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감기로 고생인 우리 아이…항생제 복용은 신중하게
한여름에도 감기로 고생인 우리 아이…항생제 복용은 신중하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8.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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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비만 위험↑…성인은 당뇨병·치매 위험↑
의사도, 환자도 항생제 남용 경계해야
항생제는 세균감염을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한 약물이지만 남용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꼭 필요한 상황에서 신중하게 처방돼야 하며 환자 역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기간 적정량을 복용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이들은 계절과 관계없이 감기에 자주 걸려 여름에도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부모들은 약을 많이 먹여도 되는지 걱정하면서도 감기에 걸리면 항생제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생제는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 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는 “항생제는 세균감염을 치료하는 약물로 단순 바이러스 감염일 경우 반드시 항생제를 써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항생제 남용은 내성균을 유발할 뿐 아니라 아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항생제 사용률이 높은 대표 국가로 손꼽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29.8DID(인구 1000명의 하루당 소비량), 2019년은 26.1DID, 2020년은 21DID로 계속 줄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서는 4위로 높은 상황이다.

이에 항생제 남용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아에서는 비만위험을 높인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이 2008~2012년 영유아건강검진을 받은 3만여명을 대상으로 생후 24개월 이내 항생제 투여가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다양한 항생제를 사용할수록 ▲총 사용기간이 길수록 ▲생후 6개월 이내 항생제를 사용했을수록 소아비만이 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80일 이상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 30일 이내로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보다 소아비만 위험이 40% 높았으며 생후 6개월 이내 처음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 생후 18~24개월보다 비만위험이 33% 높았다.

항생제 남용이 소아비만 증가로 이어지는 이유는 장내 미생물균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장에 존재하는 유익한 장내 미생물균이 항생제로 인해 손상을 입으면 유익하지 않은 균이 증식하게 된다는 것. 연구팀은 “이러한 불균형이 우리 몸의 소화과정 및 물질대사과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결국 소아비만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성인 역시 안심할 수 없다. 박상민 교수팀이 성인 2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다시 연구를 수행한 바에 따르면 항생제 누적 처방일수와 항생제 계열수가 많을수록 당뇨병 발생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항생제를 90일 이상 사용한 그룹은 항생제 미사용그룹에 비해 당뇨병 발생위험이 16% 높았다. 

이보다 더 많이 항생제를 사용하면 치매 발생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항생제 누적처방일이 91일 이상인 그룹은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매 발생위험이 44% 증가했다. 연구팀은 치매 발생에 관련이 있는 다른 변수들을 통제하기 위한 성향 점수 매칭분석결과에서도 항생제 미처방 그룹에 비해 항생제 처방 그룹의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발생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를 보였다고 밝혔다.

암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5년간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군에 비해 항생제 누적 처방일수가 365일 이상인 군의 폐암 발생위험이 21%로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장과 폐가 연결돼 있다는 장-폐 축 이론을 바탕으로 장 및 호흡기 내 미생물들의 불균형이 폐암을 포함한 폐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비흡연자에서도 항생제 누적 처방일수가 증가할수록 폐암 발생위험이 높아졌으며 이러한 경향은 폐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결핵, 천식을 진단받지 않은 대상자에서도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박상민 교수는 “이러한 국내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항생제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적응증에 맞게 적절한 기간 신중하게 처방돼야 하며 항생제 과다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며 “항생제는 꼭 필요한 때에 정해진 기간 복용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한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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