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홍반루푸스 동반 폐동맥고혈압, 위험인자 밝혀져…스크리닝 중요성↑
전신홍반루푸스 동반 폐동맥고혈압, 위험인자 밝혀져…스크리닝 중요성↑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7.3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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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연아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질환이다. 진단 후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평균 생존기간이 2~3년 정도에 불과,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국내 폐동맥고혈압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20년 1694명으로 2015년 1413명 대비 1.2배 증가했으며 발생률은 인구 100만명당 4.84명이다.

여기에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전신홍반루푸스가 동반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폐동맥고혈압은 전신홍반루푸스환자의 약 5~20%에서 동반되는데 대부분 증상이 가볍거나 무증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후는 매우 불량해 중간생존기간이 2년 미만이다.

다행히 의료기술의 발달로 전신홍반루푸스가 동반된 폐동맥고혈압환자의 조기발견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세계 루푸스 심포지엄에서도 ‘전신성홍반성루푸스 동반 폐동맥고혈압(SLE-PAH)’ 관련 발표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연아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와 질환의 위험성과 치료법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이연아 교수는 “전신성홍반성루푸스환자 중 폐동맥고혈압이 동반되는 경우는 최근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졌다”며 “흉막염이 있을 경우, 장막염이 동반될 경우, 손가락 허혈성혈관염이 동반될 경우(레이노증후군), 항인지질항체나 Anti-RORA가 동반될 경우, Anti-RNP가 동반될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연아 교수는 “전신성홍반성루푸스환자 중 폐동맥고혈압이 동반되는 경우는 최근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졌다”며 “흉막염이 있을 경우, 장막염이 동반될 경우, 손가락 허혈성혈관염이 동반될 경우(레이노증후군), 항인지질항체나 Anti-RORA가 동반될 경우, Anti-RNP가 동반될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폐동맥고혈압은 생소한 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은 희귀질환으로 전체 폐고혈압환자 중 약 2~3% 정도를 차지한다. 유병률은 인구 100만명당 20.2명이다. 페동맥고혈압은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구분되는데 일차성폐동맥고혈압은 다른 기저질환 없이 특발성으로 발현된다. 반면 이차성은 기저질환을 동반하며 대부분이 전신성자가면역질환에 동반된 폐동맥고혈압이다. 서양에서는 전신경화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는 전신성홍반성루푸스(이하 루푸스)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 루푸스환자 중 폐동맥고혈압 동반 비율은.

루푸스의 정확한 명칭은 ‘전신성홍반성낭창’이다. 주로 가임기 여성을 포함한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만성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인 만큼 피부, 관절, 신장, 폐, 신경 등 전신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루푸스가 폐에 존재하는 혈관들에만 영향을 주면 이차성폐동맥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마다 다르지만 루푸스 진단 당시부터 폐동맥고혈압이 오는 환자도 있다. 단 루푸스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2~3년 이내 발견돼도 늦게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 폐동맥고혈압과 폐고혈압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폐동맥고혈압은 희귀난치질환으로 병의 기전이나 정의를 명확하게 알지 않으면 혼동될 수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의 압력이 증가해 나타나는 폐고혈압 중 하나다.

폐고혈압은 기전별로 1~5군으로 구분되는데 폐 안에 있는 혈관저항이 올라가서 발생하는 폐동맥고혈압은 1군에 속한다. 2군은 좌측에 있는 심장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폐고혈압이며 3군은 폐질환으로 인해 숨 쉬는 허파의 문제로 인해 생기는 폐고혈압, 4군은 혈전문제로 생기는 폐고혈압이다. 복합요인에 의한 페고혈압은 5군이다.

단 루푸스뿐 아니라 전신성자가면역질환으로 생기는 폐혈관 저항증가는 하나의 기전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자가면역기전에 의해 또는 폐혈관 염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 환자가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는지.

폐동맥고혈압 초기 증상이 ‘비특이적’이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실제로 질환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해 별 증상이 없을 수도 있고 유일한 증상이라면 운동 시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운동 시 호흡곤란은 폐동맥고혈압처럼 희귀질환에서만 나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단 일상생활 중에는 멀쩡한데 레이노증후군(raynaud’s phenomenon)처럼 추위에 노출됐을 때 손발끝 색이 변하거나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증상이 있을 때는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

- 진단하기까지 여러 검사가 필요할 것 같다.

여러 검사를 진행하지만 최종적으로 ‘우심도자술’을 통해 진단한다. 단 우심도자술은 심장전문의가 환자의 혈관 안에 카테터를 넣어 진행하는 침습적검사다. 심장내과와의 협진이 필요한 입원검사라 쉽게 할 수 없다. 따라서 의심소견을 보이면 비침습적 검사들을 통해 환자를 선별한 후 최종검사를 진행한다.

우심도자술만큼 정확하지 않지만 심초음파로 혈역학적인 지표를 측정, 이후 폐기능을 확인하고 폐확산능검사를 한다. 다른 지표는 다 정상인데 폐확산능만 뚝 떨어진다거나 6분 도보 검사 시 중간에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의심할 수 있다. 또 피검사를 통해 뇌나트륨이뇨펩티드(BNP) 등의 수치를 확인한다. 이밖에도 삼천판막을 지나는 혈류역류속도를 심초음파로 측정,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폐동맥고혈압의 치료목표는.

폐동맥고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전신성홍반성루푸스는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면역억제치료를 시작한 다음 폐동맥고혈압을 조절하는 약물을 쓴다. 즉 투트랙(2track)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이때 폐 안에 혈관저항이 올라가 있으면 우심실에서 혈액을 폐로 보내는 데 문제가 생긴다. 이런 증상이 계속되면 우심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다. 결국 간에 울혈이 생기고 복수, 다리 부종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폐혈관 저항을 낮추는 약물과 폐동맥 압력을 낮출 수 있는 약물을 쓴다. 일종의 혈관확장제이다.

- 자가면역질환인 만큼 면역억제제도 사용하는데. 

루푸스에 동반된 폐동맥고혈압 환자 중 일부는 폐혈관 압력을 낮추는 약물을 쓰지 않고 면역억제치료제만으로도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자가면역질환의 활성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에서 초기에 폐동맥고혈압이 동반된 환자들은 기능적인 활동(performance)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면역억제치료로도 폐동맥고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 단 폐혈관의 변화가 비가역적으로 변하기 전인 환자만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이 오래된 환자라면 면역억제치료제와 함께 폐혈관 압력을 낮추는 약물, 즉 폐동맥고혈압치료제를 같이 써야 한다.

- 루푸스가 동반된 폐동맥고혈압환자의 생존율은.

연구마다 보고수치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비교적 낮다. 단 면역억제치료가 가능한 환자생존율은 높다. 하지만 특발성폐동맥고혈압과 자가면역질환이 동반된 이차성폐동맥고혈압의 생존율을 비교하면 이차성폐동맥고혈압환자의 예후가 훨씬 안 좋다. 진단시기와 국가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특발성보다 자가면역질환에서 동반된 폐동맥고혈압환자의 생존율이 약 10% 정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신약개발로 생존율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환자마다 동반된 질환의 종류, 병기에 따라 생존율이 다르다. 또 치료제가 적극적으로 쓰이지 않았던 과거와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최근 연구 논문에서 보고된 생존율도 다르다.

- 최근 세계 루푸스 심포지엄과 대한류마티스학회 학술대회에서 전신성홍반성루푸스 동반 폐동맥고혈압(SLE-PAH) 관련 발표가 있었다고.

발표는 전신성홍반성루푸스 동반 폐동맥고혈압의 위험인자 관련 연구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전신성홍반성루푸스환자에서 ▲흉막염이 있을 경우 ▲장막염이 동반될 경우 ▲손가락 허혈성혈관염이 동반될 경우(레이노증후군) ▲항인지질항체나 Anti-RORA가 동반될 경우 ▲Anti-RNP가 동반될 경우 폐동맥고혈압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 이러한 점에서 환자 스크리닝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을 것 같다.

전신성홍반성루푸스도 드문 질환인데 그중 폐동맥고혈압이 생기는 비율은 더욱 적다. 더욱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우심도자술로 폐동맥 압력을 측정해야 하는데 이 경우 환자수는 확 줄어든다. 과거에는 침습적인 검사인 우심도자술을 하기가 쉽지 않아 심초음파만으로 확인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삼천판막 역류 속도가 2.8m/s 이상 또는 3.1m/s 이상 등을 기준으로 질환을 진단하면 환자수가 많이 늘어난다.

아직까지 전신성홍반성루푸스를 동반한 폐동맥고혈압환자의 위험인자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홍콩의 연구진들이 알고리즘에 따라 환자들을 팔로업하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양에서는 폐동맥고혈압에 동반된 자가면역질환으로 전신경화증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가이드라인에는 폐동맥고혈압 증상이 없어도 1년마다 스크리닝 검사를 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대한폐고혈압학회 역시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국내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국제적인 기준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 수가 워낙 적은 만큼 환자들이 많이 힘들어 할 것 같다.

환자부담금으로 10%만 내도 환자들은 부담을 느낀다. 파란나비라는 환자 상담프로그램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은 환자들은 경제적으로 힘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이 잘 돼 있어 정부 차원에서 약가를 조절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약값이 가장 싸다. 하지만 전신성홍반성루푸스를 동반한 폐동맥고혈압환자가 워낙 적어 약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또 평생 먹어야 되는 약이고 생명과 직결돼 있다. 정부의 산정특례제도 외에 파란나비와 같은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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