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지구…기온 1도 상승 시 감염병 4.7% 증가
뜨거워진 지구…기온 1도 상승 시 감염병 4.7% 증가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8.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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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향후 50년 동안 인수공통감염병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일으킨 것과 같은 바이러스 교차감염이 최소 1만5000건 이상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발표됐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구온난화로 향후 50년 동안 인수공통감염병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일으킨 것과 같은 바이러스 교차감염이 최소 1만5000건 이상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발표됐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2의 코로나’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감염병 전파속도가 빨라진 것. 특히 더워지고 습해진 지구로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세계보건기구(이하 WHO) 역시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감염병 발생위험이 4.7% 증가한다고 경고에 나섰다. 

■지구온난화, 외래종 유입↑…‘모기’ 서식 활발해져

우리나라 역시 기후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외래종이 정착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올해 5월 인천에서는 새로 지은 아파트 내부에서 외래종인 ‘아파트 혹파리’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아파트 혹파리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종이지만 중국 등을 거쳐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유추된다.

인체에 치명적인 외래종도 유입되고 있다. 치료제가 없어 치명률이 18%나 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바이러스의 숙주 ‘매부리엉에피참진드기’가 그 주인공. 이 진드기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중국 남부에 서식하는데 철새를 타고 국내에 상륙했다. 치명률이 최대 40%나 되는 ‘크리미안콩고출혈열’ 진드기 역시 현재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 중이다.

또 우리나라는 최근 모기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일본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등 모기매개감염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국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본 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 빨간집모기’가 발견되고 있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일본뇌염 감염자 250명 중 1명꼴로 바이러스가 뇌로 퍼지며 이 중 20∼30%는 사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 말라리아 감염자 수만 해도 312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52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6월에만 145명의 말라리아환자가 발생해 경기도 김포, 파주, 고양시 등은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한 기존 생태계의 질서 붕괴 역시 감염병 창궐의 원인 중 하나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류 거주 지역을 침입하며 접촉 빈도가 증가한 것. 세계적인 바이러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원인을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영역 확장으로 인해 생태계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역시 2007년부터 지구온난화로 인해 곤충, 설치류 등에서 비롯된 감염병 확산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WHO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사람에게 발생한 신종감염병 중 60%가 인수공통감염병이며 이 중 75%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했다.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말라리아, 뎅기열 등 감염병을 유발하는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의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말라리아, 뎅기열 등 감염병을 유발하는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향후 50년, 인수공통감염병 1만5000건 이상 발생 전망

기후변화 영향으로 앞으로 50년 동안 사람과 동물 사이(인수공통감염병)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일으킨 것과 같은 바이러스 교차감염이 최소 1만5000건 이상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구는 미국 조지타운대 콜린 칼슨·그레고리 앨버리 교수팀이 진행했다. 연구팀은 2070년까지 진행이 예상되는 다양한 지구온난화 시나리오와 농업·도시개발을 위한 열대우림 파괴 등 토지 이용 변화를 적용, 포유동물 3870종의 서식지 이동과 인간과의 접촉으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 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현재 야생동물 중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는 최소 1만종 이상 존재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이들 동물이 인간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아 교차감염이 적었던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사람-동물 간 바이러스 교차감염 증가로 2070년까지 동물 간 바이러스 교차감염이 1만5000건 이상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질병 확산 위험이 크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고지대가 꼽혔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시베리아가 녹으면서 잠들어 있는 병원균들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2016년에도 시베리아 북부 폭염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이 유출됐으며 탄저균에 감염된 순록사체가 민간지역에 노출돼 7명이 감염, 어린이 한 명이 사망했다.

또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팀은 중국 티베트고원에서 채취한 얼음샘플을 분석, 바이러스 33종의 유전물질을 발견했다. 충격적이게도 이 중 28종은 미확인 종으로 최대 약 1만5000여년이 된 것으로 추정했다.

앨버리 교수는 ”기후변화가 생태계를 뒤흔들며 인수공통감염병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현재 진행 중이며 최상의 기후변화 시나리오하에서도 예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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