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비염·가려움증에 좋은 ‘도꼬마리’, 독성은 주의해야
[한동하의 식의보감] 비염·가려움증에 좋은 ‘도꼬마리’, 독성은 주의해야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9.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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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어릴 적 가시가 달린 타원형 모양의 작은 씨앗을 갖고 놀았던 적이 있다. 씨앗을 던지면 친구의 옷에 가서 ‘착’ 하고 달라붙는 것이 재미있었다. 바로 도꼬마리 씨앗이다. 도꼬마리는 풀숲을 다닐 때 불편하게 하지만 건강에 이로움이 큰 약초다. 오늘은 도꼬마리의 효능에 대해서 살펴보자.

도꼬마리(Xanthium strumarium)는 국화목 국화과 도꼬마리속 도꼬마리종의 한해살이풀이다. 도꼬마리는 북아메리카 지역이 원산지로 원래는 외래종이지만 토착화된 지 오래됐다. 현재는 북아메리카 외에도 유럽과 동아시아 등에 분포돼 있다.

도꼬마리는 한자로 창이(蒼耳)라고 하고 씨앗은 창이자(蒼耳子)라고 한다. 재밌는 이름들로는 열매가 부인의 귀걸이를 닮았다고 해서 이당초(耳璫草), 양의 털에 붙어서 퍼진다고 해서 양부래(羊負來)라는 이름도 있다. 시이(葈耳)라는 이름도 있다.

과거 잎은 나물로 해서 먹기도 하고 씨앗을 볶아서 밀가루처럼 가루를 내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또 씨는 기름을 짜서 호롱불을 밝혔다. 요즘에는 도꼬마리 열매인 창이자(蒼耳子)를 주로 약용한다.

창이자는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하지만 ‘독’도 있다. 창이자에는 배당체의 일종인 카르복시아트락틸로사이드(carboxyatractyloside, CAT)라는 독성물질이 있다. CAT는 갓 발아한 상태에서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 소들이 다량의 싹을 뜯어 먹고서는 간혹 중독증상을 보여 폐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발아 후에도 여전히 독성분은 남아 있다. CAT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아데노신 삼인산(ATP)을 생성하는 과정을 방해해 무기력과 저혈당을 유발한다. 고용량 복용 시 무기력, 의기소침, 오심구토, 경련, 혼수, 저혈당, 간괴사, 신장염 등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실제로 창이자 20kg을 설탕에 섞어 12.6L의 청으로 만들어 놓았다가 6개월 후 100cc를 마시고 10분 만에 언어장애, 헛손질, 경련, 섬어 등의 중독증상을 보인 경우가 보고된 바 있다. 이것을 계산해 보면 100cc 안에는 창이자 166g의 과량이 농축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열을 가하면 독성이 줄기 때문에 수치법으로는 창이자를 한 번 쪄서 말려 사용하거나 솥에 넣어 약한 불로 약간 노르스름할 때까지 볶아서 활용하면 보다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성숙한 창이자라면 수치된 창이자를 하루 10g 이내 정도로 섭취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창이자는 콧물을 멎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비연(鼻淵)으로 콧물이 줄줄 흐르는 증상에 창이자를 볶고 가루 낸 다음 끓인 물에 1~2돈씩 타서 복용한다’고 했다. <의종손익>에는 비연과 비구(鼻鼽, 비염)를 치료하는 처방으로 곽향으로 만든 환약을 창이자 달인 물에 먹는다고 했다. 비연은 부비동염으로 축농증을 의미한다. 축농증은 주로 끈적이는 노란 콧물이 많이 나오지만 비염의 맑은 콧물에도 도움이 된다. 즉 축농증과 비염 모두에 좋다.

창이자는 피부 가려움증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나력(瘰癧, 연주창)과 개선(疥癬, 옴) 및 가려운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향약집성방>에는 ‘피부가 가려우면서 진물이 흐르는 증상, 피부가 얼룩덜룩하거나 고기비늘 같아지는 증상에 바르면 새 살이 나면서 딱지가 떨어지고 살결이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창이자는 인설성 피부질환인 ▲아토피피부염 ▲습진 ▲피부건조증 ▲건선 등에 좋다. 임상에서는 코안 점막이 가려운 경우에도 자주 활용한다.

창이자는 팔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온갖 풍을 치료한다. 풍습(風濕)으로 온몸이 마비된 증상, 팔다리가 오그라들고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골수를 채워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한다. 무릎이 아픈 증상 등을 치료한다’고 했다. 창이자는 ▲팔다리 근육경련 ▲근육통 ▲저림 ▲통증 등에 도움이 된다.

창이자는 눈을 밝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간열(肝熱)을 치료해서 눈을 밝게 한다. 오래 복용하면 기를 북돋우고 눈이 밝아져 총명해진다’고 했다. 이때 창이자죽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태평성혜방>은 ‘눈이 어둡고 이명이 있을 때 창이자죽방을 쓴다’고 했다. <의학입문 식치문>에는 ‘창이자 5돈(약 20g)을 즙을 내서 일찍 익은 쌀 3홉(550cc)과 섞어 죽을 쑤어 먹는다. 또 국으로 끓이거나 달여서 차 대신 쓸 수도 있다’고 했다.

창이자는 찬바람에 의한 두통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머리에 풍한(風寒)이 들어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의종손익>에는 ‘부인의 뇌에 발생한 통증과 어지러워 쓰러지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특히 눈썹 위쪽의 안와뼈가 아픈 미릉골통(眉稜骨痛)에 도움이 된다. 이런 것을 보면 창이자가 코, 눈, 귀, 머리 등의 두면부 제반 증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이자는 치통에도 좋다. <의방합편>에는 ‘창이자를 진하게 다려서 물이 뜨거울 때 입에 머금는데 치아에 통증이 느껴지면 뱉어내고 다시 머금는다. 이렇게 하면 3제를 넘지 않아서 좋아진다. 줄기와 잎을 써도 된다’라고 적시돼 있다. 또 <의본>에는 ‘창이자를 화로에 태우면서 왼쪽 이가 아프면 오른쪽 발바닥을 쐬고 오른쪽 이가 아프면 왼쪽 발바닥을 쐰다’고 했다. 흥미로운 기록이다.

창이자는 죽은 조직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천금방>에는 ‘악육(惡肉)으로 죽은 살을 제거한다’고 했다. 보통 궤양이나 욕창이 생기면 검은 죽은 살 때문에 새살이 잘 돋아나지 않는데 이때 창이자가 효과적이다. 보통 죽은 조직을 인위적으로 제거하지 않더라고 창이자을 달여서 복용하거나 외용제로 활용해도 도움이 된다.

창이자는 금주효과도 있다. <본초강목>에는 ‘술을 끊기 어려울 때는 양털 속의 창이자 7개를 태워 재를 내고 술에 넣어 마시면 술을 끊게 된다’고 했다. 양털 속이라는 것은 창이자가 단지 양털에 잘 붙어 다니기 때문으로 ‘양털’에는 큰 의미는 없다. 어떤 기전에서 금주효과를 나타내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추측건대 창이자가 알코올의 분해를 방해해 술에 빨리 취하게 하고 심한 숙취로 술을 끊게 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독성물질인 CAT가 간기능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창이자는 정유성분, 플라보노이드, 페놀성 화합물 등을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성분에 의해 항산화·항염증효과가 있어서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손상을 줄이고 상처회복을 촉진한다. 또 하이드로퀴논이 포함돼 있어 기미 등의 잡티에 좋다. 현재 도꼬마리 씨앗을 원료로 한 화장품도 개발돼 있다.

도꼬마리 씨앗(창이자)이나 줄기, 잎에는 독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성숙 후에도 전초에 퍼져 있다. 특히 씨앗에 많다. 따라서 비염이나 축농증에 좋다고 해서 창이자를 함부로 몇 주먹씩 무작정 넣고 끓여 먹으면 안 된다. 만일 창이자를 소량이라도 끓여 먹고 무기력이 유발된다면 바로 중단해야 한다.

도꼬마리 씨앗에 가시가 달린 모양을 보면 성질이 못돼 보인다. 옛날에는 간신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콧물과 가려움증을 억제하며 눈을 밝게 하고 팔다리의 경련과 저림을 없애는 효능도 있지만 고용량에서는 중독된다. 함부로 욕심내면 안 된다. 약은 곧 독이라더니 바로 도꼬마리를 일컫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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