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망개떡 잎은 말려서 차(茶)로…‘청미래덩굴잎’ 효능이 그대로
[한동하의 식의보감] 망개떡 잎은 말려서 차(茶)로…‘청미래덩굴잎’ 효능이 그대로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7.24 0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경상북도 의령에는 토속음식으로 망개떡이 있다. 망개떡은 망개잎으로 떡을 싸 놓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떡을 감싸는 잎은 망개잎이 아니라 청미래덩굴잎이다. 경상도 지역에서 청미래덩굴을 망개나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실제 망개나무와는 무관하다. 오늘은 청미래덩굴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청미래덩굴(Smilax china L.)은 백합목 백합과 청미래덩굴속의 낙엽 덩굴나무다. 청미래덩굴의 뿌리줄기를 한자로 발계(菝葜)라고 하고 잎은 발계엽(菝葜葉)이라고 한다.

청미래덩굴의 뿌리는 토복령(土茯苓)이라고 한다. 토복령(Smilax glabra Roxburgh)은 청미래덩굴이나 광엽발계(廣葉菝葜)를 기원식물로 하는 뿌리를 말한다. 산귀래(山歸來)라는 이명도 있다. 청미래덩굴은 잎보다는 뿌리인 토복령을 주로 약용한다.

청미래덩굴은 발계, 토복령은 발엽광계의 뿌리로 구분짓기도 하지만 발계와 광엽발계의 효능은 비슷하다. 따라서 청미래덩굴의 잎은 발계엽, 뿌리를 토복령으로 칭하더라도 문제되지 않는다.

청미래덩굴잎은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중약대사전>에는 ‘풍종(風腫, 부종), 창절(瘡癤, 부스럼), 종독(腫毒, 종기), 염창(臁瘡,정강이가 헌 것), 화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잎을 술에 담가 우려서 먹거나 외용제로 생것을 짓찧거나 말려 가루로 만들어 상처에 바른다.

청미래덩굴잎을 이용해 떡을 싸 놓았을 때 쉽게 상하지 않고 신선도가 유지되는 이유는 바로 청미래덩굴잎의 항산화효과, 항균효과 때문이다. 피부에 적용했을 때 상처 감염을 막고 소염작용이 있으면서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청미래덩굴잎에는 루틴이 다량 함유돼 있다. 루틴은 비타민P인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서 자반증이나 피멍에 좋다. 특히 루틴은 혈압을 낮추는 성분으로 메밀, 감자, 아스파라거스, 감귤류, 팥 등에도 포함돼 있다.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도 잘 녹아 청미래덩굴잎을 말린 후 차처럼 끓여 마셔도 좋다.

필자는 망개떡에 망개잎(실제로는 청미래덩굴잎) 성분으로 만들어서 붙어진 이름으로 생각했다. 예를 들면 쑥으로 만든 쑥떡이나 모시잎으로 만든 모시떡처럼 말이다. 하지만 망개떡에는 청미래덩굴잎으로 만든 떡이 아니다. 청미래덩굴잎은 단지 신선도를 위해서 떡을 포장하는 용도로만 사용됐다. 청미래덩굴잎을 끓인 물로 반죽을 하거나 잎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쌀가루와 함께 섞어서 떡을 만들면 건강에도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청미래덩굴의 뿌리인 토복령은 맛은 달고 담백하며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 신선이 먹었다고 해서 선유량(仙遺糧)이라고 했다. 우여량(禹餘糧)이라는 이름도 있다. 모두 식량을 뜻하는 양(糧)자가 쓰인 것을 보면 과거 구황작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본초강목>에는 ‘옛날에 우(禹) 임금이 산행을 하다가 먹을 것이 떨어지자 이것을 채취하여 양식으로 충당하고 그 나머지를 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고 말한다’고 했다.

토복령은 생뿌리의 껍질을 벗겨내고 불에 볶아 말려서 사용한다. <본초정화>에는 ‘봄과 여름에 뿌리를 채취하여 껍질을 깎아낸 뒤 약한 불로 눋지 않게 볶아 말려서 사용한다’고 했다. 이 상태에서 가루를 내서 먹어도 좋고 환을 만들어나 끓여서 먹어도 좋다.

토복령은 과거 곡식을 대신했다. <본초강목>에는 ‘곡식으로 삼아 먹으면 굶주리지 않고 건강하게 하고 잠이 오지 않게 한다’고 했다. 또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속을 조화롭게 하여 설사를 멎게 한다’고 했다.

토복령은 근골(筋骨)을 튼튼하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근골을 강하게 하며 풍습(風濕)을 제거하고 관절을 부드럽게 하며 경련이나 뼈가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근육과 관절을 튼튼하게 하면서 근육통과 관절염에도 좋다.

토복령은 종기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악창(惡瘡)이나 옹종(癰腫)을 치료한다’고 했다. 악창이나 옹종은 모두 악성 종기를 말한다. 앞서 청미래덩굴잎이 종기에 좋다고 했는데 역시 뿌리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식물을 보면 뿌리와 줄기, 잎 등은 비슷한 효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토복령은 수은중독에 특효다. <본초강목>에는 ‘수은이나 은주(銀朱)의 독을 풀어 준다’고 했다. 은주는 수은화합물인 황화수은을 말한다. 과거에 매독인 양매창(梅毒瘡)에 걸리면 수은이 함유된 경분주사를 약으로 사용했는데 토복령은 이때 나타나는 수은으로 인한 부작용을 치료했다. <제세보감>에는 ‘수은독(水銀毒)에 돼지고기, 토복령, 감초를 삶아서 차게 복용한다’고 했다.

토복령은 뇌가 울리는 증상에 사용했다. <수진경험신방>에는 ‘뇌가 울리는 경우에 토복령과 삶은 돼지고기를 먹으면 신효하다. 토복령 몇 근을 달여 복용하면 며칠 만에 낫는다’고 했다. 머리나 뇌가 울리는 증상은 두명증(頭鳴症) 또는 뇌명증(腦鳴症)이라고 하는데 이명과 비슷한 기전으로 나타나는 울림증상이다. 한의약에서는 두풍(頭風)의 범주로 놓고 치료한다. 주로 허(虛)한 상태에서 풍습(風濕)의 사기를 받아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토복령에는 디오스게닌이라고 하는 사포닌과 함께 알칼로이드, 페놀화합물, 아미노산, 유기산, 당류가 포함돼 있다. 토복령에 들어있는 사포닌은 해독작용을 나타내면서 혈액순환을 촉진, 습기를 제거하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면서 노폐물을 제거한다. 토복령이 가진 주된 효능을 나타내는 성분이다.

토복령은 습(濕)에는 좋지만 열(熱)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본초정화>에는 ‘토복령을 복용했는데 효과가 없는 것은 화(火)가 치성하고 습(濕)은 아직 울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복령은 습을 제거하는 데 장점이 있지만 열(熱)을 제거할 수는 없다’고 했다. 토복령은 습이 울체된 만성질환에 다용돼 온 것이다.

토복령은 다이어트 할 때 복용해도 좋다. 특히 절식 중 식욕을 조절할 수 있어 좋다. 갱년기 때 나타나는 비만과 함께 혈액순환에도 좋고 관절건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부종이 동반된 비만의 다이어트에도 좋다.

올해는 오랜만에 망개떡을 주문해서 먹어봐야겠다. 떡을 먹고 나서 떡을 감싼 잎은 말려서 차로 마셔보자. 바로 청미래덩굴잎차가 되겠다. 청미래덩굴 뿌리를 구할 수 있다면 건강을 위해 활용해 볼 만하다. 망개떡에 망개잎이 아닌 청미래덩굴잎이 들어가니 더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