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가족 넘어 지역주민까지 포용…대전보훈병원의 이유 있는 ‘대변신’
보훈가족 넘어 지역주민까지 포용…대전보훈병원의 이유 있는 ‘대변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9.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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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공간 확 넓히고 재활센터 별도 구축
코로나19 등 변수에도 돌봄서비스 유지
국가음압병상 완비…감염병 대응도 OK
박건영 실장은 “올해는 리모델링 완수를 통한 양적 성장과 보훈병원 최초 4주기 의료기관 인증 획득이라는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해”라며 “누구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지역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와, 훤하다.’

대전보훈병원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든 생각이다. 사람 간에도 첫인상이 좋으면 기대감이 더 높아지는 법.

“마침 새 옷으로 잘 차려입은 우리 병원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먼저라도 슬쩍 둘러볼까 고민하고 있을 찰나 병원장 직무대행을 수행하고 있는 박건영 실장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1997년 개원 후 27년 만에 전면적 리모델링에 성공한 대전보훈병원. 박건영 실장의 안내로 새롭게 탈바꿈한 원내 곳곳을 둘러봤다.

■혼잡한 1층 전면 개선…대기순서는 전광판으로 한눈에

박건영 실장은 중앙계단을 없애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시야 개선은 물론 고령환자들의 불편함이 크게 해소됐다고 말했다.

“정말 대공사였을 텐데 큰 결심을 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벅저벅. 정형외과 의사답게 힘차게 앞서 나가는 박건영 실장을 부지런히 따라가면서 물었다.

“우리 병원은 대전·충청권역의 보훈가족은 물론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관내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입니다. 고령의 국가유공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진료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저희의 소임이죠. 대작업이었지만 전 직원이 합심해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숙원사업을 해내니 저로서도 참 마음이 좋네요.”

그의 목소리에서 지난날의 노고와 뿌듯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대전보훈병원은 환자진료대기 안내시스템을 통해 대기시간을 신속하게 안내하고 있다. 

노력이 안 깃든 곳이 없겠지만 특별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을 짚어달라고 했다. 우선 출입구, 로비, 접수창구 등 병원에서 가장 복잡한 1층의 공간을 확장해 전체적으로 개방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고. 특히 환자들의 큰 불편함을 초래했던 중앙계단을 없애고 엘리베이터로 교체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이 시원했던 이유가 있었다.

환자진료대기 안내 모니터는 더 잘보이도록 개선했다. 그러고 보니 저 멀리 보이는 전광판에는 진료과, 의료진, 현재 대기인수와 대기시간까지 한 화면에 안내되고 있었다. 환자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안내하는 병원도 있지만 고령환자가 많은 이곳에는 안성맞춤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과 추가로 전문성↑…척추내시경수술로 고령층 부담↓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한 외래 공간. 통유리를 설치해 밖의 이동통로와 확실히 구분하고 내분비내과와 혈액종양내과를 추가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외래 공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최신식이었다. 박건영 실장은 “통유리를 설치해 이동통로와 물리적으로 구분하고 환자 이동동선을 고려해 진료시설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했다”면서 “내분비내과와 혈액종양내과를 추가해 총 27개의 전문진료과를 갖추고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정형외과는 대전보훈병원의 강점 진료과이다. 이날도 늦은 시간까지 진료보는 환자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이곳에 몸담아온 박건영 실장은 환자들이 믿고 찾는 의사라고. 그는 수술부담이 큰 고령환자의 경우 내시경을 이용한 척추내시경수술로 빠른 일상 회복을 돕고 있다. 

박건영 실장은 “고령환자는 기저질환으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때는 최소침습방식의 척추내시경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건영 실장은 “척추내시경수술은 절개범위가 1cm 미만으로 조직손상과 출혈이 적고 수술시간도 짧아 고령환자들이 가장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테랑답게 척추모형을 보여주면서 기자의 이해를 도왔다. 요즘은 최신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행도 감행한다는데 이 지역 환자들은 최소한 그런 수고로움은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팬데믹기간에도 돌봄서비스 지속…환자·보호자 만족도↑

입원 병동 내에 설치된 어울림도서관.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유롭게 보고 싶은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병동 역시 더 안전하고 쾌적해졌다. 우선 전체적으로 출입통제시스템을 설치해 안전을 강화했다. 내부는 기존의 6인실, 5인실 구조를 없애고 4인실 이하로 설계하는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병동 가운데에는 보훈라운지와 어울림도서관 등 휴게시설을 배치, 이야기꽃을 피우고 마음의 양식까지 쌓을 수 있게 했다.

대전보훈병원은 지역에서 가장 많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상을 운영 중이다. ‘아픔을 덜고 마음을 채우다’라는 문구에서 돌봄서비스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박건영 실장이 다음으로 소개한 곳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현재 대전보훈병원은 대전지역 최대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 전체가 40병상을 운영 중인데 이 중 16병상, 즉 40%를 대전보훈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것.

지난해 1월에는 병원장 직속의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를 신설해 전문성을 한층 더 강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카카오톡 서비스를 활용, 비대면 온(溫)택트 소통채널을 운영하는 등 돌봄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환자, 보호자들의 만족도도 높아 평균 93%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간호사가 의료적 처치를 수행하며 환자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도 마찬가지. 4인실로 환경을 개선하고 리모델링 기간에는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대체병동을 활용해 80병상 이상 운영을 유지했다.

“입원해야 한다고 하면 가족들은 간병부터 걱정합니다. 연세가 많은 보훈가족들에게는 더더욱 힘든 일이죠. 그 부담을 저희가 전문가로서 덜어드리는 것뿐입니다. 오히려 서비스에 만족해하시고 적극 이용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지요.”

특히나 선호도가 높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향후 120병상까지 확대할 계획이란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감염병 대응 만전

국가음압병상 맞은편에는 의료진이 모든 환자를 볼 수 있는 중앙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다.

하이라이트 장면은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박건영 실장은 또 하나의 보물이라면서 끝으로 올해 6월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새롭게 재탄생한 재활센터를 소개했다.

본관 연결통로를 따라가니 바로 재활센터가 나왔다. 지상 1층~3층까지는 외래진료와 치료시설이, 4층에는 40병상 규모의 재활입원병상이 배치돼 있었다. 특히 다른 곳과 달리 맨 윗층(5층)에는 ‘국가지정 음압치료병상’ 8개실이 설치됐다. 의아해하는 기자의 표정을 읽은 박건영 실장이 대전보훈병원의 감염병 대응 히스토리를 들려주면서 5층으로 안내했다.

설명에 따르면 대전보훈병원은 보훈병원 중 최장기간 감염병 전담병원을 운영했으며 전담병원 해제 이후에도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협력, 총 1만6585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2020년 5월에는 질병청 음압치료병상 공모에 지원, 2번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음압치료병상 확충 사업대상 기관에 선정됐다고. 이에 재활센터 신축 건물 5층 전체를 음압치료병상으로 구축하게 됐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스템도 더 공고히 했다고. 현재 대전보훈병원에는 감염관리, 행정지원, 진료지원 파트에 39명으로 구성된 감염병 대응 운영팀이 존재한다. 이들은 평소 감염관리교육과 모의훈련을 통해 끊임없이 매뉴얼을 체득하고 있다. 국가 위기 감염병이 발생하면 4시간 이내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활센터 1층에 위치한 호흡기클리닉에는 엘리베이터가 두 대 있습니다. 감염병환자들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바로 이곳 음압병실로 오게 되죠. 저 큰 모니터로는 환자 병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응급상황 시 중앙에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바로 출동할 수 있답니다.”

5층에 다다르자 그가 중앙모니터를 가리키면서 막힘없이 설명을 이어 갔다. 중앙모니터 역시 위기상황에서 차질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 점검하고 있다고. 가히 감염병 어벤져스를 구축한 병원다웠다. 

■질환별로 세분화해 맞춤재활…로봇재활로 활력 

대전보훈병원은 본관 리모델링과 함께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재활센터를 별도로 구축했다.

대망의 마지막 코스는 재활센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치료시설. 특히 대전보훈병원은 질환별로 필요한 재활치료를 세분화해 환자들을 위한 맞춤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전보다 확장된 운동치료실은 중추신경계, 근골격계, 기능회복 등으로 세분화해 재활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기능회복 운동치료실 내부.

대표적으로 운동치료실을 확장·신설해 중추신경계, 근골격계, 기능회복으로 나눠 재활장비를 구비하고 가장 환자가 많은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통증관리 재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복권기금 지원이 원동력이 돼 이번 재활센터에는 상·하지 로봇시스템과 균형훈련평가시스템 등을 도입한 특수치료실을 마련했다고.

홍영진 물리치료사가 뇌졸중환자들을 위한 보행재활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면에 비치는 것처럼 여러 게임 콘텐츠가 있어 놀이하듯 즐겁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홍영진 물리치료사는 대표적인 하지 로봇시스템인 보행재활로봇을 소개하면서 “로봇이라 낯설 수 있지만 게임 콘텐츠가 있어 놀이하듯 치료할 수 있고 앉은 채로 다리를 움직이는 방식이라 누구나 쉽게 재활훈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지 로봇치료시스템은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를 얻었다. 신기하게도 로봇에 부착된 센서가 자세와 속도, 힘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기자에게 딱 맞는 저항감을 부여해줬다. 조금 더 강도를 높였더니 쉽지 않았다.

기자는 안영주 작업치료사의 도움으로 상지재활로봇을 체험해봤다. 목표지점을 설정한 후 해당 곳까지 팔을 왔다갔다 하는 방식으로 재활이 진행된다. 

체험을 도와준 안용주 작업치료사는 기자에게 “근력이 약간 부족하다”면서 “이렇게 스스로 본인의 운동능력을 확인할 수 있어 치료 의지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로봇재활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두 치료사는 이구동성으로 “로봇재활 시행 후 환자들이 더 즐겁고 활력 있게 재활치료에 임하고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모든 투어를 마친 후 집무실로 이동해 박건영 실장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지역주민들도 새롭게 변화한 대전보훈병원을 부담 없이 이용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바로 그 말이 하고 싶었다면서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보훈병원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병원입니다. 관록의 힘을 무시 못 하듯 20여년간 축적해온 진료 노하우가 있으니 믿고 찾아주십시오. 내부 공간은 새롭게 바뀌었지만 환자들을 향한 저희의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앞으로도 쭉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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