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첫 경구치료제, 미 FDA 승인…3일 만에 우울감 개선
산후우울증 첫 경구치료제, 미 FDA 승인…3일 만에 우울감 개선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8.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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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가 바이오젠과 세이지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경구용 산후우울증치료제 ‘주라놀론(상품명 주르주배, Jurzuvae)’를 허가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FDA가 바이오젠과 세이지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경구용 산후우울증치료제 ‘주라놀론(상품명 주르주배, Jurzuvae)’을 허가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출산 후 85% 이상의 산모들이 ‘산후우울감’을 느낀다. 대부분의 산후우울감은 분만 후 2~4일 안에 시작돼 4일째 최고조에 다다랐다가 2주 정도 지나면 호전된다. 하지만 이 중 10~20%는 ‘산후우울증(PPD)’으로 악화한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급격한 호르몬변화와 피로, 양육부담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에 우울하거나 심한 불안감, 집중력 저하, 죄책감 등을 경험한다. 엄마가 산후우울증을 겪을 경우 신생아도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혈중 코르티솔 수치가 정상치보다 높아진다. 따라서 성장 후에도 스트레스에 민감한 체질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다.

산후우울증은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만일 출산 후 여성이 ▲기분저하 ▲기쁨·흥미의 상실 ▲수면장애 ▲체중감소 ▲기력상실 ▲정신운동지체 ▲부적절한 죄의식 ▲집중력 감소 ▲죽음이나 자살에 관한 잦은 생각 등의 증상 중 5가지 이상 소견이 거의 매일 2주 이상 지속되면 ‘산후우울증’으로 진단한다.

지금까지 산후우울증은 상담과 항우울제 병용치료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항우울제에 관한 거부감으로 인해 많은 환자가 약 복용을 피해왔다. 하지만 4일 미국 FDA가 전 세계 최초로 경구용 산후우울증치료제 ‘주라놀론(상품명 주르주배, Jurzuvae)’을 허가했다.

기존에 미 FDA 승인을 받은 산후우울증 치료제는 정맥주사제 ‘브렉사놀론’이 유일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60시간 투여와 비용 부담 등의 단점이 존재했다. 또 브렉사놀론 투약 후 환자가 갑작스러운 의식 상실 등을 경험할 수 있어 미 FDA는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산소포화도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바이오젠과 세이지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치료제는 정맥주사가 아닌 경구치료제로 개발됐다. 작용기전은 신경 스테로이드(neurosteoird)를 이용,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gamma-aminobutylic acid)을 조절한다. 주라놀론은 하루 한 번 최소 2주간 복용하며 투약 3일 만에 우울증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주라놀론의 허가는 성인 여성우울증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ROBIN과 SKYLARK 등 2건의 연구로 구성된 NEST 임상 개발 프로그램의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두 연구는 우울증 중등도 측정지표 중 하나인 ‘해밀턴 우울증 등급 척도(HAMD-17)’의 17개 문항을 적용, 복용 15일 차에 높은 수준의 평균 점수 감소가 확인됐다.

SKYLARK 연구에서는 빠른 약효가 밝혀졌다. 주라놀론(50mg)을 복용한 환자에서 빠르면 3일 차부터 우울증 증상들의 괄목할 만한 감소가 관찰돼 약효가 45일 차까지 지속됐다.

단 부작용도 있다. 주라놀론은 중추신경계 억제작용으로 인한 운전능력 저하를 유발, 이에 관한 주의문구가 표기될 예정이다. 또 복용 이후 최소 12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운전을 해선 안 된다.

FDA 의약품 평가·연구센터의 정신건강의학 부문 책임자인 티파니 파치온은 “성인들의 산후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최초의 경구 투여 알약이 탄생했다”며 “생명까지 위협하는 극단적 우울증과 싸우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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