는 것이다. 

더구나 한랭응집소병 유병률은 인구 100만명당 기후에 따라 5~20여명으로 추산되며 우리나라에는 약 100여명밖에 없어 질병코드 역시 ‘용혈성빈혈’로 치료받고 있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한랭응집소병은 국내 허가된 치료법이 없어 중증빈혈이 동반될 경우 수혈에 의존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의 이번 허가로 한랭응집소병환자들의 치료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는 “한랭응집소병환자의 삶은 ‘온도 감옥’이라 불릴 정도로 심각하다”며 “특히 체온보다 조금만 낮은 온도에 노출되더라도 암환자 수준의 피로와 심리적인 고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투여 5주차부터 헤모글로빈 수치 정상화

한랭응집소병의 유일한 치료제인 엔제이모는 ‘C1단백질’을 타깃하는 퍼스트인클래스 (first-in-class) 인간화 단일클론 항체다. 한랭응집소병환자의 헤모글로빈 수치를 증가시켜 용혈과 극심한 피로감을 감소시킨다.

엔제이모의 효과와 안정성은 CARDINAL와 CADENZA 등 두 임상을 통해 입증됐다.

CARDINAL 3상은 최근 6개월 이내 최소 1회 수혈 이력이 있는 18세 이상 성인 한랭응집소병환자 24명을 대상으로 26주간 진행됐다. 엔제이모 투여 5주차부터 26주차까지 24명 중 13명(54%)이 헤모글로빈 수치 12g/dL 이상으로 정상화되거나 치료 전 대비 2g/dL 이상 증가했다. 또 24명 중 17명(71%)은 5주차부터 26주차까지 수혈을 받지 않았다.

CADENZA 3상은 최근 6개월 이내 수혈 이력이 없거나 12개월 이내 1회 이하의 수혈 이력이 있는 성인 한랭응집소병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엔제이모 투여군 22명과 위약 투여군 20명으로 나눠 26주간 진행됐다.

임상결과 엔제이모 투여군 16명(73%)은 적혈구 수혈 및 임상 프로토콜에서 금지된 치료요법 없이 치료평가 시점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1.5g/dL 이상 증가했다. 위약 대조군에서는 3명(15%)만이 헤모글로빈 수치를 달성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2년 2월 엔제이모를 희귀의약품, 우선 심사품목,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하며 정식 승인했다. 일본과 유럽 역시 같은 해 6월, 11월에 각각 허가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