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들녘에 흔한 ‘민들레(蒲公英)’, 염증제거에 특효
[한동하의 식의보감] 들녘에 흔한 ‘민들레(蒲公英)’, 염증제거에 특효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8.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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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들녘에 보면 노란 꽃 민들레를 흔히 볼 수 있다. 노란 꽃은 서양 민들레이지만 귀화식물이 된 지 오래돼 친숙하다. 무엇보다 민들레는 흔히 활용할 수 있어 고마움까지 느껴진다. 오늘은 민들레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민들레(Taraxacum mongolicum)는 국화목 국화과 민들레속 민들레종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주위에 주로 보이는 노란 꽃 민들레는 바로 서양 민들레다. 항간에 흰 꽃 민들레를 토종이라고 하면서 노란 꽃 민들레보다 효과가 좋다고 하지만 이 둘의 효능은 동일하다.

토종과 서양민들레는 꽃의 색이 아닌 총포의 모양으로 구분한다. 총포가 아래로 벌어져 있으면 서양 민들레, 위로 오므려져 있으면 토종(동양) 민들레로 구분한다. 토종민들레도 노란 꽃이 있다.

민들레는 한자로 포공영(蒲公英)이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지정(地丁) 또는 황화지정(黃花地丁)이라고도 부른다. 참고로 황화지정은 노란 꽃 엉겅퀴를 일컫기도 한다. <의휘>에는 ‘방석채(方席菜)’라고도 했는데 민들레잎이 땅에 퍼진 모양이 마치 방석(方席)처럼 보였던 것 같다.

예로부터 민들레는 꽃부터 줄기, 잎 및 뿌리까지 약용해왔다. 생민들레는 나물로도 먹었고 즙을 내 약으로 사용했다. 또 말려서 끓여 먹거나 술에 담가 약용했다. 약재로 사용할 때는 꽃이 피기 전의 전초를 사용한다.

민들레는 성질이 평(平)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기운이 평하면서도 서늘한 편으로 한약재로 청열해독(淸熱解毒)제에 속한다. 따라서 급성염증에 효과적이다.

민들레는 열독(熱毒)을 푼다. <동의보감>에는 ‘열독(熱毒)을 풀고 악성 종기를 삭이며 멍울을 깨뜨리고 음식 독을 풀며 체기(滯氣)를 내리는 데 뛰어난 효능이 있다’고 했다. 특히 급성염증의 증상인 홍종열통(紅腫熱痛)의 증상에 효과적이다. 홍종열통은 붉게 붓고 열감이 있으면서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민들레는 유방염증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부인의 유종(乳腫)에는 물에 달여 낸 즙을 마시고 달여 낸 찌꺼기를 붙이면 즉시 사그라든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투유(妬乳, 유선염) 및 유옹(乳癰, 유방의 종기)으로 붓고 아픈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악전서>에는 치험례가 나온다. ‘어떤 여성이 유옹(乳癰)을 앓아 오한발열, 두통이 있었다. 형방패독산 1제를 달여 마시고 다시 민들레 1줌을 짓찧어 술 2~3잔을 넣고 다시 짓찧어 즙을 취해 뜨겁게 복용하고 나서 찌꺼기를 뜨겁게 해서 환부를 덮자 없어졌다’고 기록돼 있다.

제반 염증에는 민들레와 금은화를 함께 활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경악전서>에는 ‘민들레를 인동(금은화)과 함께 끓여서 만든 즙에 술을 약간 넣어서 복용하면 단단한 것을 부수고 종기를 사그라지게 하니 나력(瘰癧, 멍울)을 푸는 데 가장 좋다’고 했다. 금은화 역시 민들레와 비슷한 효능이 있기 때문에 유방염증뿐 아니라 피부염, 점막염증, 기타 모든 조직의 염증성질환에 민들레와 금은화의 궁합은 금상첨화다.

민들레는 진통작용이 강하다. <동의보감>에는 ‘민들레를 캐어 달인 물을 마시거나 짓찧어 아픈 부위에 붙이면 곧 가라앉는다’고 했다. 피부나 근육의 염증, 타박상으로 인한 염증성통증을 줄여준다. 소염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진통효과가 좋다고 볼 수 있다.

민들레는 종기나 부스럼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정종(疔腫)을 가장 잘 치료한다’고 했다. 정종은 못처럼 뿌리가 깊은 종기나 부스럼을 말한다. <본초강목>에는 ‘오래된 악창(惡瘡)에 민들레를 질게 찧어 붙여 준다’고 했다. 종기와 같은 염증에는 생민들레를 으깨서 붙이거나 생것을 찧어 즙은 마시고 찌꺼기는 염증부위에 붙이는 방법으로 활용했다. 말린 민들레를 달여서 탕으로 먹어도 좋다.

민들레의 소염작용은 위점막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만성위염과 함께 위통이 있는 경우 생민들레즙을 내 마셔도 좋고 민들레를 달여 탕으로 마시거나 말린 민들레 가루 또는 환으로 빚어서 먹어도 좋다. 위장뿐 아니라 역류성식도염, 대장염, 방광염 등에도 좋다.

민들레는 생인손에도 좋다. 생인손은 조갑주위염으로 대지(代指)라고도 한다. <의감중마>에는 ‘대지(代指)는 손가락 끝이 먼저 붓고 화끈거리며 당기듯 아프다가 나중에 손발톱 주위가 곪아 터지는 것이다. 대지에는 포공영과 도꼬마리를 각각 같은 양으로 가루로 만든 후 좋은 식초에 넣고 진하게 달인 물에 담가 씻으면 낫는다’고 했다. 역시 소염작용에 의한 효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민들레를 이용해서 양치질을 했다. <본초강목>에는 ‘민들레로 참아(摻牙)한다’고 했다. 아마도 생민들레 줄기나 잎을 으깨서 치아를 마찰했던 것 같다. 참(摻)은 바르다 또는 칠하다는 의미다. 충치나 잇몸의 염증성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에는 민들레즙으로 가시를 제거했다. <본초강목>에는 ‘민들레 흰 즙은 가시가 박혔거나 호뇨자창(狐尿刺瘡)에 바르면 즉시 낫는다’고 했다. 호뇨자창(狐尿刺瘡)은 벌레독에 의한 피부가 헌 것을 말한다. <광제비급>에는 ‘가시가 찔려 나오지 않는 데는 민들레의 흰 진을 바르면 곧 나온다’고 했다.

<천금방>의 서문에는 ‘내가 밤에 왼쪽 손등 중지 부위를 정원의 나무에 찔렸는데 새벽이 되자 마침내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발생했다. 열흘이 지나자 통증이 날로 심해지고 창(瘡)이 날로 높아지고 커졌으며 색이 익은 콩과 같았다. 평소 스승께서 이 처방에 대하여 논한 것을 들었기에 마침내 이것을 사용해 치료했다. 손을 대는 족족 나았고 통증도 제거됐으며 창(瘡)도 나았고 열흘이 되지 않아 평소대로 회복됐다’라는 흥미로운 치험례가 기록돼 있다. 민들레는 소염작용과 함께 새살을 돋게 하는 효능 역시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들레는 전초에 타락세롤, 타락사스테롤, 콜린, 이눌린, 실리마린 등을 함유하고 있다. 타락세롤은 항염증작용이 강해서 일반적으로 소염작용이 있고 화상이나 여드름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타락사스테롤은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성분으로 피로해소,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면서 소염작용이 있어 종기, 유방염, 인후염, 장기의 염증성질환 등에 다용된다.

특히 뿌리에는 타락세롤과 베타스토스테롤성분 외에 베헨산과 같은 지방산, 이눌린을 포함하고 있다. 또 카페산(caffeic acid)도 포함하고 있어 항산화 활성이 높고 이눌린과 함께 항당뇨효과도 보인다. 이밖에도 콜린은 지방대사를 촉진하고 실리마린은 간기능을 활성시키기 때문에 지방간 등 간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지천(至賤)의 민들레. 민들레는 너무 흔해서 귀한 줄을 모를 뿐이다. 만일 민들레의 효능을 안다면 천상(天上)의 민들레라는 별명을 붙여 주더라도 손색없을 것이다. 토종민들레가 아니라도 아쉬워할 것 없다. 서양 민들레라도 지천으로 깔려 있음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일편단심 민들레, 오로지 우리 몸의 염증이 없어지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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