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졸려면 다음 근무 전 이만큼 낮잠을”…스마트폰 앱이 알려준다
“안 졸려면 다음 근무 전 이만큼 낮잠을”…스마트폰 앱이 알려준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8.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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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주은연 교수팀, 수면각성도 예측하는 수리모델 개발
앱으로 구현 목표…다음 근무 위한 적응형 생체분할 수면패턴 제공
업무효율 높이고 사고위험 낮추는 ‘최적의 수면중재 모바일 앱’ 기대
연구팀은 불규칙한 업무시간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교대근무자들의 각성도를 정확히 예측해 이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높은 각성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면패턴을 밝혀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는 것을 실감케 하는 순간은 바로 근무 중 꾸벅꾸벅 졸음이 찾아올 때다. 특히 교대근무자들은 밤낮이 바뀌는 불규칙한 생활 탓에 평소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교대근무자들이 머지않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수면패턴을 찾아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신경과 주은연 교수가 임상간호학연구소 최수정 교수팀, KAIST 수리과학과/IBS 의생명수학그룹 김재경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매 순간의 각성도를 정확히 예측하고 원하는 시간대에 높은 각성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면패턴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사람의 생체시계는 낮·밤 주기에 적응해 낮에는 높은 능률을 갖고 밤에는 회복을 위한 수면을 유도한다. 하지만 인공조명의 발명 이후 현대사회에서는 일반적인 근무시간에서 벗어나 야간에도 높은 각성도와 능률을 요구하며 실제로 전체 노동인구의 약 20%가 교대근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불규칙한 수면패턴은 지나친 주간졸음을 유발해 업무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부상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교대근무자들의 근무 전후 각성도와 웨어러블 장치를 이용해 수집한 수면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야간근무에 높은 각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수면패턴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단순히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으로는 원하는 시간에 높은 각성도를 유지할 수 없음을 발견했으며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 및 기존 연구들이 제안하는 여러 천편일률적인 수면중재는 서로 상충할 뿐 아니라 실천하기도 어려움을 확인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교대근무자들의 누적된 불규칙한 수면기록을 모두 반영해 매 순간의 각성도를 예측하는 수리모델을 개발했다. 이 수리모델은 교대근무자들의 근무와 수면패턴에 따라 변동하는 일주기리듬과 수면압력*을 정확히 시뮬레이션해 각성도를 예측하도록 설계됐다.

*수면압력은 우리가 자고 싶게 만드는 욕구이다. 사람이 깨 있는 동안에는 뇌 속의 아데노신이라는 화학물질이 쌓이고 이 물질이 점차 축적되면 수면압력이 생겨 자고 싶은 욕구가 든다.

연구팀은 수리모델을 이용해 저녁과 야간근무 전 특정 수면패턴을 취했을 때의 각성도를 예측, 여러 수면패턴과 비교했다. 그 결과 야간근무 직전 또는 직후에 몰아서 수면을 취하는 것보다 근무 직후 일주기 리듬에 맞는 최소한의 수면만을 취한 후 야간근무 직전 충분한 낮잠을 취하는 것이 근무 중 높은 각성도를 유지할 뿐 아니라 생체리듬에 맞지도 않은 시간대에 억지로 자거나 강제로 일어날 필요가 없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를 ‘적응형 생체분할 수면(Adaptive Circadian Split Sleep)’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근무 직후 최소한의 수면만을 취해 다음 근무 전 낮잠에 보다 쉽게 들 수 있는 수면패턴으로 개인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수면일정을 조절할 수 있어 실생활에 적용하기도 쉽다.

연속된 두 야간근무 (주황색 영역) 사이의 적응형 생체분할 수면(회색 영역)은 근무 전과 도중의 각성도가 낮은 강제 기상을 최소화해 실천이 용이하면서도 근무 중 능률 저하 및 사고위험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적응형 생체분할 수면을 기반으로 한 수면중재를 실생활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개발 중이다. 올해 9월 완성을 목표로 하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자동으로 수집되는 수면패턴을 이용해 현재의 각성도를 예측하며 다음 근무를 위한 적응형 생체분할 수면패턴을 계산해 제공한다.

삼성서울병원 주은연 교수는 “올 하반기부터 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유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교대근무자뿐 아니라 불규칙한 생활이나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장애를 해결하는 데 ‘가장 최적화된 수면중재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KAIST 수리과학과/IBS 의생명수학그룹 김재경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수리모델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곧 개발될 예정”이라며 “많은 교대 근무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및 삼성생명과학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으며 KAIST/IBS 송윤민 학생,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IBS 박세호 학생,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이수진 연구원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SLEEP’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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