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천식은 ‘중증질환’…겪어보지 못하면 이해 못 해
중증천식은 ‘중증질환’…겪어보지 못하면 이해 못 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8.2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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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혁수 교수는 “중증천식은 높은 용량의 높은 용량의 경구제 스테로이드와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더라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며 “효과가 있는 생물학적제제가 있지만 비급여로 부작용을 감수하고 많은 환자들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혁수 교수는 “중증천식은 높은 용량의 경구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더라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며 “효과가 있는 생물학적제제가 있지만 비급여이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밤이 무섭습니다. 어두운 그림자가 제 목을 쥐어 잡는 것 같아요.” “안마의자에서 잠을 자요. 눕게 되면 숨을 못 쉬겠어요.”

우리는 자연스레 숨을 쉬며 산다. 하지만 간혹 가래가 들끓는 독감이라도 걸리면 기침으로 잠을 못 자기 일쑤다. 이러한 삶을 평생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중증천식환자’들이다.

중증천식은 천식환자 중에서 높은 용량의 경구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더라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잦은 중증악화를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중증천식은 전체 천식의 5~10% 정도로 비율은 낮지만 심한 호흡곤란과 기침, 객담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실제로 중증천식환자의 38%가 불안, 25%가 우울 등 건강문제를 호소한다.

문제는 중증천식환자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2년 3.5%에서 2015년 6.1%로 증가했으며 2023년 현재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중증천식환자의 외래횟수와 연간 입원횟수는 비중증천식환자의 각각 3배, 2배이며 약제비용 역시 비중증대비 10배에 달한다.

중증천식에는 생물학적제제가 효과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허가된 생물학적제제는 총 5가지다. 하지만 ‘오말리주맙’을 제외하고는 비급여 상태로 대부분의 환자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복용 중이다. 정부의 빠른 급여화가 시급한 상황.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를 만나 중증천식 치료환경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 천식과 중증천식의 차이는.

일반 천식과 중증천식은 다른 병이라고 보면 된다. 중증천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증천식에 대한 기준을 좀 더 자세히 본다면 전체 천식환자의 5% 내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넓게는 전체 천식환자의 10%까지도 중증천식환자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체 중 5~10%를 중증천식환자라고 보고 이 5% 내에서도 정말 심각한 환자들은 2~3% 정도 된다.

또 보통 천식환자가 병을 오래 앓아서 중증천식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반 천식환자가 증상 악화로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있지만 결국 호전된다. 하지만 중증천식은 평소 아무리 약을 써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고 호전과 악화가 반복된다. 결국 강력한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야만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 중증천식환자 치료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중증천식치료제인 생물학적제제가 나온 지 약 7년이 됐다. 그간 산정특례 및 보험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아직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선뜻 해당 약제를 사용하기 쉽지 않다. 비급여로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려면 보통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어떤 환자들은 10년, 20년씩 치료받아야 하는데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하긴 매우 어렵다. 

- 중증천식환자들은 왜 산정특례대상이 아닌가.

학회차원에서도 산정특례 적용 요구를 꾸준히 해왔지만 대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스테로이드’라는 약이 있기 때문이다.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통해 증상이 어느 정도 조절된다. 두 번째로는 중증천식환자는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없다. 따라서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질환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덜 심각해 보일 수 있다. 세 번째로는 타 질환에 비해 성인에서 중증천식환자가 더 많기 때문에 어린이 환자들이 많은 아토피피부염보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이 조금 덜 할 수 있다.

- 그래도 장기간 경구 스테로이드제 복용은 부작용이 심각한데.

중증천식환자들은 매일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2~3알씩 복용한다. 결국 환자들은 비만, 근육감소, 당뇨, 골다공증, 고혈압 등과 같은 온갖 성인병이 발생한다. 또 면역저하부터 성인병, 호르몬, 비만, 골절, 폐렴, 패혈증 등 수많은 부작용이 장기적이고 복합적으로 문제가 된다.

여러 연구에서 경구 스테로이드제 복용이 누적될 때마다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률이라든지 세균 감염, 폐렴 또는 골다공증으로 인한 고관절골절로 발생하는 2차적인 합병 사망률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보고됐다. 

문제는 중증천식환자가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치료를 받으면 이 비용은 골절에 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즉 정부에 보여줄 수 있는 1차적인 데이터로 결과를 산출하기가 쉽진 않다.

- 국내에 허가된 생물학적제제는 총 5가지다.

국내에서 허가된 생물학적제제로는 ▲오말리주맙 ▲메폴리주맙 ▲레슬리주맙 ▲벤라리주맙 ▲두필루맙 등 총 5가지다. 이 중 오말리주맙만이 유일하게 급여를 받고 있다. 결국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스테로이드밖에 없다. 스테로이드 정맥주사를 맞고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게 된다. 입원한 중증천식환자는 높은 용량의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퇴원 후에도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끊지 못하고 1~2알씩 계속 복용하며 지내야 한다.

- 생물학적제제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오말리주맙(졸레어)라는 약은 주로 집먼지, 진드기 등이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성 천식에 쓰는 약제이다. 반면 메폴리주맙(누칼라), 레슬리주맙(싱케어), 벤라리주맙(파센라) 등 세 가지는 호산구, 즉 인터루킨5를 타깃으로 하는 약제다. 두필루맙(듀피젠트)은 인터루킨 4, 13을 타깃한다.

학회 차원에서 5개 약물의 급여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환자군마다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터루킨5 계열의 경우 이론적으로 전체적인 효과는 비슷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약제 기전들이 약간씩 다르기에 A라는 약제가 효과가 없으면 다른 약제를 고려해야 한다.

보통 환자들의 혈액 호산구 수치, 호기 일산화질소 수치(FeNo) 등을 측정해 알맞은 약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준에 맞춰 어떠한 약제를 쓰는 것이 좋은지를 종합한 도표들이 나와 있기도 하다. 하나의 특정 약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2~3개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급여에서 우선순위를 두기보다 동등한 고려가 시급하다.

- 글로벌, 학회 가이드라인 등에서 경구 스테로이드제 사용에 관해 경고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도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상황상 중증천식에 경구 스테로이드제가 더 널리 사용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서는 생물학적제제가 다양해지고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돼 보험급여가 많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 교수님도 천식환자라 들었다.

흡입기를 매일 쓰긴 하지만 거의 증상이 없어 등산도 하고 마라톤도 참가할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올해 5월감기에 걸린 적이 있다. 증상이 굉장히 심했고 천식도 악화해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할 수밖에 없었다. 증상이 쉽게 나아지질 않아서 거의 2주를 복용했다. 기침으로 잠도 잘 수 없고 정말 힘들었다. 그때 환자들의 어려움을 다시금 느꼈다.

시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정한 기준으로 학회와 상의해 중증천식의 범위를 정하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급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정말 쓰기 어려운 환자를 우선적으로 말이다.

■[미니 좌담] 중증천식환자의 삶과 고통(권혁수 교수&김헌실 간호사)

중증천식환자들은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급작스러운 증상 악화로 응급실 방문빈도가 높다. 하지만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는 별로 없다. 산소호흡기와 고용량 스테로이드뿐이다.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쓰다 보면 면역력저하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바이러스나 균으로 인해 천식이 악화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폐렴이 생기면 입원기간이 더 길어진다. 의료진과 간호사들은 이들을 바라보며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권혁수 교수, 김헌실 간호사와의 좌담을 통해 중증천식환자의 고통을 들여다봤다.

김헌실 간호사는 “중증천식환자는 기침과 호흡의 어려움으로 수면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며 “옆에서 지켜보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실 간호사는 “중증천식환자는 기침과 호흡의 어려움으로 수면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며 “실제로 옆에서 지켜보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국 기자(이하 이) :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김헌실 간호사(이하 김) : 비용을 가장 많이 신경 쓴다. 진료 시 의료진은 환자한테 가장 적합한 생물학적제제를 권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경구 스테로이드제 사용량 감소, 중증악화 감소 목적 등에 맞게 설명한 뒤 환자에게 약제를 추천한다. 하지만 비용을 들은 후 추천 약제가 아닌 가장 저렴한 약을 사용한다.

권혁수 교수(이하 권) : 삶의 질은 단순히 숨쉬기 힘들다는 문제를 넘어선다. 천식은 대부분 밤에 악화되기 때문에 중증천식환자들의 숙면 개념은 일반인과 완전히 다르다. 자는 도중 계속 기침이 이어지기 때문에 숙면이 아예 불가능하다. 호흡곤란으로 기침하면서 수면의 질이 최저인 상태로 사는 것이다.

: 생물학적제제 사용 후 환자 삶의 질은 어떤지.

: 현재 사용 가능한 생물학적제제가 5가지 있는데 그중 한 가지만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너무 힘들어 생물학적제제를 투여한 환자가 있다. 보통 한 달 간격으로 외래를 오는데 생물학적제제를 맞고 나서는 한 달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 줄 몰랐다고 하셨다. 하지만 자제들이나 다른 가족들이 투약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 큰 부담을 느낀다. 그런 상황을 볼 때면 마음이 너무 안 좋다.

: 중증천식환자들을 위한 책을 집필했다.

: 김헌실 선생님 덕분에 시작하게 됐다. 집필은 김헌실 선생님이 했고 저는 보조자였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안타까운 얘기를 더 많이 듣는다.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하소연에 대해 좀 더 설명해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집필을 시작했다.

천식과 COPD –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전문상담
천식과 COPD –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전문상담

: 서점에 가서 건강 관련 코너를 살펴보니 암과 관련해서는 정말 다양한 서적이 있는데 호흡기에 관한 책은 거의 전무했다. 지금은 미디어가 많이 발달해 어르신들도 유튜브를 많이 보시지만 당시만 해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지 않았다. 또 온오프라인에는 잘못된 인식들이 많았다. 그간 의료진에게 꾸준히 질문해왔던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하는 것이 계기가 됐다.

또 찾아보니 간호사랑 의사가 공동으로 책을 만든 사례가 없었다. 이번 책에는 환자 입장에서의 디테일한 질문들, 의료진 입장에서 답한 전문적인 소견을 모두 담았다. 실제로 환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을 엮어 Q&A 형식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눈높이 도서다.

: 환자 본인도 힘들지만 지켜보는 보호자도 힘들어 한다.

: 중증천식환자들은 삶이 고되다 보니 짜증도 많이 낸다. 그렇지만 환자 역시 최선을 다해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금 더 지켜봐주고 환자들이 직접 하지 못하는 치료환경 개선과 환자 삶의 질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을 보호자들이 나서서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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