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료정보, 나만 빼고 ‘이권다툼’
내 의료정보, 나만 빼고 ‘이권다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8.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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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데이터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데이터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국민’은 쏙 빠진 채 의료기관과 업계 간 대립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료데이터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데이터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국민’은 쏙 빠진 채 의료기관과 업계 간 대립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료데이터 판매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관련 규정도 전혀 없고 정작 정보주체인 국민이 소외돼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데이터는 정부에서 관리·감독했지만 일원화된 시스템 부재로 여러 곳에 분산돼 있었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의료 마이데이터’이다.

문제는 정작 의료정보의 실소유권자인 국민은 쏙 빠진 채 의료기관과 업계 간의 대립만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업체와 병원만의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의료정보소유권 논란의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건강정보(의료데이터)를 관리·보호·활용하는 법안은 이미 제17대 국회에서부터 발의됐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발됐다. 이번 국회에서도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이 ‘디지털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촉진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산업계와 의료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 ‘정보주체권 인정’ vs 산업계 ‘규제완화가 답’

하지만 의료데이터의 주체를 두고 의료기관과 산업계의 대립이 팽팽한 상황이다. 의료기관은 의료데이터를 직접 생성·보유하기 때문에 관련법에 주체로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의료정보는 의사의 판단이 포함돼 있어 제3자가 의료정보를 축적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반면 산업계는 보건의료 데이터산업 시장규모가 2022년 3조5553억원에서 2032년까지 9조7704억원 규모로 성장할 정도로 잠재력을 갖고 있어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에서 의료정보를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의약품과 진단기기 개발, 건강관리 디바이스(디지털헬스케어), 보험상품 개발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는 “우리나라는 의료데이터와 관련해 법적·사업적 측면에서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의료기관, 제약, 의료기기산업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며 개발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보소유권…‘국민’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단체는 환자의 의료정보주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3자 전송이력 확인’과 ‘전송중단·파기’를 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 역시 민간보험사에 의료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큰 우려를 표한다.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상임이사는 “희귀질환자는 비식별화해도 질병정보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며 “정보가 어떻게 쓰였는지 언제든 열람할 수 있고 제공을 멈출 수 있어야 하며 이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정보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데이터가 상품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계에서 의료데이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으로 연구목적의 의료정보 이용을 활성화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정보권한이 국민에게 있다는 점이다. 핀란드 역시 국민이 포털을 이용해 자신의 전체 임상기록 및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한을 관리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결과를 보면 의료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42% 정도였다”며 “의료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하고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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