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암살자 ‘간경변증’, 어떻게 예방·관리할까
소리 없는 암살자 ‘간경변증’, 어떻게 예방·관리할까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7.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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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려워 정기검진을 통해 예방·관리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경변증은 간이 딱딱하게 굳으며 쪼그라드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기능이 크게 저하된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완치개념이 없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합병증 발생위험이 높지만 발병원인이 대부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지속적인 간손상, 간경변증 유발…초기발견 어려워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불린다. 탄수화물·지방·호르몬·비타민·무기질대사에 관여하고 소화작용을 돕는 쓸개즙을 생산한다. 또 신체 내에서 합성되거나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각종 독소를 해독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간기능이 저하되면 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간경변증은 만성적인 염증 또는 손상으로 간 섬유화가 발생해 간이 울퉁불퉁해진 상태를 말한다.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병이 진행되고 나서야 비로소 쇠약감, 피로, 근경련, 체중감소, 구역, 심한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간경변증이 악화된 것이어서 원상태로의 회복은 매우 어렵다.

특히 간경변증은 그 자체보다 황달, 복수, 위식도정맥류와 출혈, 간성혼수 등 합병증이 문제다. 가장 무서운 합병증은 위식도정맥류다. 고려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정영걸 교수는 “간으로 흘러가야 할 혈류가 제대로 간을 통과하지 못해 간문맥혈관의 압력이 높아져 비장이 붓고 위와 식도의 정맥들이 팽창한다”며 “이후 혈관이 파열되면 대량의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보게 되는데 이는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간암 발생위험↑…정기검사로 치료·관리해야

간경변증의 주원인은 B형간염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지속적이고 지나친 음주, C형간염이 그다음 순이다. 이밖에도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면역세포가 정상적인 간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간질환, 비만·당뇨병·고지혈증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영향을 미친다.

간경변증진단은 과거병력을 확인하고 혈액·초음파·CT검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섬유화 정도 확인을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원칙이지만 출혈 및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어 최근에는 초음파를 이용한 ‘간 탄성도 검사’를 통해 통증과 출혈 없이 간 섬유화 진행단계를 확인하고 있다.

한 번 굳어진 간을 되돌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간경변증치료는 섬유화의 진행을 막고 간기능저하를 최대한 늦추는 데 목표를 둔다. 만성B형간염과 만성C형간염의 경우 약물로 치료 가능하고 금주와 함께 비타민·무기질보충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개 비만과 관련이 있어 체중조절도 필요하다. 합병증 정도가 심해 생명을 위협할 수준이라면 간이식을 고려한다.

정영걸 교수는 “간경변증은 완치개념이 없는 만성질환이면서 장기적으로는 간암발생위험도를 현저히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예방과 조기진단이 필수”라며 “특히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건강보조식품 남용이 만연한데 대부분은 간에서 대사돼 오히려 독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자제해야 하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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