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세 뚜렷한 어지럼증·난청, 괴로워 말고 빨리 ‘이비인후과’로!
증가세 뚜렷한 어지럼증·난청, 괴로워 말고 빨리 ‘이비인후과’로!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9.0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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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이과학회, ‘제57회 귀의 날 기념 대국민 귀 건강 포럼’ 개최
대한이과학회는 제57회 귀의 날을 맞아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열고 어지럼증과 난청 발생 시 이비인후과에서 조기진단·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년 9월 9일은 ‘귀의 날’이다. 사람의 귀 모양과 비슷한 숫자 9를 참고해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1958년 제정했으며 2009년부터는 대한이과학회가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이에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대한이과학회 주관으로 ‘제57회 귀의 날 기념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이 진행됐다.

사실 ‘귀’ 하면 소리를 듣는 것, 즉 청각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균형을 유지하면서 걸을 수 있는 것은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의 전정기관 덕분. 따라서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또 전정기관은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붙어 있어 어지럼증과 더불어 난청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어지럼증과 난청의 원인은 다양한 만큼 조기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찾고 필요 시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귀의 전정기능장애로 인한 어지럼증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인구고령화로 난청환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이과학회 최재영 회장이 포럼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어지럼증의 절반은 귀 문제…이비인후과 의사 역할 중요

성인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말초전정계질환, 즉 귀의 문제가 40~50%를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귀와 어지럼(H81)의 연도별 환자수는 2018년 102만8058명에서 2022년 114만9215명으로 최근 5년간 12% 증가했다.

김규성 교수는 눈의 움직임 조절 등 청각 외 귀가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어지럼증 원인질환에 대한 분석 및 개요’를 주제로 발표한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김규성 교수는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말초전정계질환으로는 ▲이석증(양성돌발성두위현훈) ▲전정편두통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상에서 어지럼증을 느끼면 사실 이비인후과보다 신경과를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김규성 교수는 “어지럼증에서 이비인후과 의사의 역할이 큰 것은 어지럼증의 원인 대부분이 이비인후과질환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뇌의 문제로도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비인후과에서 먼저 환자를 보고 필요한 경우 신경과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민범 교수는 어지럼증 치료에서의 이비인후과 의사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뒤이어 ‘어지럼증의 최전선 첨병으로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주제로 발표한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김민범 교수는 “어지럼증은 ▲뇌경색, 뇌출혈 등의 중추신경계질환 ▲기립성저혈압, 부정맥, 빈혈 등의 심혈관계질환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발병빈도상 이비인후과질환(약 50% 이상)이 가장 많고 진료경험이 많다 보니 이비인후과 의사는 어지럼증으로 방문한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생활습관 교정은 기본…신의료기술 인정 ‘맞춤전정운동’도 주목

서명환 교수는 어지럼증의 다양한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근간이 되는 생활습관 교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지럼증의 원인질환을 찾았다면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생활습관 교정. ‘어지럼증 치료방법, 얼마나 다양한가?’를 주제로 발표한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서명환 교수는 “대표적으로 메니에르병은 수면부족,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짠 음식 등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어지럼증 일지를 작성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잘 지키고 있는지 본인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자가채점표를 주기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도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지럼증을 해결하는 약물이 오히려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다. 가장 대표적인 약물이 어지럼이 심한 급성기에 사용하는 디멘하이드네이트와 디아제팜이다.

서명환 교수는 “이들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귓속 어지럼기관의 재활을 방해하기 때문에 어지럼이 발생한 급성기에만 단기로 사용하고 빨리 끊는 것이 좋다”며 “또 고혈압과 전립선비대증 치료약물은 기립성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어 일어설 때 어지러운 증상이 있으면 담당의료진과 용량을 조절할 것”을 권했다.

전은주 교수는 전정기능장애환자의 기능 개선을 돕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의 하나로 맞춤전정운동을 자세히 설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 전정기능장애가 생겼는데 약물이나 수술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맞춤전정운동이 유일한 개선책이 될 수 있다. 이는 전정기능장애환자의 증상과 장애에 맞춰 일대일로 개별화된 운동치료를 시행하는 것으로 2017년 신의료기술로 승인 후 현재 비급여로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맞춤전정운동의 치료적 가치 재평가’를 주제로 발표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전은주 교수는 “머리를 움직이면서 눈의 초점을 제대로 맞출 수 있도록 하는 전정안구반사운동부터 균형운동, 보행운동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환자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해 알맞은 운동을 적용한다”며 “약에 의존해오던 분들이 전정재활운동 후 증상이 뚜렷하게 완화돼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사례들이 많고 미국물리치료협회 임상진료지침에서도 전정장애에서 꼭 시행해야 할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인력과 시간, 장소 부족 등의 이유로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은주 교수는 “맞춤전정운동은 수가가 신설된 후 어지럼증의 치료법 하나로 전정재활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는 성과는 물론 환자가 더 이상 의미없는 약물치료를 이어가지 않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했다”며 “활성화를 위해서는 치료 전담인력의 확립과 교육, 전정재활치료의 인식 개선을 위한 학회와 언론의 대국민 홍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최적의 치료·재활 위해 정확한 청력검사 선행돼야

정재윤 교수는 정확한 청각검사가 이뤄지기 위해 유념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했다.

말초전정계질환 대부분이 초반에는 단순 어지럼증을 호소하지만 난청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메니에르병은 예기치 못한 급격한 어지럼증과 더불어 귀 먹먹함이나 이충만감(귀에 무엇이 차 있거나 막힌 듯한 느낌), 이명, 난청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한 난청이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청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청력검사는 결코 간단한 검사가 아니다. 검사실과 검사장비부터 적절한 차폐(반대편 귀가 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교차청취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과정) 조치까지 수많은 조건과 준비가 필요하다. 또 청력검사를 통해 난청으로 진단되더라도 모든 환자가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보청기 처방대상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이비인후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청력검사 이렇게 시행해야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다’를 주제로 발표한 단국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재윤 교수는 “청각검사는 최적의 난청치료 및 재활에 근간이 되는 검사로 ▲경험이 많은 이비인후과 의사에 의해 ▲표준화된 검사기계와 적합한 공간에서 ▲정확한 방법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교수는 귀-청각관리에 있어서의 국가 콘트롤타워 구축을 통한 생애전주기 청력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한편 이날은 생애전주기 청력검사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난청은 신생아기 선천성난청부터 학령기 소음성난청, 중장년기 노인성난청까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생애전주기 청력검사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한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이동희 교수는 “특히 노인성난청은 최근 치매, 인지장애 등과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어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청각검사는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귀-청각관리의 콘트롤타워를 구축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난청 관련 정책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생애전주기에서 연속성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문일준 교수는 보청기의 맞춤처방과 착용 후 사후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보청기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보청기는 모든 난청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또 난청종류와 청력손실 정도에 따라 보청기 처방이 달라질 수 있어 이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보청기 처방에서도 이비인후과 의사의 역할이 필수적인 것이다. 

‘보청기 처방에서 정확한 청력검사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한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문일준 교수는 “보청기는 중등도 이상의 난청환자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우선적으로 시도되는 청각재활수단으로 일단 정확한 청력검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보청기 착용 후에도 청력검사를 통해 전후 이득을 환자에게 설명해야 만족도와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청력검사에 대한 의료기관의 접근성 향상 및 학교 청각검진 도입 등 정책적 개선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갔다.

한편 패널토론에서는 정확한 청력검사뿐 아니라 국민의 의료기관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냐는 얘기가 나왔다. 일선에선 청력검사를 받는 곳으로 보건소도 언급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이동희 교수는 “보건소가 하나의 대안책이 될 순 있지만 청력검사는 단순한 검사가 아니며 이비인후과 의사의 종합적인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많은 의원급 이비인후과에서 충분히 검사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국민들이 늦지 않게 청력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 활동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신생아에서 시행되고 있는 선천성난청 선별검사 제도 외에 학령기 학교 청각검진 도입에 관해서는 학회가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교육부 내 학생건강정책과도 활발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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