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소 무릎 닮은 ‘우슬(牛膝)’…무릎관절에만 좋다? 오해입니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소 무릎 닮은 ‘우슬(牛膝)’…무릎관절에만 좋다? 오해입니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8.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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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시골 들녘이나 길가에서는 ‘쇠무릎’을 쉽게 볼 수 있다. 씨앗의 모양이 독특해서 쉽게 눈에 띈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고 뿌리는 주로 약으로 사용해왔다. 줄기마디 모양 때문에 ‘우슬’이라는 이름도 있다. 오늘은 쇠무릎, 우슬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쇠무릎(Achyranthes japonica)은 석죽목 비름과 쇠무릎속 쇠무릎종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쇠무릎 외에도 쇠무릎지기, 쇠무릎풀 등 여러 이름이 있다. 주로 남부지방에 분포하고 있지만 요즘은 전국 각지에서 볼 수 있다.

쇠무릎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와 남유럽으로 알려져 있다. 성경에도 우슬(쇠무릎)이 나온다. 내용을 살펴보면 우슬은 몸을 정결하게 하고 목마름과 고통을 치유하는 데 상징적인 식물로 표현된다.

한자로는 우슬(牛膝)이라고 한다. <본초강목>에는 ‘줄기에 있는 마디가 소 무릎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름 지어졌다’라고 했다. 문헌에는 줄기 마디가 학(鶴)이나 소의 무릎을 닮았다고 했다. 또 백배(百倍)라는 이름도 있는데 <신농본초경>에는 ‘자윤(滋潤)하고 보하는 효능이 소의 힘센 기운과 같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효능이 100배로 좋은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밖에도 <야채박록>을 살펴보면 산현채(山莧菜) 또는 대절채(對節菜)라는 이름도 있다.

우슬은 맛이 쓰고 시며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 <본초강목>에는 ‘우슬은 간(肝)과 신(腎)을 보하는 효능, 악혈(惡血, 어혈)을 제거하는 효능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근육(간), 골격과 관절(신), 혈액(어혈)과 관련된 증상이나 질환을 치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의종손익>에 따르면 윤활(潤滑)한 성질이 있어서 혈액을 잘 돌게 하고 소변을 잘 보게 한다. <본경속소>에도 근육처럼 부드럽고 질기며 일직선으로 곧바로 내려가는 성질이 있어 허리 이하의 증상을 다스린다. 즉 강한 것을 부드럽게 만들고 마른 것을 윤택하게 한다. 이것을 보면 우슬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슬은 허리 이하의 질환을 치료하는 처방에 일부러 넣기도 한다. 우슬이 다른 약들의 기운을 끌고 하행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생(生)우슬을 쓰고 자윤(滋潤)하거나 보하고자 할 때는 술에 쪄서 사용하거나 불에 말려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참고로 어깨질환을 치료할 때는 계지(桂枝)를 넣어 약의 기운을 끌고 올라가게 한다.

우슬은 무릎관절염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한습(寒濕)으로 다리가 약하고 저리면서 무릎이 아파 구부렸다 폈다 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수세비결>에는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하지무력과 비증(痺症, 저림증)을 치료한다’고 했다.

우슬은 뼈를 튼튼하게 하면서 요통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골수를 채운다. 허리가 등뼈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허리와 무릎이 힘이 없고 찬 것을 싫어하고 약해진 증상을 치료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것을 보면 우슬은 무릎관절뿐 아니라 골다공증에도 좋고 척추관절, 특히 요추관절을 튼튼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힘이 없다는 것을 치료한다는 것은 관절주변의 인대와 근육을 강화하는 효능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참고로 하지무력증에도 도움이 된다.

우슬은 남성의 성기능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음위(陰痿)를 치료하고 신(腎)을 보해 준다’고 했다. 우슬을 달여 먹거나 술을 빚어 먹는다고 했다. 음위(陰痿)는 남성의 발기불능을 의미한다. 우슬은 신(腎)을 강화시키는데 한의학에서 신(腎)은 비뇨기계와 생식기계 기능을 모두 포괄한다. 우슬이 남성 성기능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외외로 드물다.

우슬은 노인의 유뇨증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노인이 소변을 참지 못하는 데 쓴다. 임병(淋病)을 치료하는 성약(聖藥)이다.’라고 했다. 임병(淋病)은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증상을 말한다. <본초강목>에는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음경이 아파서 죽으려 하는 증상을 치료할 때에는 우슬을 잎과 함께 술에 넣고 달여 복용한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우슬이 전립선비대증 같은 전립선질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슬은 여성의 월경을 통하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부인의 월경이 나오지 않는 증상, 혈결(血結, 어혈로 혈액이 뭉친 것) 등을 치료한다’고 했다. 이것은 우슬이 막힌 것을 뚫고 어혈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우슬은 여성의 성교통에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는 ‘부인의 성교통에 우슬 2냥을 술에 달여 먹는다’고 했다. 우슬의 성질은 윤활하기 때문에 부인의 성교통뿐 아니라 질 건조증에도 도움이 된다. 이때는 우슬과 당귀몸통(당귀신)을 함께 달여 고아서 우슬당귀고(牛膝當歸膏)를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우슬은 피부에도 좋다. <식의심감>에는 ‘검은 사마귀와 얼굴의 기미를 제거하고 피부가 윤이 나게 한다’고 했다. 이때는 우술침주(牛膝浸酒)가 좋은데 우슬과 콩, 생지황을 이용해서 술을 빚어 주량에 따라 마신다고 했다. 우슬은 항산화작용이 있으면서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피부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우슬은 항노화작용을 한다. <본초강목>에는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고 했다. 또 ‘정(精)을 보익(補益)하고 음기를 이롭게 하며, 골수를 채우고 머리가 희어지는 것을 멎게 한다’고 했다. <향약집성방>에는 ‘십이경맥을 모두 보해 준다. 환자가 허약해서 마를 때 약에 넣어서 쓴다’고 했다. 우슬은 자윤(滋潤)하면서 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우슬은 농을 배출하고 진통작용도 한다. <본초강목>에는 ‘농을 배출하고 통증을 멎게 한다. 인후염, 구내염, 치통, 옹종, 악창, 부러져 다친 증상 등을 치료한다’고 했다. 우슬은 증상을 치료하는 경우에 따라 내복하거나 생우슬(줄기, 잎, 뿌리)를 으깨서 상처에 붙여주는 외용제로도 활용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슬은 단지 무릎관절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우슬은 ▲올레아놀산 계열의 사포닌 ▲스테로이드 계열의 베타-시토스테롤 ▲스티그마스테롤 ▲루브로스테론 ▲아르기닌 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다. 따라서 항산화, 항염증, 골손실억제, 간기능보호, 항당뇨, 항암, 혈관건강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우슬은 생리량이 지나치게 많은 여성과 임신부는 섭취해서는 안 된다. 출혈량을 증가시키고 유산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본초정화>에는 ‘잘못 쓰면 태아를 손상한다. 월경이 끊어진 지 오래되지 않아서 임신이 의심되는 경우와 혈붕이 그치지 않는 자는 기(忌)한다’고 했다. 또 쇠고기, 우유와는 궁합이 안 맞는다.

우슬은 이름 때문에 무릎관절에만 좋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릎관절염, 요통, 하지무력증, 성기능장애, 전립선질환, 여성건강, 피부건강, 항노화 등 의외로 다양한 효능이 있다. 소염진통, 상처회복 작용도 한다. 쇠무릎지기는 모름지기 건강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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